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X탈선사태는 우리시대 안전불감증이라는 단어를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사태로 기억될 것이다. 이 사태로 문재인 대통령이 사과하고 일선 사장까지 사퇴해야하는 문제를 낳았다. 더 이상의 안전불감증의 인재사고는 있어선 안될 것이다.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 1담당>

[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백석역 온수관 파열 사고가 발생한 지 겨우 엊그제다. KTX 탈선 사고는 항상 있어왔던 대형 사고에 책임 있는 기업 또는 관련 당국이 위험 요소를 제거할 수 있는 큰 본질을 짚지 못 한 채 단순하고 천편일률적인 수습 방식을 고스란히 방치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이번 사고는 시민들의 작은 부상으로 일단락되었으나 자칫하면 큰 인명 피해까지 발생할 수 있는 아찔한 사고였다. 남북철도 연결 사업에 대한 큰 미래를 부풀리고 있는 코레일은 미래에 대한 구체적 발상 전에 위험 외주화와 국민 안전에 대한 철저한 경각심부터 가져봐야 한다. 이제 국영철도에 대한 이미지와 신뢰도 추락은 불가피한 모습이다. 안전을 등한시한 공기업의 방만경영에 국민들은 당장 “내가 일상처럼 이용하는 교통수단이 내 목숨을 위협하지 않을까” 두려워하며 안전에 대한 걱정부터 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개탄하는 국민들의 한숨소리 속에는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의 구멍 뚫린 안전관리를 들여다볼 수 있다.

이때까지 언론에서 밝혀진 탈선 사고 원인으로는 ‘선로전환기’가 지목된다. 선로전환기란 자동차의 운전핸들과 동일한 의미다. 코레일의 선로전환기 마지막 종합검사는 지난해 9월 실시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검사 결과표에서는 ‘이상 없음’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같은 검사 결과 내역은 항공철도사고위원회가 시공 당시부터 케이블이 잘못 연결되었다고 밝힌 것과 대조된 것이다.

항공철도사고위원회에 따르면 선로전환 시스템 오류는 사고 당일 그 이전에도 이미 수차례 발생했다고 밝혔다. 실제 코레일의 크고 작은 열차 사고는 3주간 측정된 것만 9건으로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이는 열차의 장애나 시설관리 등 문제로 연결 지을 수 있는 부분이다. 종합검사는 선로전환기 하나하나에 장애가 있는지 확인하는 검사를 말한다고 하는데, 기초적인 오류조차 없다고 ‘이상 없음’이 기록되어 있는 부분은 부실 검사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대목이 된다.

승객 안전에도 난맥상을 드러낸 코레일의 운영 방식도 지적의 대상이 되고 있다. 탈선 사고 후 코레일의 대응은 매뉴얼에 따른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 낙제점에 가까웠다. 사고가 발생한 8일은 엄청난 한파가 몰아쳤고 승객들은 열차가 지연된 문제에 이어 부상까지 입은 환자도 있었지만 1시간 가까이 추위에 떨어야만 했다고 전해져 여론의 분노로 이어졌다. 탈선 사고가 최고 속도로 달렸을 때 발생한 게 아닌 출발 5분 만에 일어났기에 더 큰 참사로 이어진 게 아닌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 정도다.

이에 오영식 전 사장은 사고 발생 첫날 “혹한으로 기온 급강하에 따른 선로에 문제가 생겼을 수 있지 않을까 추정한다”면서 내부적인 안전관리에 쇄신 의지를 보이지 않는 전형적인 ‘면피’ 행동을 보여 여론의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이어 9일에는 “선로전환기 회선이 잘못 연결된 것이 원인으로 추정된다”라는 입장 표명을, 11일에는 결국 열차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불과 이틀 만에 벌어진 이 모습은 마치 데자뷰처럼 느껴진다. 위험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근본을 짚지 못 하며 ‘면피’의 태도를 보이다가도 여론의 비판이 급증할 때가 되면 ‘책임 사퇴’를 강조하며 수습하려 하는 일은 한국 사회에서는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늘 있어온 위험 사고에서 경영일선은 책임 사퇴를 강조하며 물러남으로써 위험 사고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잠재우는 표면적인 겉치레를 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위험 요소는 덩그러니 엎질러져 있고 단순하게 사고를 덮는 수습으로 마무리되는 모습은 도돌이표같이 반복된다. 한국 사회가 위험 사고 발생 후 대응방식에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는지 고찰해본다면 위험사고가 어떻게 형성되어 국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인지 알 수 있다.

앞으로는 위험 사고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위험 외주화’에 대한 방지 대책과 사고 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태도까지 철저히 강구해 나가야만 할 것이다. 인명 피해가 없었다고 안도의 한숨을 쉴 것이 아닌 본질적인 위험 요소를 제거하고 안전에 대한 예방책은 계속해서 격상해 나갈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안전이 보장된 ‘확답’을 선사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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