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물 등 소비자 섭취 조건의 문제로 책임 넘기고 있어…어느쪽 책임인지 원인규명 시급해 보여

▲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커피 카누(동서식품)에서 애벌래가 나타난 것이다. 이에 대해 업체 측은 "공정상 불가능한 일"이라면 완강히 제조사 측의 문제가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게다가 이를 제기한 소비자는 블랙컨슈머로 취급당하고 있어 관련 당국의 사태파악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_인터넷 커뮤니티 및 동서식품 카누 광고 중 일부<그래픽_진우현 그래픽 2담당>

동서식품이 판매하는 커피제품 ‘카누’에서 줄이어 벌레가 검출됐다는 민원이 제기됨에도 불구하고 업체측은 ‘제조 공정상 나올 수 없다’는 입장으로 소비자들에게 ‘책임 떠넘기기’ 자세로 일관하고 있어 여론의 공분을 사고 있다. 공정상이나 유통과정에서의 책임인지를 업체 측에서 면밀히 분석해 봐야할 문제지만 “유입불가”라는 흑백논리적 입장만 내놓으며 이를 소비자의 잘못이나 착오로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 9월 카누 커피에서 살아있는 애벌레가 나왔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평소 카누제품을 즐겨 마신다고 밝힌 소비자는 “커피 두 봉지를 뜯어 컵에 따르던 중 한 개가 덩어리째 뚝 떨어져 살펴보니 비닐같은 하얀막이 있었고 꿈틀거리는 벌레가 기어나왔다”며 “당시 너무 놀랐고 어이가 없어 증거로 올린다”고 사진과 함께 알렸다.

동서식품 측은 “커피 제조과정에서 애벌레가 살아 나올 수 없는 조건이므로 커피 내에서 벌레가 나온다는 것은 사실과 맞지 않다”고 한마디로 일축했다.

불과 한 달 앞서선 ‘맥심 모카골드’ 커피믹스에서 검은 이물질이 검출돼 소비자 민원이 제기됐다. 이때도 소비자가 정확한 이물질 성분조사를 요구했지만, 업체 측은 “제조 공정상에는 문제가 없으며 유일될 가능성은 없다”고 단정했다. 오히려 “컵이나 물에 문제가 있던 것 아니었느냐”며 민원을 제기한 고객을 이른바 ‘블랙컨슈머’ 취급을 해 소비자의 공분을 사게 됐다.

동서식품은 2015년에도 카누에서 벌레가 나왔다는 민원으로 위생 문제에 논란을 샀다. 한 소비자가 마신 카누 커피를 탄 종이컵 바닥에는 육안으로 봐도 ‘벌레’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남아 있었다. 발견 즉시 소비자는 동서식품 측에 신고접수했지만 돌아오는 연락은 없었다는 것.

결국 식약처에 신고를 한 소비자는 “원인은 몰라도 최소 자사제품에서 나온 만큼 사과정도는 해야하는 것 아니냐”며 “동서식품은 마치 자신을 보상만 바라는 블랙컨슈머로 취급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6년 전인 2012년에도 한 주부가 카누 커피 여러 봉지에서 벌레를 발견하고 동서식품 측에 신고했지만 회사 측은 해당 소비자를 ‘블랙 컨슈머’로 단정을 짓고 민원을 무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커피 제조과정에서 고온건조한 환경으로 인해 벌레가 생존할 수 없기 때문에 커피 제품에서 벌레가 나올 수 없다”며 “벌레 유입 원인을 알 수 없으니 소비자에게 직접 확인해보라”는 답을 전했다.

커피뿐 아니라 과자, 라면, 기저귀 등 여러 제품군에서 벌레 유충이 발견되고 있지만, 그 원인은 정확히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제조과정뿐 아니라 보관·유통단계, 소비자의 사용환경 등 다양한 유입 가능성에 직면해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끊임없이 벌레 검출 민원이 제기됨에도 불구하고 동서식품 측은 원인파악이 아닌 소비자가 사용하는 컵과 물 등에서 이물질 검출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혹여 커피에서 이물질이 나온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자사 제품에서 벌레 의혹이 나온 만큼 기업은 원인규명에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판매자의 기본이다.
동서식품은 커피 제품에서 애벌레 검출 민원이 반복적으로 제기됨에 따라 실태파악이 선행되어야 하며 제조과정뿐 아니라 포장·유통단계에서의 유입 방지 대책을 우선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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