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2) 선수가 코치로부터의 성폭력 사실을 힘겹게 고백하며 수면 아래 가라앉은 스포츠계 미투 폭로가 촉발되고 있다.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 1담당>

[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국가대표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22)가 전 국가대표 코치로부터 폭행 사실을 고발한 데 이어 17살 때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힘겹게 고백해 파장이 일고 있다.

심석희 선수는 코치로부터 상습적인 폭행 위험에 놓여 있었던 상황을 밝히며 스포츠계에서 행해지는 잦은 폭력에 대한 문제제기를 촉발시켜 스포츠계 폭력을 방지하는 법안 마련 등을 촉구하는 담론이 형성된 바 있다.

이같은 상습폭행 사실과 더불어 9일 밝혀진 미투 폭로로 심석희 선수는 심적 고통이 수반되는 성폭력에도 노출돼 있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지면서 여론의 분노는 겉잡을 수 없이 거세지고 있다.

심석희 선수의 힘겨운 고백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코치와 제자라는 수직적 권력구조의 미명하에 행해졌던 스포츠계의 성폭력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사안에 접어들 수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되는 바다.

◆ 심석희 선수, 힘겨운 고백 통한 ‘미투’..전 코치 성폭행 혐의로 추가 고소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2) 선수가 코치로부터의 성폭력 사실을 힘겹게 고백하며 수면 아래 가라앉은 스포츠계 미투 폭로가 촉발된 시점이다.

SBS에 따르면 심석희 선수 측 관계자는 “심석희는 최근 조재범 코치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던 사실을 털어놓았다”며 “고심 끝에 조재범 코치를 추가 고소했다”라고 밝혔다.

심석희 선수는 초등학교 재학 시절 조재범 코치에게 발탁되면서 스케이트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심 선수 주장에 따르면 코치로부터 성폭행이 시작됐다고 밝힌 2014년은 심 선수가 만 17살로 고등학교 2학년 재학 시절부터다.

이때부터 시작해 지난해 평창 올림픽 개막이 시작되기 두달 전 까지 4년 가까이 성폭력 피해를 입어 왔다는 게 심 선수 측 주장이다.

특히 스포츠계 폭력 문제로 확산된 바 있던 코치로부터의 폭행 관련 문제에 관해서는 조재범 코치가 심 선수에게 “운동을 계속할 생각이 없느냐”라는 식의 협박과 무차별 폭행을 당해 왔다고 전해진다.

이 사건이 알려진 계기는 심 선수가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선수촌에서 훈련하던 중 코치로부터 폭행을 당한 뒤 선수촌을 이탈하면서부터다.

조 전 코치는 지난해 1월부터 훈련 중 심석희 선수를 수차례 폭행해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혔고 2011년부터 올해 1월까지도 4명의 선수를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심 선수는 “피고인은 내가 초등학교 재학 시절부터 상습적으로 폭행, 폭언했다”며 “초등학교 4학년 때 아이스하키채로 맞아 손가락뼈가 부러졌고, 중학교에 진학한 뒤에는 폭행 강도가 더 세졌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후 조 전 코치는 최후 변론을 통해 “맹세코 악의나 개인적인 감정이 없었으며, 심석희가 원한다면 눈 앞에 절대 나타나지 않겠다”고 말했다.

현재 법적 공방이 진행 중인 폭행 관련 혐의에 더해 심석희 선수는 성폭력 사실을 고발하며 그간의 힘겨운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심 선수 측 변호인도 SBS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런 범죄가 굉장히 어렸을 때부터 누적적으로 상습적으로 있었기 때문에 본인에 대한 상처는 말할 수 없이 누적돼 있고 고통은 매우 심한 상태”라고 밝혔다.

심 선수를 무려 17세부터 억압해 왔을 조 전 코치의 폭력에 더해 성폭력 문제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심 선수가 미성년자일 때 행해진 범죄임을 감안했을 때 그 처벌은 더욱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조재범 전 코치 측 변호인은 심 선수의 주장에 대해 성폭행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나선 상태다.

국내 스포츠계 성폭력 사건사고, 매년 증가 추세

심 선수는 성폭력 사실을 고발하며 “앞으로 스포츠계 어디에서도 절대로 일어나선 안 될 일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스포츠판에 더 이상 저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고, 어떤 이유에서든 폭행은 근절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호소했다.

심 선수의 이 같은 호소가 담긴 성폭력 고발은 국내 스포츠계 성폭력 문제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실제 최근 5년간 스포츠계 성폭력으로 접수되는 사건사고는 비일비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스포츠계 성범죄는 ‘감독과 선수’라는 관계로 가해자인 감독 등이 선수의 진로나 성적을 결정하는 절대적인 권력자 위치에서 선수에게 성폭력을 가하는 사례로 나타난다.

이 같은 권력구조로 피해자들이 성폭력을 당해도 신고를 하지 못하는 굴레가 계속되면서 수면 아래 잠들어 있는 성폭력 사례도 상당수일 것으로 추정된다.

2016년 기준 스포츠계 성폭력으로 접수된 사건사고 신고 사례수는 184건이며, 그 사례의 처참함도 해가 지날수록 갈수록 심대해지고 있다.

NEWS1 기사에 따르면 곽상도 새누리당 의원이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체육선수 성폭력 실태조사’에서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한 해 평균 41건의 성폭력 사건이 스포츠인권 센터에 접수됐다.

연도별로는 2012년 29건, 2013년 37건, 2014년 57건, 2015년 41건이며 성폭력 사건은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그에 따른 사례로는 지난 2014년 A대학 빙상코치가 미성년자인 선수를 2년간 강간하고 임신을 하지 않도록 배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해 피해자는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2013년 B초등학교 야구부 감독이 학부모에게 성상납을 요구하는 사례가 있는 등 실제 스포츠계에서 성폭력 사건사고는 ‘결실과 성취의 전당’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비일비재하다.

스포츠계 성범죄 문제, 가해자 중심 사건 처리 방식 탈피해야

스포츠계 성범죄에서 피해자들은 성폭력 피해를 입어도 신고를 하지 못 하거나 적법한 구제절차를 받지 못 하는 폐쇄적인 구조에 방치되어 있다.

이러한 문제는 지난해 11월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지적되면서 스포츠계 성범죄 현황을 살피고 지원 체계를 점검하는 논의가 이어졌지만 아직 이렇다 할 법안 마련과 지원 체계는 검토되지 않고 있다.

스포츠계에서 일어나는 성범죄는 스포츠계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여러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관할처인 대한체육회가 모든 성폭력 사건에 관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피해자는 피해 사실을 신고하거나 적법한 구제 절차를 받지 못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에 따라 종목별, 시도별로 분산된 조사가 아닌 통합적인 지원 체계를 마련해 가해자 중심적인 스포츠계 성범죄의 폐쇄성을 탈피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스포츠계 성범죄에 대한 피해 사실을 즉시 고발하고 적법한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련 부처와의 협의 등을 통해 피해자중심의 대책 마련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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