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_진우현 그래픽 2담당

[뉴스워커_기자의 窓] 15년 전 참여정부 시절 ‘바다이야기’의 악령이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당시 대한민국 곳곳에 바다이야기 게임장이 들어섰고 사행성 게임 특성상 그 중독성이 강해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는 등 큰 문제를 일으켰다.

이에 당시 ‘바다이야기’ 사건을 담당했던 장윤기 서울중앙지검 마약ㆍ조직범죄수사부 부장검사는 제조사인 에이원비즈 대표 차 모 씨와 판매사 대표 최 모 씨를 구속 기소 한 바 있다.

그로부터 1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당시 100만 명이 넘는 피해자들의 눈물을 흘리게 한 바다이야기와 유사한 행보를 보이는 업계가 현재에도 존재하는 듯 보인다.

한게임 등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웹보드게임 시장이 그곳으로, 웹보드게임 시장은 현재 ‘온라인 게임’이라는 명목 하에 게임물관리위원회에 정식으로 등급심의를 받아 수많은 도박중독자 및 피해자를 양산해 내고 있다.

웹보드게임이란 인터넷을 통해 PC화면으로 포커 고스톱 등 보드게임을 진행할 수 있는 게임물을 말한다. 이 웹보드게임이 ‘바다이야기’와 구별되는 부분은 현금이 아닌 가상의 재화로 게임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게임 속 재화를 현금이나 현물로 환산할 수 없도록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또한 정부는 건전한 웹보드게임 시장이 사행성 불법 도박장으로 변질되는 것을 우려해 해당 법률을 위반한 게임업계에 일벌백계를 내렸다.

일례로 2016년 4월, 전주지법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게임 불법 환전상 전 모 씨에게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징역 1년 6개월에 추징금 10억 6978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일 본지의 취재결과 웹보드게임 불법 환전상들은 15년이 지난 지금에도 각종 포털과 ‘유튜브’, 개인방송, 메신저 등을 통해 활발히 활동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몇몇 환전상들은 구체적인 환전 시세까지 안내하며 ‘정식 등급심의를 받은 온라인 게임’을 ‘바다이야기’와 다를 바 없는 사행성 도박판으로 변질시키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와 같은 불법 환전상의 등장과 함께 사행성 게임장인 ‘바다이야기’와 한게임으로 대표되는 웹보드게임은 같은 선상에 놓였다. 하지만 이와 같은 상황에 유명 웹보드게임 사이트인 한게임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환전상과 일부 악용 이용자가 자사가 제공한 서비스 내용을 왜곡한 잘못이다”고 반박했다.

얼핏 들으면 일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웹보드게임 회사는 플랫폼 제공업체로서 마땅히 도의적 책임을 져야한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웹보드게임 회사가 온라인게임을 ‘바다이야기’로 변모시키는 주원인인 ‘불법 환전거래’에 그다지 주의 깊은 또는 강력한 처벌규정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는데 있다.

실제로 유명 웹보드게임 회사들의 공식사이트 내에는 ‘이용제한규정’ 약관을 통해 불법 환전 행위에 대해 약 1년여 간의 게임 이용제한 처분만을 내리고 있다.

일각에서 웹보드게임사 측이 불법 환전상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으나 회사의 이익을 위해 눈감아주고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웹보드게임업체 대표들은 직접 불법 환전상을 하다가 구속되기도 했으며 사기도박을 눈감아 주는 대가로 뒷돈을 받기까지 했다.

2012년 한 게임사 대표는 9억 원 어치의 게임머니를 불법 환전하다 적발돼 검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이에 모 회사가 직접 나서 불법 환전 사건 관련 공식 사과문을 기재하기까지 했다.

뿐만 아니다 2011년에는 한게임을 운영하는 NHN의 자회사 직원이 불법 환전상의 사기도박을 눈감아 주는 대가로 수억 원을 챙긴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온라인게임이 불법 사행성 도박판으로 변질되는 것이 아닌 건전한 웹보드게임으로 정착되기 위해선 게임 업계와 정부가 공동으로 논의해 점진적으로 해결해 나가야한다.

눈에 띄는 것은 국회가 웹보드게임 건전화를 위한 각종 포럼 및 규제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여는 등 변화의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정부는 웹보드게임이 사행성 도박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위험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제는 웹보드게임 업계의 차례다. 불법 환전상에 대한 침묵과 솜방망이 처벌 대신, 국민 모두가 납득할 만한 약관을 개정하고 재발방지책을 모색해야 한다. 적어도 그 노력이라도 보여야 한다.

이와 관련해 불법 환전상 대응에 대한 본지의 질문에 한게임 측 관계자는 “경찰청 사이버 안전국과 MOU 체결을 검토 중에 있다”며 “게임아이템 및 머니 거래 관련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수사의뢰까지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불법게임 이용자들에게 다방면으로 조치 중에 있다”며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불법 게임이용 근절을 위해 노력중이다”고 밝혔다.
 
2019 기해년이 새롭게 밝았다. 올해에는 웹보드게임 업계와 정부가 함께 발 벗고 나서 사행성 게임 및 인터넷 도박에 중독돼 눈물을 흘리며 고통 받는 국민들이 있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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