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 1담당

지난 2018년 11월 7일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에서는 ‘SDC 2018(삼성개발자콘퍼런스 2018)’이 개최되었고 삼성전자의 여러 미래 먹거리들이 공개되었다.

그 중에서 청중들의 시선을 강렬하게 잡아 끈 것은 역시 폴더블 폰의 ‘인피니트 플렉시 디스플레이’였다. 삼성전자 미국법인의 저스틴 데니스 상무는 연단에 오르자마자 재킷의 안주머니에서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꺼내어 청중 앞에서 디스플레이를 펴고 접는 시연 등을 펼쳤다.

인폴딩 VS 아웃폴딩 논쟁

어두운 조명 등으로 폴더블 폰의 세부 디자인을 파악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폴더블 폰이 매끄럽게 구동되는 것을 볼 때 삼성전자가 내놓은 폴더블 폰의 완성도가 높음은 어렵지 않게 파악이 가능했다.

삼성의 폴더블 폰은 안으로 접는 인폴딩 방식을 채용했고 접었을 때 전면부 커버 디스플레이의 크기는 4.58인치, 펼쳤을 때 메인 디스플레이는 7.3인치로 출시될 예정이며 해상도는 320dpi로 알려졌다.

한편 삼성 폴더블 폰이 제한적이나마 공개되자 일각에서는 인폴딩과 아웃폴딩 방식의 우위를 두고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는 2018년 10월 ‘중국 로욜(Royole)’이 공개한 폴더블 폰 ‘플렉스파이’의 존재와 무관하지 않는데, 플렉스파이는 삼성 폴더블 폰과 반대로 밖으로 접는 아웃폴딩 방식을 채용했기 때문에 이 같은 논쟁은 한국과 중국 간 자존심 대결의 성격까지 띠게 될 정도였다.

인폴딩 방식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접었을 때 화면이 사라지게 되므로 추가적으로 디스플레이 하나를 더 요구한다는 주장에서부터 아웃폴딩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디스플레이가 외부에 노출되어 있어 흠집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등 나름의 근거를 제시하며 뜨거운 설전을 벌였지만 논쟁의 결말은 쉽게 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개최되었던 ‘CES 2019’는 이와 같은 논쟁에 종지부를 찍어줄 기회를 제공했다.

CES 2019에서 로욜은 자사의 플렉스파이를 일반에 공개했는데 일단 세간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 데는 성공했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실제로 플렉스파이를 운용해 본 경험자들은 디스플레이가 180도가 아닌 160~170도까지 접힐 수 있어 간격이 꽤 크게 존재했고, 고무 힌지를 채용하여 디자인 면에서도 세련된 느낌을 주지 않았으며 한 손으로 운용하기에 무겁다는 등의 혹평을 쏟아냈다.

반면 삼성전자는 자사의 폴더블 폰을 통신회사 CEO등 특정인들에게만 제한적으로 공개했는데 사용한 이들의 의견을 인용할 때 출시를 기대할 정도의 높은 완성도를 가지고 있다고 전해졌다.

이와 같은 상황을 종합해본다면 결국 관건은 아웃폴딩 아니면 인폴딩 중 어떤 방식을 채용하는가가 아니라 ‘제품이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완성도를 가지고 있는가?’로 귀결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롤러블 TV 논쟁도 후끈

한편 CES 2019에서는 인폴딩, 아웃폴딩 논쟁 외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롤러블 TV에 대한 장외 설전도 뜨겁게 벌어졌다.

LG전자는 이번 행사에서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R’라는 롤러블 TV를 공개했는데 김현석 삼성전자 CE 부문장은 현재 시점에서는 롤러블 TV의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하지 않으며 시제품 형태의 제작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포문을 열었다.

이에 LG전자의 권봉석 HE 사업본부장은 초기 신제품에 대한 가격 우려는 공감한다고 밝혔지만 디스플레이 진화의 한계를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롤러블 TV 역시 빠른 가격 안정화를 통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발언으로 응수했다.

두 사람의 열띤 공방전은 일단 CES 2019의 공식 어워드 파트너인 ‘엔가젯(Engadget)’이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R를 최고 TV로 선정하면서 김현석 부문장의 판정패 비슷한 결론을 내게 되었다. 물론 최고의 TV로 선정되었다고 해서 가격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김 부문장의 지적이 틀렸다고는 볼 수 없지만 적어도 LG전자의 기술력이 세계에서도 통할 만큼 우수하다는 것은 입증되었다고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삼성과 LG 두 라이벌의 날선 신경전에 가벼운 미소가 들 정도로 약간의 유치함도 느꼈지만, CES 2019라는 무대에서 한국이 자랑하는 두 기업의 제품들이 당당히 세계인들에게 호평을 받을 수 있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앞으로도 삼성과 LG가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 분명하지만 동시에 협력할 것은 협력하여 세계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우수한 제품들을 개발해주길 바라고 그 결과 한국 국민들에게 소소한 자부심을 제공해주었으면 한다.

국민들이 삼성과 LG를 포함한 대기업들에 회초리를 들 때도 있겠지만 대기업들도 한국 국민들의 관심과 애증을 받는 한국 기업들임을 부정할 수 없고, 대기업들도 한국 기업으로서의 책무를 충실히 해준다면 한국 국민들이 그 누구보다 열렬하고 든든한 지지자로서 기업의 우군이 될 것임을 잊지 말아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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