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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어린이들의 로망 장난감 ‘액체괴물’의 위험성이 조명되면서 적절한 규제 필요성이 강조되는 등 학부모들 사이에서 불안이 거세다.

시중에 판매되는 액체괴물 장난감 상당수에서 다량의 붕소 화합물이 검출됐지만 정작 국내에는 이를 규제할 적절한 기준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어린이들이 가장 애용하는 완구인 만큼 접촉 빈도가 높은 액체괴물의 위험성으로부터 어린이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안전성 조사와 기준치 도입 등 적절한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액체괴물, 힐링 아이템이 비수로 변모..일반인도 쉽게 구매해 만들만큼 규제 미비

액체괴물은 점액질 형태의 완구로, 쫀득쫀득하고 말랑말랑한 감촉 덕분에 만지면서 심리적 안정감을 찾을 수 있다는 활용성으로 유·초등학생은 물론 성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 층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액체괴물은 지난 1여 년 전부터 끌어온 인기에 비해 위험성 논란이 거듭되어 온 완구 중 하나로 국내 뿐만 아닌 외국에서도 계속해서 안전성 논란이 불거져 왔기에 규제 필요성이 점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액체괴물의 경우 친환경 재료로도 만들 수 있지만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의 액체괴물의 경우 붕사, 렌즈세척액, 물풀, 물, 비즈 등 다양한 재료가 포함된다.

이들 재료는 일반인들도 시중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재료들로 이를 통해 직접 만들 수 있는데, 문제는 이들 재료의 안전성이 보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위험에 노출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주로 사용되는 재료 중 하나인 붕사는 유리, 도자기 등에 첨가되는 유약 원료나 세제, 가글액 등에 적용되는 물질로 알칼리성을 띄는데, 알칼리성을 띄는 붕사에 피부가 장기적으로 노출될 경우 자칫 화상을 입을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실제 미국에서는 한 어린이가 붕사로 액체괴물을 직접 만들고 놀다가 손바닥 전체에 3도 화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또한 일부 액체괴물의 경우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재료 외에도 다양한 재료를 첨가하고 있어 어떤 화합물들이 혼합돼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지 전혀 알 수 없다는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

◆ 가습기 살균제에 포함된 유해물질 포함돼 있기도..안전 기준 대부분 맞추지 못해

실제 액체괴물의 유해성은 각종 연구결과에서 증명되고 있으며 이를 통한 대규모 리콜 조치 로 인해 경각심이 더욱 대두되는 모습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0일 ‘2018년 4차 안전성조사’ 결과에서 1366개 제품을 검사해 안전기준을 맞추지 못한 132개 제품 중 액체괴물 76개 제품에 리콜 명령을 내렸다.

국표원은 이들 제품에서 소치아졸리논(CMIT), 메칠이소치아존리논(MIT) 등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가습기 살균제 물질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간과 신장을 손상시킬 수 있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도 최대 332배 검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종 논문과 연구결과 등도 액체괴물의 위험성을 거론하고 있어 심각성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3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와 보건대학원이 액체괴물 내 붕사나 붕산염 등 붕소 화합물 함량을 분석한 결과, 30개 제품 중 25개에서 붕소가 유럽연합(EU)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문구점 2곳에서 구매한 액체괴물 22개와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한 8개 등 30개 제품을 분해한 뒤 붕소 원소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얻은 것으로 전해진다.

30개 제품 중 21개는 중국산이었고, 24개는 KC마크와 안전인증번호를 동시에 표시해 놓았으며, KC마크만 표시돼 있는 제품도 있었다고 연구진은 확인했다.

분석 결과 붕소 화합물이 유럽 기준치 최대 7배 넘는 2278㎎/㎏이 포함된 제품도 확인됐으며, 25개 제품의 붕소 화합물 평균 함량은 1005±626㎎/㎏으로 나타났다.

붕소 화합물의 경우 생식·발달독성에 대한 위험성이 보고되고 있는 물질로 캐나다, 프랑스 등 선진국은 어린이들이 이 물질에 반복적·장기적으로 노출돼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각종 연구를 통해서도 이 같은 생식독성을 지닌 물질에 과다 노출될 경우 생식기능·생식능력에 유해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아동의 경우에는 발달 능력이 저해될 수 있는 위험성이 경고되고 있다.

◆ 국내에 부재한 붕소화합물 기준..성분 규제 기준 도입 필요성 대두

선진국 등에서는 어린이용 완구에 대한 붕소화합물 기준을 마련해 일정 기준 이상 붕소화합물이 들어 있을 경우 독성 위험을 판단해 리콜 조치를 벌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EU는 완구 붕소 화합물 기준을 kg당 300mg으로 규정해 일정 기준 이상 붕소화합물이 함유돼 있을 경우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어린이용 완구에 대한 붕소화합물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어린이들이 유해물질이 포함된 완구에 무차별 노출됨으로써 예측할 수 없는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지난해 10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리콜된 액체괴물 제품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기에 어린이들의 건강권이 달린 문제에 관계당국이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어린이제품에 대한 안전관리 일환으로 성분 규제 기준 마련이 학부모들 사이에서 강력하게 촉구되는 모습으로, 현재 국민 청원 게시판에서는 “시중에 판매되는 액체괴물 장난감 판매금지 해주세요”, “액체괴물, 슬라임 모두 판매 및 유통 중지 해주세요”라는 청원 글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취약분야인 어린이제품에 대한 안전관리가 부재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위험 사고 발생을 우려하고 있어 또 다른 비극과 포비아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적절 규제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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