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 1담당

[뉴스워커_시사의 窓] 지난 12월 18일 산업은행은 한국GM의 법인분리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한국GM이 제출한 제안서를 전문 용역기관이 검토한 결과 법인분리가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여 법인분리에 찬성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산업은행은 법인분리 찬성으로 GM과 추가합의를 이끌어냈는데 합의 중 일부내용을 공개했다. 공개된 합의내용에는 법인분리로 신설된 법인을 SUV, CUV 차량 개발 거점으로 하고 10년 동안 R&D 물량을 배정하기로 했다는 것이 포함됐다.

이와 같은 결과에 대해 일각에서는 “GM의 먹튀 자금을 제공했다” 혹은 “밀실 야합이다” 등의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애초에 산업은행이 택할 수 있는 선택이 별로 없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비판에는 동의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만약 산업은행이 GM과 합의된 추가 출자를 이행하지 않기로 했다면 산업은행의 귀책사유로 한국 GM과 맺은 협약이 해제되어 10년 동안 생산을 유지할 수도 없을 뿐더러 오히려 협약 해제에 따른 손해배상까지 산업은행이 부담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산업은행이 GM과의 협상을 하지 않고 법인분리 반대를 대법원 판결 선고 시점까지 유지했다면 판결이 나기 전까지 조기 경영 정상화는 물 건너가고 10년으로 합의된 귀중한 시간 중 일부를 낭비하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았다.

결국 대화를 통해 GM의 법인분리 의지를 타진한 후 GM의 법인분리 의지가 꺾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고 판단되었다면 한국GM에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을 끌고 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는 협상의 상대방인 GM도 산업은행이 무리한 조건을 요구한다고 판단할 경우 언제든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나갈 수 있어 산업은행이 GM에 대해서 일방적인 협상 결과를 얻어오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상황을 고려하여 한국GM 노동자들이 법인분리 문제에 대해서 다소간 양해를 해줄 필요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GM 노동자들, 특히 생산직 노동자들이 법인분리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분리 후 노조의 협상력이 줄어들고 그에 따라 종국에는 생산법인 폐쇄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산업은행과 GM의 합의로 10년간 시간을 번 것은 분명하다. 이 시간 내에 경영정상화를 이룬다면 생산법인 폐쇄나 노조의 협상력이 약화되는 것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경영정상화가 되어 이익이 나는 한국에서 GM이 철수할리도 없고, 임금 협상에서 노조가 강하게 나가도 GM은 어느 정도 수준에서 양보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GM 노동자들이 아량을 보이지 않고 자기주장만으로 극한대립을 유지한다면 국민들 속에서 한국GM에 우호적인 목소리는 작아지고 우호적이지 않은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최근 경제 불황으로 사정이 어려운 국민들이 많아진 상황에서 한국GM에 대한 지원을 특혜로 인식하여 여론이 나빠진다면 향후 한국GM이 위기에 빠졌을 때 추가 도움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이와 같은 점들을 고려한다면 이번 한국GM 법인분리가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100% 대변하지 못한 것이라고 보더라도 극한대립보다는 한 걸음 물러서 경영정상화에 힘을 보태는 것이 10년의 기회를 살리고 국민들의 우호적인 여론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정부와 우리 국민들은 제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GM 노동자들을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 때문에 지금 당장의 주위 상황이 다소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걱정스럽게 지켜보는 국민들을 위해 한 걸음 뒤로 물러서 전체를 다시 보는 시각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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