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담당

미국의 대표 IT기업 애플이 실적 전망치를 이례적으로 대폭 낮추면서 뉴욕증시를 비롯한 유럽증시, 코스피 등 아시아 증시가 크게 흔들렸다. 애플이 실적 전망치를 대폭 낮춘 이유는 중국의 경제 둔화 때문이며,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미중 무역분쟁까지 더해진 것으로 발표했다. 이는 세계경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 요소가 되고 있다.

15년 만에 매출 전망치 하향 조정한 애플

아이폰의 회사 애플이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15년 만에 분기별 매출 전망치를 대폭 낮췄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2019년회계연도 1분기(2018 4분기) 실적 전망치를 890억~930억 달러(약 99조9500억~104조4400억원)에서 840억 달러로 최대 9% 하향 조정했다.
쿡 CEO는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이유에 대해 중국의 경제 둔화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가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 따르면 “핵심 신흥시장에서 도전을 예상했지만 특히 중국 등의 경제 둔화 규모를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매출 감소의 대부분이 중화권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중화권은 애플 매출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쿡 CEO는 또 미중 무역분쟁도 실적을 하향 조정한 이유로 지적했다.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무역분쟁이 중국의 경제에 추가 압력을 가했다”고 한 것이다. 중국은 무역분쟁 여파로 지난해 12월 제조업이 3년 내에 가장 위축됐고, 유통업 매출 성장세도 1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한 3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은 6.5%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았다.

◆ 애플 주가 10% 하락, 글로벌 증시도 급락

애플이 15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 전망을 낮추자 애플 주가는 10% 가량 폭락했으며, 애플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업체들의 주가도 덩달아 하락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3일 뉴욕증시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83% 급락했다. 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2.48%,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04%나 하락했다.

뿐만 아니라 유럽증시도 애플의 영향을 받아 영국 런던 증시에서 FTSE 100 지수는 이날 전일 대비 0.62% 하락했고, 국내 코스피 지수의 경우 3일 2000선 아래로 내려가면서 2년 1개월 만에 최저치로 마감했다. 이날 전 거래일 대비 0.81% 내린 1,993.70로 거래를 마쳤으며, 오늘(4일)도 장 초반부터 1990선 아래도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 ‘애플 쇼크, 애플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 어두운 전망

애플 사태를 ‘쇼크’로 까지 여겨지는 것은 15년 동안 한 번도 실적을 낮춰서 전망한 적이 없을 만큼 뉴욕증시에서는 대장주 역할을 톡톡히 했다. 투자의 귀재라고 불리는 워렌버핏이 기술주 가운데 가장 처음 선택한 것이기도 했다.

그런데 중국에서 애플 제품이 판매 부진을 보임에 따라 결국 2019년도 첫 회계연도 매출 실적 전망을 낮출 수밖에 없었고, 애플 주가는 하루 만에 약 10% 가량 폭락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문제는 애플의 선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선 애플의 주요 부품업체는 물론 앤비디아 등 반도체 기업 주가도 일제히 급락했다는 점이 어두운 전망을 뒷받침한다.
주요 외신도 글로벌 IT 기업인 애플의 실적 부진의 영향이 애플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블름버그 통신은 애플이 올해 1분기 실적을 대폭 하향 조정한 것은 미국 금융가에 흉조라고 까지 말할 정도다.

CNBC는 IT기업 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CNBC는 스위스 투자은행 UBS 보고서를 인용해 애플 쇼크가 미국의 소매업체 베스트바이(Best Bye)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마이클 UBS애널리스트는 “베스트바이 매출에서 애플 제품이 15~20% 차지한다”면서 “애플은 베스트바이의 판매 측면 뿐만 아니라 소비자를 유인하는 중요한 요소”라며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경제고문격인 케빈 하셋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도 “단지 애플만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애플 외에도 중국 매출에 의존하는 미국 기업들은 성장 둔화와 무역 긴장 고조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무역전쟁을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화살이 향할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는 “애플의 매출 전망 하향 조정은 세계 1,2위 경제 대국의 긴장 때문에 미국이 어떻게 역풍을 맞을지 보여주는 증거”라고 보도했다. 이어 “미국 경제가 무역 전쟁에도 불구하고 계속 빨리 성장할 것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담이 이번 사태로 근본부터 흔들리게 됐다”고 주장했다.

◆ 우리나라 IT 기업들은?

애플이 중국에서의 판매 부진으로 올 1분기 실적을 하향 조정하면서 미국의 경제지표도 불안해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IT기업들에도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미국의 CNBC는 우리나라 IT 기업의 대표인 삼성전자에 대해 중국의 경기하락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의 중화권 매출이 15%인데 반해 삼성은 1% 미만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전세계를 상대로 확장 전략을 펴왔기 때문에 중국 매출 비중이 애플보다 현격하게 낮아 중국 경기 둔화에 타격을 받지 않고 있다는 곳이다.
그러나 삼성은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생산업체이기도 하다. 이는 애플에도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므로 애플 쇼크 영향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을 듯하다. 또 애플의 모바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독점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애플 모바일 액정표시장치(LCD) 모델 일부를 점유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 등 애플에 부품에 공급하는 국내 업체들의 실적 하락도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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