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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독감 유행의 계절이 다가오면서 여기저기서 마른기침을 토해내는 국민들이 약을 거부하는 이상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감기에 걸리면 약을 먹는다’라는 절대적인 의학상식마저 거부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은 타미플루 사태가 타미플루 포비아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타미플루 부작용 사태로 인해 타미플루를 복용해야 하는 청소년들과 이를 바라보는 학부모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들의 불안한 시선이 꽂힌 곳은 약국가와 관계당국의 책임 공방 세태다. 국민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대안책이 아닌 책임 전가하기에 급급한 공방전만이 국민들의 알 권리를 방해하고 있어 국민들은 타미플루 처방약 앞에서 복용을 망설이며 마른 기침을 감추는 일만 늘고 있다.

타미플루 부작용 사태 발생 초기에는 약사가를 향한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지만 비난의 초점이 약사가를 향해서만 쏟아지는 것은 사건에서 깊숙이 내재되어 있는 근원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 오간다.

현행법상 ‘약사는 의약품을 조제하면 환자 또는 보호자에게 필요한 복약지도를 구두 또는 복약지도서로 하여야 한다‘ 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벌금과 행정 처분이 가해질 수 있다. 타미플루 사태는 해당 약사가 복약지도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 시발점이 되긴 했지만 순전히 복약지도만으로 타미플루 사태가 촉발되었다곤 볼 수 없다. 현행법을 더 들여다보면 약사는 복약지도료 900원을 받고 용법, 용량과 함께 인과관계가 확립되어 있는 부작용을 우선적으로만 환자들에게 전달한다. 다만 여기서 ’우선적으로‘라는 근거는 설명서의 모든 부작용을 환자에게 정확히 언급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2017년 서울고법 판례에서도 명시되어 있는 부분이다.

이를 상기해본다면 지금까지 약사가를 향해 쏟아진 비난의 초점은 모두 허망해지는 것이다. 부작용을 설명하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되었고 이를 향한 비난이 제기된다면 그 후에는 비난의 계기가 된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논의되는 해결 의지는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약사가 앞에 쏠린 비난과 함께 앞으로의 타미플루 부작용 사태를 줄이기 위해서는 약사 관련 처벌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모습인데, 이는 일차원적인 논리에 불과하지 않을까. 약사업계로서는 모든 부작용과 복용 약의 인과관계를 복약지도 중 세세히 환자에게 열거해 설명하기 힘든 불가항력적인 사안이 있다. 모든 부작용을 상세히 열거한다고 해도 부작용이 중대할 경우에는 환자나 부모가 복약을 거부하게 되기 때문에 약사가로써도 현실적으로 복약지도를 상세히 하기 힘들어진다는 것도 약국가 측의 입장이다.
약국가가 복약지도를 하지 않은 데 대한 비난이 필요 이상으로 제기되고 있는 현재의 언론보도나 비난 등이 계속될 경우에는 앞으로의 타미플루 부작용 해결 방안에 대해 생산적인 숙의 과정을 도출해내지 못하는 문제가 생길 것이다. 더불어 약국가 측의 복약지도 과정이 불가항력적 문제에 휩싸여 있다면 이에 근거해서도 관계당국의 입장 표명이 중요해지지만 현재의 관계당국이라 할 수 있는 식약처는 무려 10여년 전부터 계속된 타미플루 부작용 사태에서 해결 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는 모습이다.

타미플루 부작용 사태가 보고되기 시작한 것은 2009년 신종 플루 유행 사태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9년에는 남자 중학생이 타미플루를 복용 후 환청증세를 호소하다 6층에서 추락해 골절상을 입었다. 이후로도 크고 작은 타미플루 부작용은 반복되었고 2016년에는 11세 남자 어린이가 타미플루를 복용한 후 이상증세로 아파트에 떨어져 목숨을 잃었다.

이처럼 타미플루 부작용은 무려 10여년 전부터 반복되고 있고 올해 들어서만 총 3건의 부작요이 보고되면서 그 처참함도 더욱 심대해지고 있다. 신종플루 사태가 진화되고 난 후에도 여전히 이런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 약국가 뿐만 아닌 관계당국의 소명이 중요해지는 시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식약처는 안전성서한 내용을 통해 복용 간 부작용 간 인과관계가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며 주의사항만을 설명했을 뿐이다. 타미플루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사용방법에는 무수한 불분명함이 있기에 당장 약을 복용해야 하는 청소년 환자와 학부모들의 걱정과 불안을 덜 수 있는 가이드라인과 명확한 대안책을 제시해야 하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독감을 치료할 수 있는 궁극적 해결책인 ‘티미플루’에 심대한 공포가 쏠리는 것은 우려될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10여년 간 지속되어 온 부작용 사태에 대해 제도적 방침을 내놓겠다는 해결 의지가 부재해 피해를 입는 대상은 국민이라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저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았다고 해서 제도적 장치 마련에 뒷전인 점, 무의미한 책임 공방 등은 국민들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문제로 번질지도 모른다. 이제는 일차원적인 해결책 제시를 멈추고 국민들의 건강권과 관련 있는 문제에 명확한 해결의지를 보여 약사가와 숙의 과정을 통해 제도적 장치 마련에 힘써 나가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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