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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지난 13일 암사역에서 발생한 이른바 ‘암사역 흉기 난동 사태’를 두고 경찰의 초기 진압이 소극적이었다며 실망한 여론과 이에 따른 공권력 강화 청원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의 권한이 강화될 경우 공권력 남용, 경찰의 실적 의욕 등 문제 소지가 불거질 수 있는 데다 시민들의 인권을 훼손해 사회적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는 딜레마도 형성된다.

“시민 생명 위협받는데..경찰 대응 소극적이었다”…쏟아지는 비난과 실망

많은 시민들을 두려움에 떨게 한 이른바 ‘암사역 칼부림 난동’ 사태에서 피해자를 위협한 A(18)군은 현재 경찰에 입건된 상태다.

경찰에 따르면 13일 암사역 3번 출구 앞에서 A군은 친구 B군(18)과 다툼을 벌이다 몽키스패너를 꺼내 휘둘렀고, 이를 B군이 막자 커터칼을 꺼내들고 B씨를 위협해 상해를 입혔다.

상황이 위협적이었던 만큼 당시 상황을 목격한 시민들은 이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했고, 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해 가해 행각을 담은 장면의 영상은 빠른 속도로 확산됐다.

해당 영상에는 서로 몸싸움을 하다 A군이 B군을 칼로 위협하는 모습, A군이 경찰을 바라보며 대치하는 장면이 담겼다.

특히 영상이 게재된 커뮤니티 글에서 목격자 진술 등에 따르면 A군은 경찰의 경고에도 흉기를 버리지 않고 오히려 위협하거나 시민들이 모여 있는 쪽으로 도주를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시민들의 위험과 공포가 가중된 상황에서 경찰이 미온적 대응을 했다는 여론의 지적이 제기된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일부 시민들 목격담에 따르면 실제 사건 현장에서 경찰은 칼을 든 A군을 일정 시간 제지하지 않고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거나 해 시민들의 불안과 공포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경찰의 소극적 대응에 일부 시민들이 나서 칼을 든 A군을 제지했다는 목격담도 전해지면서 경찰의 소극적 대응에 실망한 여론의 반응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누리꾼들은 “칼을 든 가해자가 시민을 위협에 빠뜨릴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경찰이 초기 대응에 소극적이었다”, “충분한 위험 상황인데도 테이저건을 사용해 가해자를 제지하지 못한 경찰을 이해할 수 없다” 등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 경찰, “테이저건 사용 일정 부분 한계 존재”…지침의 문제란 해명도

경찰의 대응이 소극적이었다는 비난이 여론의 한목소리로 주장된 가운데, 경찰은 지침에 따라 대응했다며 비난의 원인이 된 테이저건을 사용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선 일정 부분 한계가 존재한다고 해명했다.

복수매체에 따르면 민갑룡 경찰청장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장에서 대치를 하면서 (피의자)를 진정시키고, 상태를 봐서 물리력을 행사하는 일련의 과정이 있다”며 “SNS 영상에 따르면 (경찰 대응이) 소극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현장 출동 경찰은 매뉴얼에 따라 조치를 했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현장 출동 지침, 매뉴얼 등에서 경찰 대응 기준이 모호한 한계점이 있어 경찰 무용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는 게 경찰의 주장으로 파악된다.

경찰관 직무직행법 10조에는 총기 사용이 허가되는 경우는 정당방위, 긴급피난, 징역 3년 이상의 실형을 받을 수 있는 피의자가 저항, 도주 시 위험 물건 소지 범인을 체포할 때 등이다.

테이저건은 5센티미터 두께의 물체도 관통할 정도의 파괴력이 있어 경찰은 이러한 직무직행법에 따라 징역형 이상의 범죄자 진압 때만 테이저건을 사용할 수 있는 엄격한 규정을 따른다.

테이저건 사용 규정에 따르면 테이저건은 범인과의 대치 거리가 근거리일 경우에 몸을 갖다 대 일시적으로 중추신경을 마비시키는 전자충격기로만 사용하도록 하고 있고, 불가피할 때에는 몸을 향해 쏘도록 규정돼 있다.

또 테이저건은 구두로 경고 후 상대방이 정지 상태인 경우에만 가슴 이하 하복부 등 근육 부위를 조준해야 하며, 14세 미만 피의자와 임신부에게 쏴서는 안 된다는 게 사용규정이다.

다만 테이저건 사용 규정에서 ‘위험하고 급박한 상황’에 대한 해석 기준이 모호하다는 게 경찰 초기 대응 시 테이저건 사용의 한계로 지목된다.

1분 1초 상황이 빠르게 급변하는 범죄 현장에서 테이저건 사용 지침의 정당방위, 긴급피난, 징역 3년 이상의 실형 등 기준을 적용하기엔 무리가 따르기에 경찰 초기 대응 매뉴얼과 테이저건 사용 규정에 대한 상세한 규정이 마련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경찰 공권력 강화 청원 봇물…이에 따라 형성되는 딜레마

이번 사건에서 경찰의 소극적 대응 원인이 경찰 초기 대응 매뉴얼과 테이저건 사용 한계점 등 공권력 상 문제로 제시되자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경찰의 공권력 강화를 주장하는 청원글이 속속 게재되고 있다.

15일 올라온 ‘대한민국 경찰의 공권력과 총기사용에 대한 자체적 권한을 확대해주십시오’라는 청원글에 따르면 청원자는 “암사역 칼부림 사건에서 경찰의 대처를 보고 정말 대한민국 경찰 공권력이 얼마나 낮은지 알 수 있었다”며 “자칫하면 대형사고로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인데도 불구하고 실제총기도 아닌 테이저건을 쏘는 것도 조심스럽게 사용하는 것만 아니라 그 테이저건 또한 빗나가는 것을 보았다. 이 사건을 보고 경찰의 공권력을 높여 달라는 청원을 하게 됐다”고 적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엔 “테이저건은 정작 필요할 때 발사하라고 총이지만 인권침해, 과잉진압 등의 주장은 수없이 있어왔다”며 “이는 대한민국의 법이 문제다. 경찰관들은 매뉴얼대로 따라야 하고, 어쩔 수 없으니 빠른 기간 내에 대한민국 경찰관들도 공권력을 강화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는 글도 올라왔다.

범죄현장에서 경찰의 소극 대응 논란은 수없이 발생해왔기에 이에 대한 개선안으로 경찰청은 ‘물리력행사기준’을 완성했지만 아직 논의단계에 있어 현장 지침에 실질적으로 도입될 가능성은 미지수다.

경찰의 공권력 행사 지침 등 개선안에 매번 제동이 걸리는 이유는 경찰의 공권력 행사가 과도할 경우 무고한 시민들의 인권침해로 이어질 수 있는 딜레마 때문이다.

공권력 강화를 요구하는 시민의 요구가 단호하고 엄중해지고 있음에도 일부 인권단체 등에서는 현재의 공권력이 범죄 현장에서 적용되기에 문제 소지가 없다고 피력해 맞부딪히는 갈등도 존재한다.

이처럼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찰의 초기 대응 매뉴얼과 관련한 법 체제에 관련 부처가 협의 하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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