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 사태가 발생했다. 셧다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자주 있어왔던 일이다. 올해만 벌써 3번째인 셈이다, 하지만 이번에 글로벌 증시까지 영향을 크게 받은 것은 셧다운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그래픽_황성환 그래픽 1담당>

[뉴스워커_박경희 기자] 미국의 ‘셧다운’ 사태로 지난 24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2% 이상 하락했다.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이 의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서 미 연방정부는 일시적 업무 정지 상태에 들어간 것이다.

이 영향으로 이날 유럽 증시도 하락하면서 영국 런던 증시는 전날에 비해 0.52% 하락했고, 일본의 경우 타격이 더 커 도쿄 증시에서 닛케이지수가 전거래일과 비교해 5.01%나 하락했다.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 사태는 자주 있었던 일이지만, 이번에는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한 요인이 됐다.

◆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으로 트럼프-민주당 갈등

‘셧다운’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예산을 의회 예산에 포함시키는 것을 두고 민주당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지난 22일 0시를 기해 시작됐다.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에서는 지난 20일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수용해 국경장벽 건설 비용 57억달러(약 6조 4000억원)을 배정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상원에서는 민주당이 이 예산안을 거부하면서 예산안 처리 시한인 21일 자정을 넘긴 것이다.

이 영향으로 24일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물론 유럽에도 영향을 미쳐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지수는 0.52% 하락한 채로 장을 마쳤으며, 일본 도쿄 증시에서 닛케이지수는 전거래일에 비해 5.01% 폭락한 1만9155.74에 장을 마쳤다. 닛케이지수는 1년 3개월 만에 2만선이 무너진 것이다.

코스피도 24일 하락에 이어 26일인 오늘도 1% 내외의 하락세를 기록하며 출발했다.

◆ 셧다운, 장기화 전망까지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 사태는 자주 있어왔던 일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올해만 벌써 3번째인데, 이번에 글로벌 증시까지 영향을 크게 받은 것은 셧다운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 때문이다.

올 1월에 있었던 셧다운은 3일, 2월에 있었던 셧다운은 반나절 만에 마무리됐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 시장의 전망이다. 물론 오는 27일 상원은 본회의를 열고 논의를 재개할 예정이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의 이견이 팽팽해 원만한 해결을 찾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장기전을 예고했다. 25일 트럼프 대통령은 국외에서 복무 중인 미군 장병들과 통화한 후 기자들에게 “연방정부가 언제 문을 열지는 말하지는 못하지만, 우리가 장벽을 갖지 않으면 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것은 말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장벽 없이는 마약과 인신매매 범죄를 차단할 수 없다”면서 이번 셧다운 사태로 일시 해고 상태가 된 수천 명의 공무원조차 멕시코 장벽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많은 공무원이 장벽 자금을 얻기 전까지는 셧다운을 계속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는 오는 27일 상원 본회의가 열리더라도 장벽 건설 비용을 반영하지 않은 채 예산안을 처리하면 서명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이번 셧다운 사태의 원인을 민주당에 돌렸다. 민주당도 과거에는 국경장벽 건설을 원했지만, 자신이 대선 공약으로 국경장벽을 내걸자 반대로 돌아섰다고 주장하면서 이번 셧다운을 ‘민주당 셧다운’이라고 명명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원내대표도 지난 22일 본회의 연설에서 “민주당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고 비난했다.

이에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발작이 ‘트럼프 셧다운' 사태를 유발했다”면서 “정상화를 원하면 국경 장벽을 버리라”고 맞받아 쳤다. 척 슈머는 또한 셧다운 영향으로 24일 뉴욕증시가 급락 장세를 보이며 조기 폐장하자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와 공동성명을 통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트럼프 대통령은 나라를 혼돈에 빠트리고 있다”며 “주식 시장은 급락하고 있고, 대통령은 국방부 장관을 해임한 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와 사적인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최근 나타난 악재를 싸잡아 비난했다.

실제로 미 연준이 트럼프 대통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19일 금리를 추가인상하자, 이에 격분해 연준을 향해 ‘미쳤다’고 비난하면서 제롬 파월 연준의장 해임 방안까지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척 슈머와 낸시 펠로시 민주당 원내 대표가 지적한 악재들과 무역분쟁, 연준의 긴축부담 등으로 이번 셧다운 사태는 과거와 달리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26일 보고서를 통해 이렇게 지적하며 투자심리가 극도로 악화돼 있다고 분석했다.

◆ 셧다운 사태 얼마나 갈까

그렇다면 셧다운 사태는 얼마나 갈까. 대체로 새로운 하원이 개원하는 내년 1월 3일 이후까지 셧다운 사태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블롬버그통신에 따르면 백악관은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과 관련해 지난 22일 기존 요구안인 57억달러에서 대폭 물러나 국경 보안 예산을 25달러로 책정한 절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슈머 원내 대표는 여전히 간극이 크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해를 넘길 가능성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블롬버그 통신은 ‘장벽’의 개념 규정 정리에 따라 협상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주장했던 ‘콘크리트 장벽’이 아닌 ‘강철 울타리’ 정도로 수용 가능하다고 물러섰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장벽건설’에는 한 푼도 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강철 울타리’는 민주당이 생각하는 기준에서 ‘장벽’은 아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접점으로 하여 협상안을 찾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셧다운 사태가 해를 넘길지는 우선 27일 열리는 상원 본회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셧다운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세계의 눈은 미국으로 향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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