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 1담당

[뉴스워커_기자의 窓] 지난 12월 26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대우조선해양이 하도급 업체에게 추가, 수정공사 과정에서 사전에 계약서를 체결하지 않고 공사가 끝난 뒤에 일방적으로 하도급대금을 낮게 책정해 하도급업체에 피해를 입혔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대우조선해양이 수정, 추가공사를 위해 실시한 실제 작업시간 중 기성시수(작업시간으로 인정)로 인정한 것은 평균 20% 수준에 그쳤고 총 계약금액의 3% 이내에서 추가, 수정작업이 발생할 경우 이를 본 계약에 포함시켜 추가정산을 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이와 같은 대우조선해양의 행위에 대해 공정위는 시정명령을 내림과 동시에 과징금 108억 원을 부과하고 법인을 검찰 고발했다.

공정위의 결정에 대해 대우조선해양은 하도급업체와 합의를 통해 대금을 지불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하도급업체는 기성시수 산정 등 중요 정보를 제공받지 못했고 자금압박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하도급 대금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월 25일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제약, 바이오 업종 143개사(코스피 43개, 코스닥 100개)의 2018년 3분기 보고서가 모범사례를 적용했는지 여부를 실태 점검한 결과, 모범 사례 적용기업 비율은 코스피가 58.1%, 코스닥이 25.0%로 나타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한 금감원은 모범사례를 적용하지 않은 기업들이 경영상 주요계약, 연구개발 활동에 대한 기재 범위나 방식이 다르게 적용하고 있어 회사 간 비교 평가가 어려워 투자 판단에 필요한 정보 접근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금감원은 상장 기업에 대해 모범사례 도입 취지와 미공개 영업 기밀의 경우 의무 공시 사항이 아니며, 공시 의무가 있는 내용이지만 회사 기밀로 판단할 경우 간략히 기재를 할 수 있는 사항 등에 대해 추가적으로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정위의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과징금 처분과 검찰 고발, 금감원의 강화된 공시 실태 점검 등에 대해서 업계와 주주 일각을 중심으로 소극적인 반응도 감지된다.

이 반응의 주된 논거는 최근 조선 산업의 사정이 좋다고 평가하기는 어렵고 제약, 바이오 업종도 업종 특성상 기술 투자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며 신생 기업, 소규모 기업일 경우 이와 같은 특징이 심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즉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대형 조선사에게 과징금을 부여하고, 검찰 고발을 하는 것이 회복세를 타기 시작한 조선업계의 발목을 잡을 수 있으며, 금감원이 강화된 회계 공시를 강하게 추진할 경우 회계 장부상 부실기업으로 낙인찍혀 투자나 대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일반론적인 관점에서 공정위와 금감원이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데 위축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공정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갖고 있는 협상력이 동등하지 않다는 점에서 중소기업이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수사 당국이나 사법부의 조치가 취해지기 전까지 아무런 조치가 없다면 중소기업들은 소송과 조사에만 수개월 혹은 수년을 보내야 하고 이 정도 기간을 버틸 수 있는 중소기업들은 그리 많지 않다. 따라서 비교적 시간이 적게 걸리는 행정적 조치를 통해 신속하게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정위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금감원도 공정위와 마찬가지로 투자자와 기업이 갖고 있는 정보력이 동등하지 않다는 점에서 투자자가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우군이다.

견제와 감독을 당하지 않는 기업은 언제든지 폭주할 가능성이 존재하는데 이와 관련하여 ‘테라노스’와 ‘엔론’의 사례를 들 수 있다.

WSJ(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9월 5일 미국의 테라노스가 폐업할 것이라고 보도했는데, 테라노스는 피 한 방울로 많은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하여 막대한 투자를 끌어들였지만 기술력은 보유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한 수사와 소송이 이어지자 결국 테라노스는 폐업 수순으로 돌입했고 회사 투자자들은 10억 달러 규모의 손해를 입을 것으로 알려졌다.

엔론은 미국의 에너지 회사로 2000년 당시 회사의 총자산은 655억 달러, 매출액은 1008억 달러로 추정될 정도로 대기업이었다. 그러나 2001년 말 차입에 의존한 무리한 신규 사업 확장으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입었지만 분식회계로 이를 숨겨왔다는 것이 드러났다. 주당 90달러에 달하던 주가는 주당 30센트로 폭락하였고 결국 2001년 12월 2일 파산을 신청했다.

이와 같은 점들을 고려한다면 금감원은 기업들을 견제, 감독하여 대형 부정 사건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공정위와 금감원이 기관 스스로의 전문적인 지식과 의지에 비추어 옳다고 생각한 임무 수행에 대해서 제3자가 비판을 하는 것은 경우에 따라 대등한 협상력을 갖추지 못한 계층 보호에 소홀한 결과를 낳을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그렇기에 무시해도 좋을 개인적인 한 마디를 덧붙이고 싶다.

물론 공정위와 금감원이 이미 고려할 것으로 믿고 있지만, 극단적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면 극단적 방법을 피해야 하며 기업을 견제, 감독해야 하지만 구체적인 기업이 가지고 있는 특수성을 고려하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이 대기업, 중소기업, 투자자, 정부, 공정위, 금감원 등으로 이루어진 원 팀이기 때문이다.

악역을 맡은 자로서 공정위, 금감원이 어려운 임무를 수행하고 있어 당치 않는 비판에 때로는 억울함도 느낄 수 있겠지만, 미중 무역 분쟁 등 악재가 존재하여 대한민국의 향후 경제 상황을 마냥 낙관적으로 예측하는 것은 어려우므로 대한민국 원 팀으로서 구체적인 상황에서 최대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결론 내어주는 것을 조심스럽게 부탁하고 싶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