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진퇴양난 상황에 빠졌다. 폴란드에서 화웨이 중국 직원 한 명이 스파이 혐의로 체포 된 것이다. 지난 달 1일 화웨이 런정페이의 딸인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겸 재무최고책임자(CFO)가 이란 대 제재를 이겼다는 이유로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캐나다에서 체포된 후 보석으로 석방된 적이 있었다. 이후 유럽 등에서 5G망 구축 사업에서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는 분위기가 고조된 가운데 발생한 두 번째 사태로 향후 화웨이 영업이 국제적으로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 그래픽 황성환 그래픽 1담당

◆ 폴란드서 체포된 화웨이 간부

11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폴란드 정보기관이 바르샤바에서 인터넷 비즈니스 관련 스파이혐의로 화웨이 직원 한 명과 폴란드 통신사인 오렌지 폴스카의 폴란드인 직원 한 명을 8일에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폴란드 경찰은 화웨이 직원과 함께 사이버 전문가인 폴란드인 직원이 중국에 대한 첩보활동을 한 것으로 보고, 화웨이 사무실과 오렌지 폴스카의 사무실을 수색해 체포된 직원과 관련한 서류 등을 압수했다.
이번에 체포된 화웨이 직원은 왕웨이징이라는 이름을 가진 간부이며, 베이징 외국어대에서 폴란드어를 전공하고, 화웨이 입사 전 폴란드 외교 공관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화웨이로 전직한 후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의 화웨이 지사에서 영업 빛 홍보 업무를 맡았다는 것이다.
함께 체포된 폴란드인은 전직 국가안보부(ABW) 요원으로 체포당시에는 폴란드 ‘오렌지 폴스카’에서 보안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었다.

◆ 화웨이, 체포된 간부 즉각 해고 ‘개인적인 잘못일 뿐’

지난 달 멍완저우 화웨이 CFO에 이어 간부가 스파이 혐의로 체포되자 화웨이는 즉각 해고했다. 12일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화웨이는 전날 성명을 내고 폴란드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왕웨이징 판매국장을 해고한다고 밝혔다.

이어 “왕웨이징이 개인적 이유로 폴란드법 위반 혐의로 체포돼 조사받고 있다”면서 “ 이 사건으로 화웨이의 명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쳐 규정에 따라 즉각 해지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우리는 모든 화웨이 직원들이 주재국의 법률을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은 화웨이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러한 화웨이의 태도에 대해 업계에서는 국제적으로 화웨이 제품에 대한 ‘보이콧’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발생한 사건이라 논란이 더 커지기 전에 일종의 ‘꼬리 자르기식’으로 대처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화웨이는 왕웨이징의 스파이 혐의에 대해서도 단순한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로 일축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화웨이가 직원을 즉각 해고한 것은 스파이 행위를 자인하는 꼴이 됐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 화웨이 폴란드를 거점으로 유럽에서 성장해
화웨이가 스파이 혐의로 체포된 간부에 대해 ‘개인적인 차원’으로 돌리며 즉각 해고하는 등 발 빠르게 대처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화웨이가 폴란드를 거점으로 유럽에서 성장해 왔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2000년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 유럽 연구 개발(R&D) 센터를 개설하여 유럽 진출 후 신장비와 스마트폰 판매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왔다. 특히 폴란드를 유럽 지역의 주요 거점으로 삼고 수도 바르샤바에 유럽 23개국의 판매 업무를 총괄하는 동‧북부 유럽지사를 세웠다.

그렇기에 폴란드는 화웨이의 주요 시장이기도 하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화웨이는 폴란드에서 주요 통신사 4곳과 모두 협력하고 있고, 스마트폰 공급량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2위 업체이기도 하다. 또한 지난해 9월에는 이번에 문제가 된 오렌지 폴스카와 함께 폴란드 남서부에 5G 기지국을 건설하고 네트워크를 시험하기도 했다.

이렇게 화웨이는 폴란드를 유럽 지역의 주요 거점으로 삼고 사업을 확장하면서 2017년에는 화웨이의 전체 매출의 27%를 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폴란드 입장에서는 이번 일로 화웨이에게 뒷통수를 맞은 느낌일 수 있다. 결국 폴란드 정부는 유럽연합(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중국 화웨이 통신장비에 대해 공동으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12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요아힘 브루진스키 내무장관은 이날 폴란드 라디오 방송 RMF FM과 가진 인터뷰에서 스파이 혐의로 체포된 화웨이 직원과 관련해 EU와 NATO가 통신된 접근 방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상황이 악화되자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13일 사평을 통해 폴란드가 미국 앞잡이 노릇을 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환구시보는 부르드진스키 폴란드 내무장관이 EU와 NATO가 화웨이의 통신장비 사용을 배제할지에 대해 공동으로 입장을 정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폴란드 국가정보기관 관계자가 체포자 신원을 트위터에 공개할 때 미국 국무부와 중앙정부국(CIA), 연방수사국(FBI)를 해시태그 했다는 점을 들어 화웨이 직원 체포 사태 뒤에 미국 그림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즉 이번 사태도 미국의 화웨이 때리기의 연장선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폴란드는 오히려 “공공기관에 대해 화웨이 제품 사용을 금지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면서 “더 나아가 폴란드 정부가 화웨이 제품에 재한 전면적인 금지 조치를 취하기 위한 입법조치도 모색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이로써 폴란드를 비롯한 유럽 전체, 더 나아가 국제적으로 화웨이 영업이 상당히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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