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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국제정세]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유럽연합(EU)와 타결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합의안이 15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하원 승인투표에서 부결됐다. 당초 많은 전문가들이 부결될 가능성을 높게 점쳤는데, 실제로 230표차라는 큰 표차로 부결되고 말았다. 합의안이 부결되자 제 1야당인 노동당에서는 메이 정부 불신임안까지 제출했다. 이로써 오는 3월 29일로 정해진 브렉시트 날짜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영국은 혼란스러운 정국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영국 의정 사상 가장 큰 표차로 부결

15일 영국 하원은 브렉시트 합의안을 찬성 202표, 반대 432표로 부결시켰다. 이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하원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파와 연립정부를 꾸려온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 야당인 노동당 등의 반대가 거셌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메이 총리는 투표 전부터 의원들에게 “합의안 부결은 영국을 불확실성과 분열로 몰고 가는 것”이고 “브렉시트는 나의 의무”이며, “합의안을 가지고 질서정연하게 EU를 떠나고 싶다”면서 찬성 투표를 촉구했다. 그러나 제1야당인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 등은 브렉시트 합의안이 나왔을 때부터 이번 합의안에 반대 의사를 표현했고, 의원들에게도 반대 투표를 독려해 왔었다. 결국 메이 총리의 호소와는 반대의 결과가 도출되고 말았다.

혼란의 정국, 영국

브렉시트 합의안이 부결되면서 영국 총리실은 하원에서 합의한 대로 3개회 내(21일까지) ‘플랜B'를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플랜B에는 추가적인 설득을 통한 합의안 재표결 추진, EU와의 합의안 재협상, 브렉시트 찬반에 대한 제2 국민투표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코빈 대표가 브렉시트 합의안이 부결된 후 메이 정부 불신임안을 제출했다는 점이다. 불신임안 투표는 16일에 실시되는데, 만일 불신임안이 통과되면 메이 정부는 퇴진할 수밖에 없고, 영국은 조기 총선에 돌입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새로운 내각이 구성되면 제2차 투표를 통해 EU를 탈퇴하느냐, 잔류하느냐를 다시 결정할 가능성도 있다. 즉, 3개월이 채 남지 않은 브렉시트 날짜 안에서 조기 총선, 새로운 내각 구성, 브렉시트 제 2차 투표 등을 치러야 하는 혼란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불신임안 통과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보수당과 연정을 통해 과반 의석을 유지하고 있는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은 코빈의 집권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메이 총리는 하원의원들과 보완해야 할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해 논의하게 되는데, 문제는 EU가 이미 재협상은 없다고 밝혔기 때문에 메이 총리로서는 선택할 수 있는 플랜B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노딜 브렉시트 되면

영국 정부의 플랜B 가짓수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 최악의 경우 ‘노딜 브렉시트’로 끝날 수 있다. 대부분이 전망하고 있듯이 ‘노딜 브렉시트’는 유럽 경제에 재앙이 될 수 있다. 우선 영국의 경제가 흔들린다. 영란은행은 지난해 말 보고서를 통해 ‘노딜 브렉시트’ 시 실업률이 7.5%까지 치솟고 집값은 30%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파운드화가 폭락하고 약 1년 만에 경제는 8%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뿐 아니라 EU 역시도 경제가 위험해질 수 있다. 양측의 사람과 자본 이동이 제한되고, 관세도 갑자기 부활하게 돼 유럽 전역이 혼란에 빠지게 된다. 또한 '노딜 브렉시트‘로 인한 혼란은 글로벌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우선 한국만 보더라도 한‧EU FTA를 바탕으로 누려온 영국과의 수출‧수입품에 대한 관세 혜택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만약 ‘노딜 브렉시트’로 마무리 되면 영국으로 수출하는 자동차만 보더라도 관세 10%가 부과될 수 있다. 게다가 영국 경제가 불황 상태에 놓여 환율이 하락하면 우리나라 수출 기업의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시장에서는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 낮게 점쳐

이렇게 노딜 브렉시트로 끝나면 유럽 전역은 물론 글로벌적으로 혼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EU에서는 영국의 잔류를 촉구하겠다는 의견과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를 하겠다는 의견을 냈다.

도널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15일 성명을 통해 “협상이 불가능하고, 아무도 ‘노딜'을 원하지 않는다면 궁극적으로 유일한 긍정적인 해법이 무엇인지 말할 용기를 누가 가질 것인가”하고 말하면서 영국의 EU 잔류를 촉구했다. 투스크 의장의 대변인은 “우리는 이번 투표 결과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영국 정부는 조속한 시일 내에 다음 단계조치에 대해 명확하게 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EU 집행위원회 장클로드 융커 위원장은 투스크 의장과는 다른 논조를 전달했다.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대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융커 위원장도 성명을 내고 “오늘 투표 결과로 영국이 혼란스럽게 EU를 떠날 위험이 커졌다”면서 “우리가 원하지 않는 일이 발생한 만큼 EU 집행위원회는 EU가 충분히 대비할 수 있도록 비상대책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브렉시트 합의안이 부결된 상황에서도 파운드화는 하락했다가 다시 급반등한 모습을 보였다. ‘노딜 브렉시트’는 모두에게 재앙이기 때문에 영국과 EU가 재협상할 가능성이 있고, 영국이 브렉시트 시한을 연장할 가능성도 크다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즉 시장에서는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을 낮게 점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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