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공동으로 전담기구 만들어 대응해야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 극복사례 참조할 만

하우스푸어들에 대한 대책이 정치권, 금융권등지에서 경쟁적으로 선보일 만큼 우리나라 주택시장이 심각하다. 기획재정부도 주택시장 심각성을 인식, 우리나라는 일본, 미국과 달리 주택재고가 부족해 ‘거품 붕괴’와 같은 부동산 가격 급락은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을 정도다. 실제 기획재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인구 가구 구조변화에 따른 주택시장 영향과 정책방향’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생산가능인구가 2017년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서고 가구 증가세도 둔화하고 있어 신규 주택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거품 붕괴로 부동산 가격이 급락한 일본, 미국과는 상황이 다르고, 생산가능인구 비중 감소 때문에 주택시장이 장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지금까지 다른 국책연구기관이나 민간연구소가 이러한 연구 자료를 내놓은 적은 있지만 정부가 이런 자료를 낼 정도로 주택시장분위기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하우스푸어정책,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 극복 사례 참조해야

하우스푸어 대책들이 은행별로 프로그램을 내놓다 보니 대상 선정, 의도나 조건이 상당히 미흡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계부채 규모는 922조원으로 이 중 예금취급기관의 주택담보대출은 395조원이다. 전체 가계부채 중 42.9%를 차지할 정도로 정상적인 방법으로 가계부채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하우스푸어 문제를 잘못 풀었다가는 국가경제 위기로 번지는 만큼 민관공동(private-public partnership)으로 기금 형성을 통한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주택거래 활성화를 촉진하고 부채 감축이 자구적 차원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공공금융기관이 아니더라도 은행권이 공동출자해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어 대응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고용시장개선과 광범위한 모지지론 지원으로 극복

우리보다 앞서 주택경기 침체를 겪은 선진국이 그랬던 것처럼 집값이 반등하거나 소득이 늘지 않는 이상 하우스 푸어 문제는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1930년대 대공황 당시 미국에서는 새로 당선된 루스벨트 대통령 주도 하에 주택 보유자 대부공사를 설립했다. 주택 압류를 막기 위해 대부공사는 정부보증 채권과의 교환으로 은행으로부터 부실 주택담보대출을 매입했다. 100만 건을 구입했는데 그 중 20만 건은 채무자가 재협상된 담보대출을 상환하지 못해 결국 압류로 끝나버렸지만 나머지 80만 건, 총 담보대출의 16%에 달하는 담보대출을 압류의 위험에서 구해냈다. 대부공사가 매입한 부실 담보대출은 47억5000만 달러(당시 GDP의 8.4%)에 달했다.

공사는 담보대출을 매각했고, 1951년에 프로그램이 끝났을 때 평균적인 이윤을 올렸다. 재정비용을 별로 들이지 않으면서 압류를 막는 성공을 거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택가격의 급격한 하락, 압류주택의 급증 등 미국 주택시장은 또다시 극심한 침체를 경험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주택가격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주택거래나 신규주택 판매 증가 등 시장 회복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의 주택시장이 활기를 띄며 확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주택거래가 늘고 있는 가운데 주택착공 건수도 51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주택시장이 오랜 불황을 벗어나는 모습이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10월 주택 착공 실적이 89만4000채로 전월대비 3.6%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2008년 7월 이후 51개월 만에 가장 많은 것이고 시장 전문가 예측치인 84만 채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41.9% 늘었다. 지난달 주택 착공 실적은 건설 경기가 정점이던 2006년 1월 실적 227만 채와 비교하면 40% 수준에 불과하지만 바닥을 치고 상승 전환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주택 매매가 점차 활기를 되찾는 가운데 FHFA주택가격지수와 S&P 케이스쉴러 주택가격지수 역시 동반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지난달 기존 주택거래 실적이 전달에 비해 2.1% 증가한 479만 채로 집계됐다고 19일 밝혔다.

이는 시장전문가들의 예상치 평균 475만 채를 웃도는 수치다. 지난 7~8월 증가 이후 9월 1.7% 감소했던 거래가 최근 고용시장 개선과 더불어 금융위기 이후 미국 정부가 지원한 광범위한 모기지 지원정책덕분이었다. 금융위기가 닥친 아이슬란드도 담보가치 대비 대출비율(LTV)이 110%를 넘는 저신용자 주택의 압류를 유예하고 LTV 110%를 넘는 대출원금을 탕감하고 상환기간을 연장해주는 조치를 취했다. 채무가구의 절반이 원리금 상환부담을 줄이는 혜택을 봤고, 15%가 대출금삭감 혜택을 봤다.

미국의 주택금융시장은 소유주가 집을 포기하면 주택대출에 대한 면책특권이 있고 원금까지 삭감해주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집을 날린 사람에게 추심회사를 시켜 못 받은 채무를 청구 하지 않아, 다시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미국의 경우 90% 이상의 주택담보대출이 장기고정금리형 상품인데 그에 따른 위험 대부분은 공적 지원기관이 분담한다. 실제로 연방주택청(FHLB)은 상업은행, 저축은행 등 주택담보대출 금융회사 보유 주택모기지를 담보로 융자를 실시해 대출기관에 유동성을 제공하고 있다. 금융기관의 자금이 일시 부족해질 경우 연방 주택대출은행에서 유동성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해 리스크를 줄이도록 하고 있다. 이와 함께 프래디 맥(Freddie Mac) 등 주택담보대출 인수 전문금융기관의 주택담보증권(MBS) 발행을 통해 장기대출 리스크를 분담하고 있다.

독일, 네덜란드, 스위스 등 유럽국가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은 만기 20~30년, 금리변동주기를 5년 형태로 유지하면서 금융회사와 차입자가 관련 위험을 나누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필요 장기자금은 커버드본드 발행을 통해 조달한다. 커버드본드는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담보로 하는 채권이다. 시중은행이 커버드본드를 활용하면 모기지 유동성 리스크를 줄이면서 장기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주택금융공사가 금융기관과의 적격대출 협약을 통해 장기고정금리 상품 비중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특별법으로 커버드본드를 발행할 수 있는 규정을 둬 금융기관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민간의 대출 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인센티브 방식으로 대규모 자금을 주택 소유주, 은행에 모두 지원하고 있다. 또한 실업자인 경우, 후순위 대출을 갖고 있는 경우 등 수요자의 다양한 요구들을 반영한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있으며 상담 지원, 모기지 지원 알선 등 어려움에 처한 주택 소유주를 돕기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시장 침체기를 벗어나는 것이 시장, 주택 소유주, 정부에 모두 이익이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장기대환대출과 민간 투자 펀드 등 조성 필요

우리나라의 경우 일정 소득 이상이 되는 계층에는 대환대출 등을 통해 대출금의 구조를 바꿔 자력으로 상환하게끔 도와야 한다. 은행도 당장에 채권을 회수하고 리스크를 없애는 등 무리수를 두기보다는 사회적 책임 이행 차원에서 대출 위험을 분담하고, 또 미래의 성장기반이 될 고객을 확보한다는 자세로 하우스푸어 지원에 나서야 할 것이다. 임대사업을 위한 민간 투자 펀드 조성 등 주택에 대한 수요를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

하우스푸어대상자들에게 매입한 주택은 원소유주에게 환매조건부 임대를 하거나 공공임대주택으로 투입하는 방안을 고려해볼만하다. 재원은 매입 주택을 유동화한 채권 매각 대금과 국민주택기금 중 공공주택 건설자금(10조원)을 합쳐서 마련할 수 있다. 이미 주택이 공급 과잉 상태기 때문에 일부 공공주택 건설자금을 하우스푸어 해결 자금으로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 국민연금 등 각종 연기금들을 하우스뱅크가 보증한 유동화 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하우스뱅크를 지원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만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장기로 전환해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낮춰주더라도 당사자인 은행과 하우스푸어가 스스로 문제를 풀도록 하는 기본 원칙은 지켜야 한다. 하우스푸어 문제를 선심 정책으로 풀려다가는 역효과만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수요자뿐만 아니라 일부 투자자도 용인해야

하우스푸어 문제가 조속히 해결이 안 되면 주택시장, 건설산업위축, 내수 시장에 위험요인으로 직결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하우스푸어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부동산 시장이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게 필요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수요자뿐만 아니라 투자자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물가가 상승하면 주택가격도 물가 상승률만큼 완만하게 오르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런 현상이고 선진국에 비해 주택가격이 그다지 높은 가격이 아니다.

미국, 서유럽, 중국, 호주, 싱가포르, 홍콩 등 금융위기의 충격을 덜고 주택시장이 대반전중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수도권 주택시장은 반등다운 반등도 못 한채 줄 곳 내리막을 걷고 있다. 서민들이 대출 한 푼 없이 억대가 넘어가는 주택을 구입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적어도 대출이자 낸 만큼은 주택가격이 올라줘야 구매욕구가 일어나고 거래가 활성화되는 기본사실을 사회적으로 용인하여야 할 시점인 것이다.

 
박상언 대표는 부동산투자 전문 컨설팅업체 (주)유엔알컨설팅의 대표이사이며,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특임교수’이다. 금융권, 부동산개발, 분양, 정부업체 등을 거치면서 이론과 실력을 겸비한 업계의 대표주자로 인정받고 있다.
또 ‘한국 HRD명강사’에 선정되었고, 2008년 올해를 빛낸 부동산 전문가 대상을 받기도 했다.
명쾌하고 유쾌한 강의로 많은 고정 팬들을 확보하고 있으며, 각 기업체와 투자세미나 등에 단골로 초대되는 인기강사이다.
건축대, 연세대, 단국대 등에서 부동산 투자론을 개설 강의하였다. 또 MBN, SBSCNBC, YTN생생경제, MTN 등 경제방송에도 고정출연 중이며, 각종 매체에 부동산 고나련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웹사이트 :
, 문의: 02-525-0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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