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선과 승무원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되 증거 수집 활동에 나설 필요 있어

▲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담당

[뉴스워커_기자의 窓] 일본은 2018년 12월 20일에 일본 초계기가 구조 활동 중인 한국의 광개토대왕함에 고도 150m로 500m 접근한 것이 국제 법에 부합하는 경계, 감시 활동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설득력은 떨어진다.

먼저 일본은 방위성이 공개한 영상에서 사건 발생 장소가 일본의 EEZ라고 표시하여 초계기의 일상적인 경계, 감시 활동임을 주장하고 있지만 한국 국방부는 지난 1월 22일에 발표한 입장문에서 사건 발생 장소가 한국과 일본의 중간 수역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한국 국방부의 주장대로 사건 발생 장소가 중간 수역이라면 애초에 일본 초계기의 경계, 감시 권한은 인정되기 어려워 광개토대왕함에 대한 저공근접 비행이 정당한 경계, 감시 활동으로 인정될 수 없다.

한편 일본의 EEZ 내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해도 EEZ는 영해와 달리 어로, 지하자원 등 경제적 권한만이 인정되는 구역으로 어로 등 경제행위를 하지 않는 타국의 함선에 대해 150m 고도로 500m 근접 비행한 것이 국제 법에 부합하는 경계, 감시 활동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와 관련하여 UN은 ‘UNCLOS(UN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 유엔해양법협약)’의 PART I에서 영해(Territorial sea)에 적용되는 사항을 규정하고 PART V에서 EEZ(배타적 경제수역)에 적용되는 사항을 따로 규정하여 EEZ는 연안국의 주권이 온전히 미치는 영해와는 달리 독특한 구역임을 분명히 했다.

또한 UNCLOS의 Article 58 제 1항과 Article 87 제 1항의 a에 명문으로 EEZ 내에서의 항행의 자유(Freedom of Navigation)를 규정하고 있어 4발 제트엔진 중형항공기인 P1 초계기가 고도 150m로 500m까지 접근한 것은 국제법상 광개토대왕함에 인정되는 항행의 자유를 침범했다고 볼 여지도 충분하다.

특히 방위성이 공개한 영상에 나온 승무원의 대화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광개토대왕함과 삼봉호가 1t 소형 선박을 향해 탑재한 고무보트를 내려 접근 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초계기는 구조 현장에서 저공접근 비행을 실시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구조 현장에서 벌어졌던 일본 초계기의 근접저공 비행으로 인해 광개토대왕함과 삼봉호는 구조 활동과 일본 초계기에 대한 대응을 동시에 할 수밖에 없도록 강요받았고 초계기와의 충돌 위험으로 구조 활동에 다른 항공기를 활용할 수 없도록 한 점 등이 인정되기 때문에 일본 초계기의 저공근접 비행은 구조 활동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로 평가하는데 무리가 없다.

게다가 방위성이 공개한 영상에서 나온 승무원들 사이의 대화를 통해 일본 초계기는 구조 활동보다는 영상 촬영 등 정보수집활동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을 알 수 있으므로, 일본 초계기의 저공근접 비행은 구난 활동에 있어서 국제적 협력을 강조하는 SAR(Search and Rescue) 협약의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행위로도 해석할 수 있다.

즉 일본 초계기의 저공근접 비행은 UNCLOS에서 인정되는 항행의 자유를 침해하고 해양조난 사고에 있어서 국제적 협력을 중시하는 SAR 협약의 취지에 반한다고 볼 수 있다.

타국 함선에 대한 저공근접 비행은 금기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광개토대왕함에 일본 초계기가 150m 고도로 500m 접근한 것을 국제법상 인정되는 정상적인 비행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일본의 주장이 국제관례와 부합하지 않음은 그리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2014년 4월 14일 미 국방부는 공해인 흑해에서 발생한 러시아 항공기의 저공근접 비행에 대해서 국제법과 국제관례를 어기는 행위로 규정하고 공식 항의한 적이 있다.

AP 통신, 로이터는 미 국방부 대변인인 스티브 워렌(Steve Warren)의 성명을 인용하여 2014년 4월 12일 러시아 전폭기인 Su-24 2대가 공해인 흑해에서 항행 중이던 미국 구축함 도날드 쿡(USS Donald Cook) 근처로 근접비행을 실시한 것에 공식 항의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해당 사건에서 러시아 전폭기 2대 중 1대가 미국 구축함에서 1000yard(약 914m)까지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일본 정부의 주장에 의할 때 국제법상 용인되는 500m 거리의 약 2배 정도에 해당한다. 

또한 미국 현지 시각으로 2015년 10월 29일 조시 어니스트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한국 동쪽 공해상에서 러시아의 해상 초계기인 Tu-142 2대가 미 해군 항모 도널드 레이건 함에 대해 고도 500피트(약 152.4m), 거리 1해리(약 1.852km) 이내로 접근하여 F-18 전투기 4대를 대응 출격시켰다고 발표했다.

이 사례에서도 일본 정부가 주장하는 150m 고도, 500m 접근이 국제법상 인정되는 것이라면 러시아 초계기가 152.4m 고도에 1850m 거리를 유지하여 국제 법을 준수했음에도 미 해군은 F-18 4대를 출격시켜서 과잉대응을 한 것이 된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주장과 달리 미 해군이 과잉대응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는 비무장의 민간 항공기와 달리 군용항공기 특히 초계기는 수상함이나 잠수함을 발견, 격침하는 것이 주요 임무로 공대함 미사일이나 어뢰를 장착할 수 있어 초계기가 일정 거리 이내로 접근하는 것 자체가 함선에 적지 않은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자위대 소속 P1 초계기 또한 하푼, 91식, 매버릭 미사일과 MK46 어뢰 등 함선을 공격할 수 있는 무장을 장착할 수 있어 타국 함선에 무제한으로 접근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 해군 초계기는 일반적으로 300m 고도로 5500m~9900m 거리를 두고 타국 함선에 작전을 수행하여 일본 자위대와 달리 타국 해군에 불필요한 긴장을 조성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다.

특히 방위성이 공개한 영상에서 일본 초계기는 상대 함선이 한국의 광개토대왕함이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한 상태로 저공근접 비행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 스스로 우방국이라 칭하던 함선에 불필요한 긴장 상태를 조성했다는 면에서도 비판이 가능하다.

한편 일본 스스로도 함선에 고도 150m로 500m 접근하는 것이 국제관례에 어긋나고 불필요한 긴장을 조성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1월 22일 국방부 발표에 의하면 일본 측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일 군사 협의에서 일본 함선에 동일 기준으로 제3국 항공기가 접근해도 항의하지 않겠냐는 한국 측 질문에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는 일본 방위성 조차 타국 항공기의 150m 고도로 500m 접근을 용인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일본 방위성이 이와 같은 입장을 공식적으로 확인한다면 당장 동해에서는 러시아의 초계기가 남중국해 등지에서는 중국의 초계기가 자위대 함선에 위협적인 저공근접 비행을 해도 항의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와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구조 활동 중인 광개토대왕함에 150m 고도로 500m 접근한 비행이 국제법상 허용된다는 일본의 주장은 국제관례로 봐도 일본 스스로의 태도로 봐도 동의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충실한 증거 수집 작업으로 국제 여론전에 나설 필요 있어.

최근 실시된 일본의 여론 조사에서 아베 총리를 비롯한 자민당에 대한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는데 이의 원인으로 한일 사이의 긴장 고조를 꼽는 시각이 많다. 따라서 일본 정치권이 지지율 재고를 위해 향후에도 초계기의 저공근접 비행과 유사한 갈등 사례를 일으킬 가능성을 부정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한국은 작전 수행중인 함선, 승무원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생긴다.

한국 공군기의 대응출격, 화기관제 레이더로 경고 등 극단적인 강경 대응도 한 방법으로 고려할 수 있겠지만 국제 여론전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일본 정부에 시빗거리 하나를 더 던져주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강경 대응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신 군사 기밀 유출 가능성이 적은 일반 캠코더 촬영 등 증거 수집 작업에 역량을 투입하고 유튜브 등에 일본인이 아닌 제3국의 국민들이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영상을 게재하는 등의 국제 여론전에 역량을 투입하는 것은 어떨까 한다.

일본은 여러 국제 활동을 통해 국제 사회에 쌓아놓은 이미지가 있다. 따라서 충분한 증거 확보를 통해 국제 여론전을 펼침으로써 객관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일본 국내 여론이 아닌 국제 사회에서 일본이 가진 이미지 손상을 꾀하는 것이 일본에 큰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국제 사회에 가진 이미지가 손상된다면 일본 정치권도 더 이상의 도발이 일본에 도움이 되지 않음을 깨달을 수 있고, 일본 국민 또한 사건을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할 수 있어 도발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부당한 도발을 보고도 즉각적이고 강경하게 대응하지 않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일본 초계기가 저공근접 비행으로 도발을 해온다면 공군기를 출격시키거나 자위권을 행사하는 것이 함선과 승무원을 보호할 수 있는 가장 손쉽고 확실한 방법이지만, 그와 같은 강경 대응이 이뤄졌을 경우 한국은 또 다시 끝이 보이지 않는 논쟁의 진흙탕으로 끌려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일본 초계기가 탑재 무장을 함선에 겨누는 등의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도발행위가 없는 이상 부당한 도발로 인해 생긴 억울함을 잠시 다스리고, 국제 사회가 인정할 수 있을 정도의 증거수집 활동을 지속하는 것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일 뿐 이번 사건에 대해 한국 국민의 1인으로서 한국군을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최전선을 지키는 군이 생각하는 최선의 방법을 도출하고 위축되지 않는 태도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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