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_진우현 뉴스워커 그래픽 2담당

[뉴스워커_기자의 窓] 지난 21일, 공공기관들이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를 통해 지난해 4분기까지의 경영정보와 그 현황을 일제히 공시했다.

해당 경영정보 공시에 따르면 공공기관들은 2018년 총 3만3천675명을 신규 채용했다. 이는 지난 2017년 신규 채용 수보다 무려 49.4%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지난해 역대 최고의 공공기관 신규채용 증가폭을 기록한 밝은 이면에는 여전히 ‘공공기관 성차별 채용’으로 구직자들의 피눈물을 흘리게 하고 있는 듯 한 모습이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 대형은행은 성비 내정과 점수 조작 등 성차별 채용비리 정황이 드러나 1심 판결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또한 해당 은행은 2015년 상반기 채용과정에서 남성 지원자의 서류전형 점수를 이유 없이 여성보다 높게 책정해 채용비리를 저질러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문제는 이 뿐만 아니다. 금융권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기업에서 하나의 관행으로 굳어져버린 채용비리가 사기업과는 그 성격이 다른,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고 공익의 실현을 위해 만들어진 공공기관에도 확산되는 모습으로 보여 세간의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례로 수서고속철도의 운영사인 SR은 법인 설립 등기 후 현재까지 단 11%에 불과한 여성채용률을 보였다. 더욱이 SR은 성별별 평균 연봉도 크게 차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4일,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SR의 여성 직원은 남성 직원에 비해 2/3수준에 불과한 연봉을 수령해 오고 있었다.

공공기관의 성차별 채용 현황은 SR이 끝이 아니다. 대한석탄공사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여성을 정규직으로 단 한명만 채용했다. 대한석탄공사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72명을 정규 신규채용 했으나 이 중 여성은 단 한명이었다.  

뿐만 아니다. 한국남부발전이 지난 6년간 신규 채용한 여성 정규직 직원의 수는 전체 정규직 대비 약 20%에 불과했다. 성별별 평균연봉의 차이도 여성 정규직원이 남성 정규직원보다 연 3000만원 가까이 적게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고용평등법 제7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하거나 채용할 때 남녀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짓고 있다. 하지만 해당 조항에 위반해 성차별 채용을 하더라도 500만원 에 불과한 벌금만 납부하면 돼 ‘솜방망이’를 맞고 공공연하게 성차별 채용을 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은 “모든 청년들이 불평등에서 벗어나 차별 없이 실력만으로 경쟁해야 한다”며 공공기관에게 ‘블라인드 채용’ 도입을 강조했다. 이에 공공기관들은 학력ㆍ어학ㆍ연령 및 성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있다.

하지만 2013년부터 현재까지 공공기관의 남녀 고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여성의 신규 채용률이 현저히 낮은 모습으로 보여 조직 내 보이지 않는 장벽, 더 나아가 여성이 조직에 몸담는 것조차 힘들게 하는 일명 ‘유리천장’이 여전히 존재하는 듯 보인다.

지난해 뜨거웠던 사회 이슈 중 하나는 ‘페미니즘’으로 압축되는 성 차별적 사회구조에 관한 담론이었다. 사회구조를 바꾸고자 하는 여성들의 ‘미투 운동’, 불법촬영에 대한 반발로 시작했으나 본질적으로 양성평등을 다룬 ‘혜화역 집회’ 등으로 여성들의 목소리가 거세게 울려 퍼졌던 한 해였다.

사실 기업이 성차별 채용을 공공연하게 자행해 왔고 이를 하나의 관례로 못 박았는지, 능력과 점수에 따라 공정하게 채용했으나 성비가 맞지 않게 된 것인지 완벽하게 파악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공공기관은 사기업보다 더욱 채용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강하게 요구받는 공익을 위한 시설이다. 그렇기에 공공기관 채용비리 감시에 대한 권한이 있는 주무부처, 지방자치단체와 해당 기관은 온 국민이 납득할 만한 높은 징벌 조항 마련과 채용 과정에서 성비를 공개하는 등의 제도개선을 마련해야 한다.

2030세대와 취업준비생들이 극심한 취업난으로 고통 속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들이 사회에 진출해 그들의 목표와 꿈을 이루게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여전한 채용비리와 성차별 채용으로 그들의 눈물을 더욱 더 흘리게 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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