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최근 우리 해군 구축함이 북한 조난 선박과정에서 레이더를 가동한 것을 놓고, ‘의도적’이라며 갈등을 키우고 있는 가운데 이르면 28일 오늘 당시 영상을 공개할 방침이라고 일본 교토통신 등이 보도했다. 과연 이 영상이 그간 일본이 해온 의심을 깨끗하게 해소해 줄지, 오히려 갈등이 증폭될지 주목되고 있다.

레이더 갈등의 발단

지난 20일, 동해 공해상에서 표류 중이던 북한 선박을 탐색하던 우리 해군의 광개토대왕함의 레이더 범위 내에 일본 해상 자위대 P-1 초계기가 들어온 일이 있었다. 이를 놓고 일본 정부와 언론들은 광개토대왕함에 수상수색레이더가 있음에도 사격통제레이더, 즉, 일본 명칭으로는 화기관제레이더를 사용한 것은 무기사용에 준하는 적대행위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 일본은 최근 우리 해군 구축함이 북한 조난 선박과정에서 레이더를 가동한 것을 놓고, ‘의도적’이라며 갈등을 키우고 있는 가운데 이르면 28일 오늘 당시 영상을 공개할 방침이라고 일본 교토통신 등이 보도했다. 과연 이 영상이 그간 일본이 해온 의심을 깨끗하게 해소해 줄지, 오히려 갈등이 증폭될지 주목되고 있다.<그래픽_진우현 그래픽 2담당>

우리 군은 해군 함정이 일본 해상자위대 P-1 초계기를 향해 위협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일주일이 넘게 비난의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23일자에서 요리우리신문은 “지난 20일 오후 3시쯤 일본 노토반도 앞 동해상을 비행하던 해상자위대 P-1 초계기 승조원이 레이더를 쏜 한국 광개토대왕함에 화기관제 레이더를 포착했는데 어떤 의도냐고 무선으로 물었지만 반응이 없었다”고 보도했다. 이어 “비행 중 레이더 경보음이 기내에 울려 해상자위대 초계기는 방향을 돌렸지만 그 이후에도 수분 동안 여러 차례 초계기를 향해 한국 함정의 레이더 조준이 이뤄졌다”는 주장했다.

이에 한술 더 떠 야마다 히로시 방위정무관은 트위터를 통해 “우리나라를 위협하고 자위대원의 생명을 위험에 처하게 행위”이며 “내편으로 생각했더니 뒤에서 총을 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국방부 관계자는 당시 광개토대왕함은 선박 수색을 위한 매뉴얼대로 항해용 레이더와 사격통제 레이더를 풀가동하고 있는 상태였고, 이후 일본 해상초계기가 우리 함정 쪽으로 빠르게 다가오자 광학카메라를 운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 광학 카메라는 추적 레이더와 붙어 있어서 카메라를 켜면 레이더도 함께 돌아가게 돼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추적 레이더가 함께 돌아갔지만 초계기를 향해 빔을 방사하지 않았으며, 일본 초계기를 위협한 행위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표적을 조준하는 스티어 레이더를 방사하는 것은 함장 승인이 필요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일본, 도를 넘는 비난

우리 군의 공식 설명에도 일본 정부는 연일 거세게 비난했다. 사건이 있던 다음날인 21일 이와야 다케시 방의상은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군을 비난했으며, 22일에는 보도자료를 통해 “화기 관계 레이더는 공격 직전 목표의 방위와 거리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으로 수색에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한 것이다.

더 나아가 외무자관과 집권 자민당에서는 한국측에 사죄와 함장 처분을 요구하고 나섰다. 외무성 차관습 인사인 사토 마사히사 부대신은 25일 BS후지 프로그램에서 “우선 사죄가 있고,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 적당한 처분이 없으면 재발 방지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다.

같은 날 자민당이 안보 조사회와 국방부회의 합동회의를 연 자리에서 구축함 함장을 포함해 한국군 관계자의 처분과 이수훈 주일 대사를 방위성으로 불러 항의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우리 정부는 일본측이 사실 관계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비난하고 있다며 역으로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이렇게 한국과 일본이 ‘레이더’를 놓고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자, 갈등을 풀고자 27일에는 실무급 화상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도 양측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마무리 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일본 정부는 이르면 오늘(28일) 관련 영상을 공개할 방침이라고 교토 통신 등 일본언론이 보도했다.

억지 부리는 일본, 의도는?

사실 일본에게 관련 영상이 있다면 처음부터 공개해서 사실관계를 따지면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증거 자료를 제시하지 않은 채 일주일이 넘게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그 의도를 의심 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우리 군에서는 한국 해군의 활동을 제약하려는 의도로 해석했다. 군 관계자는 지난 23일 일본의 주장에 반박하면서 “한국 해군이 조난 선박을 탐색하기 위한 인도주의적 작전을 했다고 설명했고, 일본도 그 내용을 알면서도 계속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대화퇴어장 등 공해상에서 한국 해군 활동을 제약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또 어떤 소식통은 “우리 국회의원의 독도 상륙,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한 불만에 방위대강(大綱) 논란 희석, 내년 개헌 목표 등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한 언론을 통해 말했다.

방위대강(방위계획대강)과 관련해서는 일본 정부가 지난 18일 공격용 전력인 항공모함 운용 계획을 공식 선언한 바 있다. 그러자 중국은 즉각 강한 불만과 함께 반대를 표명했고, 일본 내에서도 평화헌법과 충돌하는 조치라는 비판이 일었다. 따라서 일본이 최근 확정한 방위계획대강(방위대강)에 대한 국·내외 반대 여론을 잠재우고 방위대강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우리 군의 레이더 문제를 더욱 부각시키는 것이라는 시각이다.

개헌과 관련해서는 일본은 내년 전쟁가능국가로의 개헌을 꾀하고 있다. 이를 정당화하고 여론을 모으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일단 오늘 관련 영상을 공개한다고 하니 향후 사태는 어떻게 달라질 지 지켜볼 일이지만, 그간의 행보를 보았을 땐 레이더 문제를 외교적으로 쟁점화하여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한국을 볼모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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