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국제정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25일(이하 현지시간) 이틀 연속 방위비 문제를 거론하며 동맹국들을 압박하고 나섰다. 지난 주 시리아에서 철군 하겠다고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 본격적인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있었는데, 예상대로 방위비 분담금을 직접 거론하고 나섰다. 이는 연내 타결이 무산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협상과 관련해 한국에 직접적인 압박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 트럼프, 연이틀 방위비 분담금 거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해외에 파병된 장병들과의 화상 대화에서 “우리가 불이익을 당하면서 부자 나라들에 보조금을 지급하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는 세계의 경찰이 될 수 있지만, 다른 나라들도 우리를 도와야 한다”면서 “어떤 역대 대통령도 이런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이 점이 나와 전임 대통령들을 다소 차별화시키는 대목”이라고 밝히면서 그간 주장해 왔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강조했다.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25일(이하 현지시간) 이틀 연속 방위비 문제를 거론하며 동맹국들을 압박하고 나섰다. 지난 주 시리아에서 철군 하겠다고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 본격적인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있었는데, 예상대로 방위비 분담금을 직접 거론하고 나섰다. 이는 연내 타결이 무산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협상과 관련해 한국에 직접적인 압박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그래픽_황성환 그래픽 1담당>

전날에는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전세계 많은 매우 부유한 국가의 군대에 상당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이들 국가는 무역에서 미국과 우리 납세자를 완전히 이용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매티스 장군은 이것을 문제로 보지 않았다. 나는 그것을 문제로 보고 고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사퇴하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둘러싼 이견이 있었음을 밝혔다.

이틀 연속 쏟아낸 방위비 분담금 증액과 관련한 견해를 통해 한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 협상을 연내 마무리 짓지 못한 상태에서의 이러한 언급들은 한국을 향한 화살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 내 일부 의회에서는 한국이 더 많은 분담금을 내야 한다며, ‘한국’을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미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으로 사이버안보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마이크 라운즈 상원의원은 VOA(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한국이 부담하는 방위비 분담 비율이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충분히 더 나은 협상을 시도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원점으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 가운데 한국 정부가 낼 분담금 규모를 5년마다 결정하는 것이다. 2019년부터 적용될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올 3월부터 시작됐으며 그간 양국을 오가며 10여 차례에 걸쳐 회의를 했지만 분담금 증액 규모를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해 연내 타결에 실패했다.

지난 달 있었던 9차 회의 때는 외교부 당국자가 “상당 수준의 문안 합의에 도달했다”고 말한 바 있으나 지난 11일~13일에 있었던 10차 회의 직후에는 “총액등과 관련해 입장차가 아직도 크다”고 말했다. 그 사이에 미국 본국에서 ‘훈령’이 내려와 그동안의 합의가 무효가 되고 협상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는 것이 복수의 소식통의 전언이다. 올해 한국의 분담금은 9,602억 원인데, 미국에서 50%의 인상을 요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증액에 대한 발언을 한 것은 물론 우리나라만을 향한 것은 아니다. 유럽, 일본 등을 포함하고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와는 협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후 이를 표본으로 유럽, 일본 등과의 협상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더라도 우리로서는 50% 인상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다른 경제 카드로 우리를 압박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 자동차와 차 부품에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한국산 자동차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압박 카드로 제시할 수 있다는 예상을 하고 있다.

또 한편에서는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제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한 언론을 통해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를 밝혔다. 특히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매티스 장관의 사퇴 편지가 보여주듯이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의 중요성을 평가하지 않고, 한미 동맹도 거래의 관점에서 보고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합의되지 않으면 주한미군이 협상용 카드 이상이 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러나 이러한 예측에 반대 입장도 있다.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미국의 군사적 동맹 약속의 우선순위를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며 “시리아는 그 리스트의 끝 부분에 있는데 반해 한국은 최상위에 있다”고 말한 것이다. 이는 권재상 전 국방대 교수의 견해와도 일맥상통한다. 권 교수는 “한국, 일본, 대만 그다음에 필리핀이나 월남 이렇게 연결해서 중국이 태평양으로 나가고자 하는 방향을 막을 수 있는 좋은 방어선이 되기 때문에 미국이 한국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주한미군과 관련해 전문가들조차 엇갈리는 예측을 하고 있지만, 공통된 의견은 원하는 수준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충분히 돌발적 조치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해 사전에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우리 정부의 현명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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