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KTX탈선사태는 안전불감증이라는 인재가 불러온 참혹사로 평가된다. 국영철도라는 이름값도 무색하게 한 허술한 안전대책하며, 툭하면 떨어지는 ‘낙하산 인사’ 체제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 1담당>

[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KT통신구 사고에서부터 백석역 온수관 파열 사고, KTX 탈선 사고에 이르기까지 국가의 힘줄이 되는 기본 서비스가 무너져 내리는 형국의 위험 사회에 국민들의 안전이 노출되고 있다.

지난 8일 발생한 KTX 강릉선 탈선 사고는 공기업의 안전불감증과 쇄신 의지 없는 낙하산 인사 체제가 복합적으로 얽힌 예고된 ‘인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번 사고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이 비상안전경영을 선포한 뒤 일어난 사고이기에 기강해이와 부실한 안전 대책에 쏟아지는 불신과 비난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국영철도 이름값 무색하게 한 허술한 안전대책

코레일에 따르면 이번 탈선 사고는 지난 8일 오전 7시 35분쯤 강원 강릉역을 출발해 서울로 향하던 KTX 806호 열차가 강릉역에서 5km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탈선했다.

이번 사고로 15명이 다쳐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나머지 승객 14명은 귀가하고 직원 1명은 진료를 받는 등 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촌각이 미세하게 달랐다면 위험천만한 사고가 될 뻔 했다.

탈선한 열차 기관차와 1호 객차는 ‘T’자 형태로 꺾여 선로가 파손되는 등 열차 10량 모두 완전히 선로를 이탈해 자칫하면 큰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었던 아찔한 사고였다.

탈선 사고는 강릉역을 막 벗어나 출발한 지 5분 만에 발생한 것으로 빠른 속도로 역을 완전히 벗어난 후 발생했다면 더 큰 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었을 것이란 반응도 나온 바 있다.

이날 사고는 코레일이 비상안전경영 체제를 선포한 뒤 발생한 것이기에 국민들로부터 제기되는 불신과 질타를 피해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코레일은 지난 20일 오송역 KTX단전 사고 이후 승객 불편이 가중되자 23일부터 지난 4일까지 10일간 비상안전경영기간을 선포해 안전대책을 확립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바 있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에도 크고 작은 열차 사고가 이어진 데다 개통한 지 1년도 안 된 열차의 탈선 사고까지 발생하면서 국영철도라는 이름값과 자존심을 무색케 한 모습이다.

◆ 국민 기본 교통 서비스..‘위험화’에 노출되다

이번 사고 전에도 크고 작은 KTX 열차 사고는 연이어 발생해왔기에 국민들의 불신과 불만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복수매체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오전 1시쯤에는 서울역 진입을 앞둔 부산발 KTX열차가 선로 옆에서 작업하던 굴착기 측면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작업 중이던 근로자 3명이 가벼운 부상을 입는데 그쳤지만 이 또한 자칫하면 큰 인명피해로 번질 뻔한 사고였다.

하루 뒤인 20일 오후 충북 청주 오송역에서는 단전사고로 정차하는 사고가 발생해 상행선, 하행선 열차 120여대의 운행이 모두 장시간 중단됐다.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사고로 발이 묶인 수많은 승객들은 열차에 갇히거나 지연되는 열차 운행으로 엄청난 불편을 겪어야만 했다.

이틀 뒤인 22일에도 구간 고장 사고로 운행이 지연됐고, 23일과 28일에도 연속으로 크고 작은 열차 고장으로 승객들은 불편을 겪어야만 했다.

이 중 대다수 사고는 비상안전경영 기간 내에 발생했다. 이로 인해 비상안전경영 체제는 코레일의 형식적 대책과 수습에 그쳤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 툭하면 떨어지는 ‘낙하산 인사’ 체제도 원인으로 지목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정치권 내에서는 코레일의 쇄신 의지 없는 낙하산 인사 체제를 지목한다.

하인리히 법칙을 무시한 안전불감증, 철도 건설과 관리 구조 이원화 등 문제가 근본 원인으로 꼽히지만 결국 위험 사고를 촉발시킨 기제로는 코레일의 낙하산 인사 체제 영향이 크다는 점이다.

역대 코레일 사장직을 거쳐 간 인물들을 보면 철도청장 출신 신광순 초대사장, 이명박 대통령 측근 3대 강경호 사장은 취임 4~5개월 만에 물러나게 된다.

3선 국회의원 출신 2대 이철 사장은 정권 교체 2008년 1월, 임기 5개월을 남기고 사퇴했고, 감사원장 출신인 6대 정창영 사장, 건설교통부 출신 7대 홍순만 사장은 각각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몇 달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이를 토대로 보면 코레일 사장의 평균 재임기간은 1년 6개월에 불과하며 임기 3년을 채운 사장은 한 명도 없었다.

대다수 사장직을 거쳐 온 인물들은 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는 인물이 발탁되어 왔기에 내부 인사라 해도 낙하산 인사로 분류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낙하산 인사의 폐해 중 하나인 전문성 부재는 조직 사회의 고질적 폐단 중 하나로 꼽힌다.

따라서 국영철도 운영 체제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인사를 단행해 온 코레일의 쇄신 의지 없는 낙하산 인사 체제가 잇따른 열차 사고를 자초했다는 비난을 피해가기 어려운 형국이다.

◆ 코레일 안전대책 실효성 유무에 쏟아지는 의구심

이번 사고는 지난 5일 이낙연 총리가 코레일 본사를 방문해 오영식 사장으로부터 종합안전대책 등을 보고받고 강도 높은 안전 대책을 주문한 뒤 3일 만에 발생한 것으로 코레일이 세운 종합안전대책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품게 만들었다.

앞서 코레일은 지난달 열차 고장 사태 이후 차량 분야 총괄 책임자와 주요 소속장 4명을 보직 해임하고 고속차량 분야 전문가를 후임으로 발령하는 등 안전 일선 작업을 도맡고 있는 인력 개편을 실시했다.

최근까지도 사고가 빈번한 원인을 찾고 해결책 마련을 위해 철도사고 장애 예방과 재발 방지를 위한 종합안전대책을 실시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전 직원에게 안전 교육을 강화하고 매뉴얼 실행력을 검증하는 등 체계적인 안전관리 절차를 마련하겠다고 확언한 코레일이다.

그러나 ‘교통혁명’으로 불린 강릉선 개통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발생한 이번 탈선 사고로 코레일의 약속은 헛구호가 됐다.

더 이상 뒤로 물러날 수 없을 정도로 무너진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 생명을 지킬 국영철도의 안전관리를 격상시키기 위해서라도 정부 차원의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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