-염소가스 등 부산물 유해물질 한가득, 심하면 사망에 이르러

▲ 그래픽_진우현 그래픽 2담당

[뉴스워커_기자의 窓] 최근 서울의 한 유명백화점에서 구입한 건어물에서 ‘락스’의 주성분이 검출돼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건어물을 구입한 소비자는 제품에서 살균제 냄새가 심하게 난다며 백화점에 항의했고 원인은 살균제 부산물인 염소산이온이 다량 검출된 것으로 판명됐다.

염소산이온은 흔히 ‘락스’로 불리는 살균제의 주성분인 ‘차아염소산나트륨’의 부산물이다. 박테리아, 곰팡이 등 세균을 제거하기 위해 가정에서 쓰이고 있는 대표적인 염소계 표백제이다. 가정용 세탁 세제에는 차아염소산나트륨이 약 5% 정도가 포함돼있고 우리가 마시는 수돗물에는 약 12%, 수영장 물을 소독하는 데에 30% 정도가 들어있다.

이처럼 차아염소산나트륨은 가정 및 업소 등 실생활에서 거의 빠짐없이 등장하는 살균 소독제다. 국내 대표 ‘락스’ 제조업체는 해당 성분이 소금에서 추출했다는 점을 부각시켜 ‘천연 살균제품’인 것처럼 홍보해 안심하며 쓰도록 조장하고 있다. 식품첨가물로 판매 허가까지 받은 살균제 성분이 과연 식품에 쓰일 정도로 안전할 것일까?

상기 논리대로라면 ‘염산’도 먹을 수 있다는 소리가 된다. 염산은 물에 염화수소를 녹이면 얻을 수 있는 물질로 염소와 수소가 결합해 만들어진 화학물질이다. 소금에서 염소를 추출하고 물에서 수소를 얻게 되는데, 이런 이유로 염산을 먹어도 된다고 판단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유사한 원소로 구성된 물질이라도 화학적 결합방식에 따라 정반대의 성질을 가진 물질로 변하기 때문이다.

차아염소산나트륨은 소금물을 전기분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염소가스를 수산화나트륨 용액에 녹여 생성되는 물질이다. 이때 발생되는 염소가스는 강력한 산화력을 지닌 녹황색 기체로 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군이 독가스로 사용할 만큼 공기 중에 소량만 있어도 생명에 치명적인 해를 가하는 독성의 가스로 알려져 있다.

가정에서도 주로 청소용 세제와 혼합해 쓰이는데 이때도 염소가스가 발생된다. 이 유독가스로 인해 일본에서 한 주부는 화장실 청소를 하다 사망에 이르렀고 해당 성분 살균제로 화장실 등 청소업무를 장기간 해온 노동자 중 다수가 천식증세를 앓고 있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영국의 한 제약회사는 실생활에 쓰이는 살균제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염소는 발암물질이며 염색체를 손상시킬 수 있고 노화를 촉진한다고 설명했다. 또 신경장애를 일으키고 면역력을 저하시킬 수 있으며, 염소 기체는 호흡기 손상을 주고 두통과 구토를 유발한다고 보고했다.

물에 잘 씻겨지지 않는 차아염소산나트륨은 현재 과일과 채소류 등 식품세척에 쓰일 만큼 안전한 살균제로 국민들에게 비춰지고 있다. 살균제 유해성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지만 정부와 기업은 독성에 대한 연구는 고사하고 뚜렷한 법적 규제조차 제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맹독성의 화학원료를 일반인들의 살균제로 수십 년간 팔리고 있다는 점이 의아했다.
게다가 국내 대표 ‘락스’ 업체 살균제가 가정용(레귤러)과 업소용 표기만 다를 뿐 실제 내용물(함량 등)은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업체는 관련법의 허가기준에 따르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결론적으론 허술한 법망 안에서 같은 원액을 포장만 달리해 업소와 가정용 각각 판매해 왔다는 얘기가 된다.

7년 전 몇몇 기업의 가습기살균제로 전 국민이 피해자가 될뻔했다. 그 두 번째 살균제 사건이 되지 않도록 관련 물질의 독성과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규제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세계적으로 차아염소산나트륨의 발암물질 생성 가능성이 지적되고 있듯이 정부 및 기업은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이젠 귀 기울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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