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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최근 자동문 설치 작업 중이던 청년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또 발생하면서 산업현장에서 20대 청년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죽음 행렬이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연말 ‘김용균 법’이 통과됐음에도 현장 근무에 나서는 젊은층 파견, 하청노동자 등 직종에 놓인 청년 노동자들이 여전히 위험 외주화에 노출돼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모습이다.

◆ 경기도 화성 공장서 20대 청년 노동자 사망 사고 또 발생..안타까운 죽음 행렬

지난 4일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한 공장에서 자동문 설치 작업 도중 숨진 A씨가 현장직 근로자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위험 현장에 노출된 근로자들의 사망 사고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한 회사에 입사한 지 7개월 밖에 안 된 노동자 A씨(27)는 자동문 설치 작업 도중 철판 문틀에 신체 부위가 끼어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유족들은 이에 “골든타임을 놓쳐 목숨을 잃었다”며 철저한 경찰 수사를 요구하는 상황이다.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4일 오후 3시 15분쯤 화성시 팔탄면의 한 금속가공 공장에서 리프트에 올라 자동문 설치작업을 하던 중 작업대가 3.5m 높이에서 갑자기 상승해 문틀과 작업대 사이에 끼었다.

사고 현장을 목격한 2인 1조 작업 동료 B씨가 A씨를 구하려 애썼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고, A씨는 이후 출동한 119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유족들은 경찰에 “문틀과 작업대 사이에 끼었지만 구조하는 데 45분이나 걸려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이에 경찰은 2인 1조로 작업했음에도 사망사고가 발생한 이유와 안전수칙 준수 여부, 당일 작업 배치 등 모든 상관관계를 따져보고 있다.

만일 경찰 수사로 산업현장의 정비, 안전관리 부실화가 A씨 사망과의 인과관계로 확정될 경우 이번 사건 역시 김용균 법 촉발 계기가 된 위험 외주화로 인한 비극적인 사고로 분류될 소지가 크다.

◆ 위험 외주화 노출된 노동자들..하청 소속 노동자 사망률 특히 두드러져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산재 사고로 사망하는 사망자 수는 연간 1000여 명에 이르고 있다.

실제 지난 2016년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969명이었고, 2017년에는 964 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루에 3명이 산재로 숨진 셈이다.

그러나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이나 비정규직, 계약직 노동자들의 경우 고용불안을 이유로 산재를 입어도 산재 신청을 못하거나 건강보험으로 처리하게 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에 근거하면 정부 산재 사고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산재 사고 피해자들은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 같은 산재 사고는 위험한 산업현장에 속한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이는 고용노동부의 ‘최근 6년간(2013년~2018년 6월) 3명 이상 사망 재해 발생 현황 및 처벌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실이 제출받은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6년간 3명 이상 사망한 재해는 총 28건 발생했다.

총 109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127명의 노동자가 부상을 입었는데, 사망자 중 원청 소속자 보다 하청 소속 노동자들의 사망률이 더욱 두드러진다.

통계에 따르면 사망자 중 원청 소속 노동자는 16명(15%)인데 비해 하청 소속 노동자는 93명(85%)에 달한다.

부상자 또한 원청 소속 노동자는 14명(11%)인데 비해 하청 소속 노동자는 113명(98%)으로 하청 소속 노동자들이 속한 산업현장의 위험 외주화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난다.

업종별로는 다단계 하도급 등이 일반화되어 있는 현장 구조를 띄고 있는 건설, 제조업 등에서의 사망자가 대다수다.

건설업에서는 16건의 사고에서 52명이 목숨을 잃었고, 제조업에서는 12건의 사고에서 38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김용균 법 촉발 계기가 된 잇따른 산업재해 사망사고 발생률을 두고 유해·위험 작업 하도급 업무를 하는 파견·하청노동자 간접고용이 증가하고 있는 점을 꼽는다.

실제 산업재해 발생률이 가장 높은 유해·위험 작업 하도급 형태는 각 산업현장에서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산업 현장은 인건비를 줄이는 과정에서 작업안전수칙을 대부분 지키지 않고 있어 하청노동자들은 산업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십상이다.

특히 김용균 법 촉발 계기가 된 故 김용균 씨의 산업현장도 1년 단위 계약으로 하도급 노동자를 고용했다 보니 노동자들은 쉽게 숙련도를 쌓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김용균씨는 위험한 업무를 대부분 밤에 혼자 작업했다는 점, 산업 현장에서 안전 수칙이 대부분 지켜지고 있지 않았다는 점 등에서 이러한 배경이 김용균씨 사망 원인이 되었다는 점도 하청노동자들이 속한 산업 현장 안전이 위험 외주화에 노출돼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 ‘원청 사용자성’ 갖춘 기업도 안전 대책에 역점 둬야

김용균 법이 지난 연말 통과됐음에도 여전히 위험 외주화 사망사고가 반복되고 있어 산업 현장 안전에 대한 논의는 관련부처와 정부 등에 한정될 것이 아닌 기업 차원에서도 본격화될 수 있어야 한다는 데 여론의 의견이 모인다.

‘김용균 법’이란 ‘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비롯해 산업 현장 안전규제를 대폭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으로, 유해위험 작업 도급 제한, 원청 책임 강화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용균 법이 지난해 12월 27일 통과되기 전, 수많은 산업재해 사망 사고에서 원청 사업주가 처벌 받은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따라서 이번 법안 개정안을 통해 정부와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조처뿐만 아닌 원청인 기업도 산업재해 안전에 역점을 두고 깊은 논의와 자체적인 대책 마련을 강구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

노동계 역시 지금이라도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원청의 책임을 강화할 수 있는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마련으로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패러다임을 형성하는 등 하청에 대한 지배관리권한을 가진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데 역점을 두는 것이 실질적인 노동자 재해 예방에 관한 방법론으로 제시되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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