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 자율주행 이점은 분명하지만 보안성 향상도 고려 필요.

▲ AI기술이 발전하면서 자동차 분야에서도 새로운 기술이 접목되며 자율주행의 기능이 향상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술의 발단은 누군가로부터의 접근 위험이 커지고 급기야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치닫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 1담당>

[뉴스워커_기획] 자율주행 기술과 통신 기술의 융합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6월 27일 볼보(Volvo)와 페덱스(FedEX)는 노스캐롤라이나 주정부의 허락을 얻어 미국 고속도로에서 대형 트럭 3대로 군집주행을 시연했다고 발표했다. 각 트럭에는 2개의 트레일러들이 연결되었으며 선두차량에 탑승한 운전자가 후방차량을 제어하는 방식으로 시연은 진행됐다.

‘군집주행(Platooning)’이란 일반적으로 선두차량의 운전자 혹은 자율주행시스템이 차간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한 후방차량들을 제어하며 전체 차량 집단을 운행시키는 주행기술로, 선두차량의 운전자 혹은 자율주행시스템은 후방차량과 연결된 통신망을 통해 후방차량의 운전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고 이에 따라 적절한 운전 지시를 후방 차량에 전달한다.

기업들이 군집주행기술을 개발에 역량을 투입하는 이유는 연료비 절감과 운행 중 안전성 향상이다.

군집주행은 후방차량이 일정한 차간 거리를 유지하면서 선두차량을 쫓는 형식의 주행이므로 선두차량 덕분에 후방차량은 공기저항을 덜 받게 되어 연료 소모가 감소한다. 이때 선두차량과 후방차량의 차간 거리가 좁을수록 연료소모 절감 효과가 크지만 제동거리 확보, 냉각효율 문제 등으로 인해 최소 차간 거리는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볼보는 군집주행으로 차간 거리를 22m로 유지할 경우 약 7%의 연료소비를 절감할 수 있고 장거리 혹은 야간 주행이 많은 물류 수송 운전자들의 부담을 낮출 수 있어 졸음운전 등 사고 예방에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현지시각으로 지난 7월 3일 독일 기업 ‘MAN’도 베를린 쇠네펠트 국제공항의 ‘2018 IAA(독일 하노버 상용차 모터쇼)’ 사전 컨퍼런스에서 자사의 군집주행 기술을 공개했는데, MAN은 자사의 군집주행 기술 적용 시 최소 차간 거리를 15m로 조정할 수 있고 이때 기대할 수 있는 연료소비 절감 효과는 7~10%에 이른다고 밝혔다.

또한 MAN은 지난 6월부터 DB쉥커(DB Schenker)와 공동으로 뮌헨과 뉘른베르크 사이의 A9 고속도로에서 군집주행 관련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어 향후 기술적 완성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볼보와 MAN 외에 현대자동차도 2020년까지 군집주행 기술을 확보하겠다고 천명하는 등 세계 유명 상용차 기업들의 군집주행 개발이 잇따르고 있다.

◆ 자율주행차와 통신 기술 융합의 고도화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발간한 ‘전자통신동향분석 제33권 제 1호 2018년 2월’에 실린 ‘자율주행 자동차 보안기술동향’에서는 자율주행 자동차와 통신 기술의 융합이 더욱 고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해당 논문에서는 국내 C-ITS, 미국 미시간 주의 M-City, 유럽의 ITS Corridor 프로젝트의 경우 국제 표준 규격의 차량 간 통신기능을 통한 협력자율 주행의 실증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현재 센서와 소프트웨어에 의한 자율주행 서비스가 점차로 차량과 차량 혹은 차량과 인프라간 정보교환을 통한 협력 자율주행 서비스로 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협력 자율주행 서비스로 진화 시에는 필연적으로 V2X라 불리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연결성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V2X는 Vehicle to Everything의 약자로 차량이 유무선의 통신망을 통해 다른 차량 혹은 인프라 등과 연결되는 것을 의미하는데 크게는 V2V, V2I, V2N, V2D로 나눌 수 있다.

V2V는 Vehicle to Vehicle로 차량과 차량 사이의 연결을 의미하는데 V2V 연결 시 다른 차량의 위치 정보 비교를 통해 차간 거리를 유지할 수 있고, 다른 차량의 센서에서 취득한 정보를 이용하여 탑승하고 있는 차량의 센서 범위를 벗어난 주변 상황을 판단할 수 있게 해서 더욱더 안전한 주행을 가능하게 한다.

V2I는 Vehicle to Infrastructure로 차량과 교통 상황 센터 같은 인프라의 연결을 의미하는데 V2I 연결 시 교통흐름, 사고발생 장소와 같은 일개 차량이 처리하기 힘든 데이터를 교통 인프라가 자율주행 자동차에 제공하여 빠르고 안전한 자율주행을 가능하게 한다.

V2V, V2I 외에도 V2N(Vehicle to Network), V2D(Vehicle to Device) 등의 연결성 또한 확대되어 자율주행 자동차의 센서, 소프트웨어 능력 범위를 벗어난 양질의 교통 정보를 제공하여 자율주행 자동차의 신속, 안전한 운행을 지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또한 경기도 화성에 있는 K-City를 이용하여 SK 텔레콤과 KT가 협력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 텔레콤은 2017년 12월에 한국교통안전공단, 삼성전자와 협력하여 K-City에 28GHz 초고주파대역 5G망을 구축하고 CCTV, 신호등 등 교통 인프라와 자율주행 자동차, 관제센터를 5G로 연동했으며, 지난 2월에는 자율주행 자동차 2대의 협력 자율주행 시연도 무사히 마친 바 있다.

또한 지난 12월 10일에 열린 K-City 준공식에서 KT는 5G 통신을 이용하여 차량 및 도로 인프라를 원격 관제하는 ‘리모트콕핏’을 공개했으며 자율주행 및 5G 기술로 운전자의 응급상황에 대처하는 시연에 성공했다.

◆ 연결성이 확대됨과 동시에 보안 고려도 필요

앞서 언급한 ETRI의 ‘자율주행 자동차 보안기술동향’은 자율주행 자동차의 연결성이 확대됨에 따라 사이버 공격을 위한 벡터가 증가하여 보안 위협 역시 확대됨을 지적했다.

지난 2015년 7월 21일 미국 보안업체 직원인 찰리 밀러와 크리스 발라섹은 지프 체로키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해킹하여 차량을 원격 조종하는데 성공했다.

당시 실험에 참가하여 해킹 대상 차량에 탑승하고 있었던 앤디 그린버그 기자는 “시속 130㎞로 자동차를 운전하고 있는데 에어컨과 라디오, 와이퍼가 제멋대로 작동했다. 해킹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공포감은 극도에 달했다.”고 회상할 정도로 해킹의 위력은 대단했다.

▲ 해킹 대상 차량에 탑승하고 있었던 앤디 그린버그 기자는 시속 130㎞로 자동차를 운전하고 있는데 에어컨과 라디오, 와이퍼가 제멋대로 작동했다. 해킹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공포감은 극도에 달했다고 회고 했다. 출처_유투브

2016년에는 보안 연구원 ‘트로이 헌트’가 커넥트 앱 계정을 이용하여 닛산 리프 차량을 해킹하는데 성공했고, ‘팬테스트파트너스’란 기업은 미쓰비시 아웃랜더 차량을 해킹하여 헤드라이트, 공조장치 등을 임의로 조작했으며, 중국 탄센트 기업의 보안 자회사 ‘킨시큐리티랩’은 테슬라 차량을 해킹하여 14마일 떨어진 곳에서 주행하던 차량의 브레이크를 조작하는데 성공했다.

이와 같은 사이버 공격 위협에 대해 보안업계에서는 침입 방지 시스템과 방화벽의 구축, V2X 메시지 암호화와 인증, 보안 모니터링과 보안 취약성 분석 등으로 대응할 전망이다. 양자 암호화 기법과 같은 새로운 보안 기술이 연구 개발되는 이유도 이러한 사이버 공격 위협에 대응하기 위함이며 신기술이 적용되면 보안 위협 가능성이 축소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시스템을 지키려는 보안업계와 시스템 제어권한을 손아귀에 넣으려는 해커와의 싸움은 끝나지 않는 싸움이다.

방어 기술 수준이 높아질수록 그에 대응하여 해커들의 해킹 기술 수준 또한 높아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A국이 군사력을 향상시키면 그에 맞추어 B국이 군사력을 향상시키고 다시 A국이 군사력을 향상시키는 군비경쟁과 유사하다.

즉 어느 기술이던지 100% 신뢰를 담보할 수는 없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해커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보안 기술은 더더욱 그러하다. “이만하면 되겠지.”라는 보안 불감증이 시스템 전체를 위협하게 할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분명하며 100%는 아니라도 구체적 상황을 고려한 뒤 최선을 다해 보안을 확보하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지프 체로키의 해킹으로 보안 위협이 제기되는 차량 140만대가 리콜 되는 등 보안 위협이 제기되는 경우 회사에 미치는 유무형의 손실은 결코 작지 않다. 반면 소비자들에게 보안성이 우수한 제품으로 인정받으면 타사의 제품과 구별되는 강력한 무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회사차원에서도 보안성 확보 문제를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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