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셧다운(일시업무정지)이 34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셧다운 사태 해결을 위해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각 제시한 예산안마저 24일(이하 현지시간) 부결됐다. 이로써 셧다운은 사상 최악의 장기전으로 치닫고 있으며, 경제 피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편, 백악관에서는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트럼프의 타협안 결국 부결

▲ 34일째 이어지는 셧다운 해결할 공화‧민주 예산안 부결...경제 피해 우려 커져, 미국 투자은행 JP모건, 미국의 올 1분기 경제성장률 전망치 2.0% →1.75%로 트럼프, 국가비상사태 선포할까 (그래픽 황성환 그래픽 1담당)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을 둘러싸고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이 한 치의 양보없는 대치를 계속하면서 셧다운 사태도 지속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화당에서 트럼프의 타협안을 제출하고, 민주당도 예산안을 내놓으면서 미 연방 상원이 표결에 부쳤으나 모두 부결되고 말았다.
공화당은 지난 19일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장벽 예산 57억 달러와 민주당이 존치를 원하는 다카(DAKA‧불법체류청년 추방유예) 폐지를 3년간 유예하는 내용을 담아 제출했다. 그러나 찬성 50표, 반대 47표로 가결에 필요한 60표에 미치지 못해 부결되고 말았다. 장벽건설비용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민주당표 예산안도 찬성 52표, 44표로 역시 부결됐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사이에 셧다운에 대한 입장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셧다운 사태가 한 달을 훌쩍 넘어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상원은 24일 오후 민주당이 제안한, ‘오는 2월 8일까지 3주간 임시로 셧다운을 종료하는 예산안’을 표결에 부칠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 밴홀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연방정부를 한시적으로 여는 예산안이 이날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고,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3주간 임시 예산안에 대해 제안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상원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새라 센더슨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3주 동안의 임시 예산안은 국경방벽 건설 예산이 포함됐을 때만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 셧다운 더 길어지면 경기침체 가능성 있어

셧다운 사태가 길어지면서 미국의 경제 피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우선 한 달 이상 지속된 셧다운으로 경제 피해가 셧다운을 불러일으킨 57억 달러의 국경장벽예산을 이미 넘어섰다는 분석이다. 21일 미 CBS에 따르면 베스 앤 보비노 S&P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22일부터 시작된 셧다운으로 주당 평균 직간접 피해액은 12억 달러(약 1조3572억 원)에 이른다고 주장하면서 5주차까지 이어진 경제피해액은 약 60억 달러(약 6조7860억 원)로 추정했다. 그러나 업계 및 소비자들에 미치는 영향은 더 커지고 있어 피해액은 증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의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을 하향 전망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미국의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0%에서 1.75%로 하향조정했다는 것이다. JP 모건은 미국의 연방정부의 셧다운이 사상 최장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렇게 전망했는데, 오로지 정부 부분의 감소분만 반영했을 때 1.75%”라는 것이고 “민간부문 경제활동에 미칠 잠재적 여파는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뱅크오브아메리카도 셧다운이 1분기 내내 이어진다면 미국 총생산(GDP) 성장률이 1%포인트 감소한다고 전망했다. 도이체방크의 토르스텐 슬로크 수석 국제전문가도 지난 16일 블룸버그를 통해 “만약 셧다운이 3월 이후까지 이어진다면 예측 못한 문제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면서 “셧다운이 더 이상 정치 쇼가 아니라 경기침체를 유발할 위험 요소로 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부분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도 인정했다. 캐빈 해싯 미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5일 “셧다운이 일주일씩 연장될 때마다 분기별 성장률이 0.13%포인트 감소한다”고 분석하면서 “향후 성장에도 부정적 영향이 남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23일에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연장정부 셧다운으로 1분기 경제성장률이 0%로 떨어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 “셧다운이 1분기까지 연장된다면 1분기 성장률이 계절적 요인으로 낮은 점을 감안할 때 거의 제로에 가까운 숫자를 나타낼 수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CNN은 “트럼프 행정부 관리가 연방정부 셧다운의 경제적 비용에 대해 내놓은 전망 중 가장 암울하다”고 평가했다. 

◆ 국가비상사태 선포할까

셧다운 사태로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의 타협안과 민주당이 내놓은 예산안 모두 부결돼 셧다운은 언제 종료될 지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 
이런 가운데 미 백악관이 미-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위해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CNN이 24일, 국가비상사태 선언문 초안을 입수했다면서 이 문서가 지난주 보완된 것이라고 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것이다. CNN에 따르면 백악관은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통한 국경장벽 건설을 위해 필요한 예산은 군 건설자금에서 36억 달러, 펩타곤 토목기금에서 30억 달러, 재무부 자산몰수기금에서 6억8천100만 달러를 동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육군 공병부대가 장벽건설에 나서게 되며 환경영향평가는 생략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비상사태 선포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진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금까지의 행보에 비춰봤을 때 참모진 의견과 상관없이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미국민의 60%가 이번 사태의 책임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데다 민주당과의 대치가 극에 달할 수 있으며, 법원에서 제동을 걸 수 있기 때문에 쉽사리 결정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과연 미국의 셧다운 사태가 어떻게 결론 날 지 지켜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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