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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정신과 의사가 환자가 휘두른 흉기로 목숨을 잃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의료계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의료계는 이번 사건이 의료인 안전에 대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하고 있어 이번 사건은 해결안을 내놓아야 하는 또 다른 사회적 문제로 변모할 조짐이다.

실제 의료인 폭행 및 살해 협박 등 사건은 꾸준히 발생해 왔기에 의료인들의 생존권을 보호할 수 있는 관련 법안이 논의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 정신과 의사 피살사건.. ‘예고된 비극’이란 의료계 목소리 이어져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병동에서 정신과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던 중 흉기에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하자 의료계에서는 예고된 비극이란 목소리가 이어진다.

이번 사건은 기존 의료계 사건사고가 환자의 안전권과 관련 있었던 사례였던 것과 관련, 역지사지로 돌아보지 못 했던 의료인들의 안전권 관련 현실을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여론의 반응도 나오는 상황이다.

경찰당국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병동에서 진료 중이던 의사를 흉기로 사망에 이르게 한 30대 남성은 진료를 받던 환자로 조사됐으며 살인 혐의로 체포된 박모(30)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경찰당국에 따르면 살인에 대한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박씨는 현재 범행 동기에 대해 횡설수설하고 있고 경찰은 피의자에 대한 객관적 자료 분석 및 주변 조사 등을 통해 범행 동기를 계속해서 확인할 계획이다.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의료계는 비통한 심정을 나타내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의사협회는 1일 입장문을 통해 “의료인에 대한 환자와 보호자 폭행은 수시로 이뤄져 왔으며, 살인 사건 역시 처음이 아니다”라며 “개인의 힘으로 예방하거나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의료계 종사자 역시 의료행위 중 일어나는 모든 위협 등에 대해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대목으로 읽히는 부분이다.

이어 의사협회는 “또 응급실 내 폭력사건에 대한 처벌 강화는 이뤄져 왔지만, 의료기관 내 어디에서든 의료진을 향한 강력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론 역시 또 다른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소지가 큰 의료계 현실에 대한 담론을 펼쳐나가고 있어 그동안 의료계 사건사고에서 환자들을 대상으로 맞춰졌던 안전권에 대한 논의방식이 의료계 종사자들에게까지 뻗쳐질지 주목된다.

◆ 의료인 폭행·협박 사건 매년 급증 추세

실제 의료인들을 대상으로 한 폭행 사건은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 7월에는 강릉시 한 병원에서 장애등급 판정에 불만을 가진 환자가 망치로 병원 설비 등 기물을 파손하고 진료 중인 의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 환자는 국민연금공단이 장애등급을 3등급으로 판정하면서 장애수당이 줄어들자 장애진단서를 발급한 의사에게 불만을 품고 폭행을 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달 전북 익산시에서는 한 병원 응급실에서 환자가 의사를 폭행해 코뼈가 골절됐고, 그후 31일에는 경북 구미의 한 병원에서 한 환자가 트레이를 들고 의사를 폭행해 전치 3주의 폭행 상해를 입었다.

이처럼 의료계에서는 연간 수백 건의 폭행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의료진 폭행 사건 통계에 따르면 2016년 578건, 2017년 893건, 지난해 6월 기준 582건으로 나타났다.

특히 병원 내에서도 의료인 폭행 사건은 촌각을 다투는 응급실 진료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0년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대상으로 한 폭행 경험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응급실 진료 중 80.7%가 폭언을 당했고, 50.0%는 폭행을, 38.3%가 악성 댓글, 43.1%는 법적 분쟁, 39.1%가 생명의 위협을 경험했다고 조사됐다.

의료인 폭행 사건이 급증하는 주된 원인으로는 의료인과 환자 간의 입장 차이와 환자의 응급실 시스템에 대한 이해 부족 등이다.

특히 의료진에 대한 폭행 발생 시에는 응급실 내에서 자체적인 대응이 어렵고 외부 연계인 경찰 신고나 상황 진정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음주자, 정신질환자 등의 의료진 폭행 사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전반적으로 부족하다보니 의료진 폭행 사건이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속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 의료계 시스템 개선 및 의료 종사자 안전권 논의 형성되나

의료진 폭행 사건은 매년 급증하고 있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음에도 국내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의료진 보호 체계나 폭행 사건에 대한 대응 체계가 갖춰지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에서는 지난달 응급실 폭행과 관련한 처벌을 강화하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내놓았다.

개정안에 따르면 응급실에서 응급의료 종사자를 폭행해 다치게 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1천만원 이상, 1억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중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으며 사망에 이를 경우 무기징역이나 5년 이상 징역형에 처한다.

하지만 이번 정신과 의사 피살사건과 급증하고 있는 의료 종사자 폭행 사건을 통해 전반적으로 의료진들이 안전하게 진료할 수 있는 보호 체계를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응급의료법은 응급실 내의 폭행에서만 적용할 수 있는 법안으로, 응급실이 아닌 병원 내에서 진료를 하는 의료 종사자들의 안전도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연유에서다.

병원 내 폭력 근절과 의료진 보호 체계에 대한 담론은 비단 의료진들의 안전권 뿐만 아닌 환자들의 생존권이 달린 치료환경을 보존하기 위해서라도 형성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이번 사건을 토대로 의료진 폭행과 관련한 보호 체계 및 대책 마련이 절실해질 수밖에 없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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