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지난 말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 대사를 통해 ‘10억 달러-협정 유효기간 1년’을 최후 통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 황성환 그래픽 1담당

미국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지난 말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 대사를 통해 ‘10억 달러-협정 유효기간 1년’을 최후 통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1조원을 마지노선으로 두고 5년 협정을 맺길 원했던 우리 정부는 “3년 협정에 1조원 마지노선을 검토해 볼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이 이를 받아들일지 미지수인 상태여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와 미국은 지난해 10차에 걸쳐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해왔다. 특히 지난달 11~13일에 있었던 10차 회의에서는 12억 5천만 달러(약 1조 4천억 원)를 요구했고, 5년 유효기간을 1년으로 줄이자고 요구했다. 이에 우리나라는 1조원 이상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과 1년 유효 기간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전하면서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한 채 해를 넘기고 말았다.

그런데 해리 해리스 주한대사는 지난달 12월 28일 청와대를 방문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만나 10억 달러와 협정 유효기간을 1년으로 하는 최종안을 최후 통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해리스 대사는 ‘최상부 지침’임을 언급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때 해리스 대사는 한국이 분담금을 큰 폭으로 올리지 않으면 한‧미 상호방위조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에서 100% 인상된 금액인 16억 달러를 제시했고, 한국이 반발하자 마지막 10차 회의 때 12억 5천 달러를 제시했으며, 해리스 대사를 통해 10억 달러(약 1조 1300억원)을 마지막 카드로 제시한 셈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당초 제시한 16억 달러에서 10억 달러로 많이 낮아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현재보다 15%의 인상폭이고, 1조원 시대가 열린다는 것도 다음 협상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1조원을 넘어서면 국회 동의와 국민 설득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미국의 최종 제시안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은 유효 기간을 ‘1년’으로 두자는 점이다. 이는 미국이 해마다 물가인상률 이상으로 분담금 액수를 인상하려는 포석을 깔아두려는 의도이며, 해마다 증액 요구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 우리 정부 유효 기간 ‘3년’ 역제안

우리 정부는 무협정 상태가 길어지는 것은 한미동맹에 바람직하지 않은데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2월말로 예상되고 있어 미국이 주한미군 문제를 북한 측과의 거래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만에 하나 있을 위험 요인을 제거하자는 의미에서 조속히 협상을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1조원 이상을 분담하되, 협정을 3년 간 지속하는 새 협상안을 미국 측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9,999억 원으로 5년 간 협정 맺길 원했던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셈이고, 미국이 마지막 카드로 제시했던 ‘10억 달러’는 받아들이되, 1년을 유효기간으로 하는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인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국 측이 물러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외교 소식통이 한 언론을 통해 “미국이 애초 1년을 제시한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9차 회의까지만 해도 서로 접점을 찾아가고 있었는데, 마지막 10차에서 갑자기 태도를 바꿔 유효 기간을 1년으로 제시한 것은 미국이 각국과 체결한 방위비분담 협정을 재검토하고 새 원칙을 마련하려는 의도였다는 것이다. 즉 일본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과의 협상을 위한 포석이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10차 회의 때 미국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새로운 분담 원칙을 마련하고 있으니, 일단 이번 협정의 유효 기간은 1년으로 하고 새 원칙에 따라 다시 협상하자”고 말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의도는 지난달 19일에 ‘시리아 철군’을 발표하며 언급했던 내용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사라 샌더슨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시리아 철군을 발표하며 “미국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언제든 미국과 동맹은 모든 수준에서 다시 개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즉, 우리와 10차 회의를 할 때 ‘새로운 분담 원칙 마련을 운운'한 것도 동일한 맥락이었던 것이다.

◆ 주한미군 철수 혹은 감축 가능성은?

만약 우리가 역제안한 ‘3년’ 유효기간에 대해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시리아 사례처럼 주한미군을 철군하거나 감축할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가능성이 낮은 예측이라고 말한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 상황에서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가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성과를 위해 동맹국에 분담금을 더 받아내기 위한 방위비 압박은 계속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회국방위원회 소속 김종대 정의당 의원도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를 통해 “미국의 아시아 태평양 전략은 대중국 전략”이며, 이를 위해서는 한반도에 주한미군을 주둔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에 감축이나 철군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이러한 전문가들의 의견에 비춰봤을 때 단순히 북한 때문에 주한미군을 주둔시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문제를 북한 측과의 거래 대상을 삼을 수 있다는 우려로 방위비 협상을 조속히 마무리 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다. 외교부도 지난 22일 “주한미군 문제는 한미동맹 차원의 문제로서 북한과의 핵협상에서 논의될 성질의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협상을 마냥 늦출 수는 없다. 2월까지 합의가 안 되면 주한미군에 고용돼 있는 한국인의 고용 인건비가 지급이 안 되기 때문이다. 다만 자국의 무조건적인 이익을 위해 동맹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에 끌려가다시피 협상하는 일은 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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