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바도 사람입니다. 과거 성장시대에 있었던 대한민국은 알바들에게 인간적인 대우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성장이 정점에 달한 지금 사회 약자들에게 우리는 눈을 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그래픽 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담당>

[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국내 청소년들이 학업과 취업이란 극한 경쟁 체제에 내몰린 것도 모자라 최저임금 미준수·부당처우 등 노동 사각지대에 갇혀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알바 존중법’을 필두로 한 각종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를 면치 못하면서 근로 청소년 대부분이 부당처우와 최저임금 미준수 등 가혹한 시련에 직면하는 상황이 늘어난 것이다.

청소년을 상대로 한 저임금 부당처우 문제는 청소년 근로자와 관련한 제도와 인식이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로 결부된다.

따라서 청소년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 인식변화와 청소년 근로환경의 변칙적 노동관행에 대한 제도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 아르바이트 하는 청소년 중 35%가 최저임금 받지 못해…중학생·여자 청소년 피해가 가장 커

다양한 사회문제 속에 일찍이 근로활동에 뛰어드는 청소년들이 많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근로청소년들이 근로기준법에 의거한 적법한 처우와 최저임금을 받지 못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청소년 아르바이트 노동자 3명 중 1명은 지난해 최저임금(7,530)원 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근로를 한 것으로 조사됐고, 성별로는 여자 청소년들의 비중이 보다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젊은 노동력을 값싸게 부리고자 하는 ‘노동착취’ 문제로도 묘사될 소지가 크다.

28일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7~9월 전국 17개 시·도 초(4~6학년)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청소년 1만 5657명을 상대로 한 ‘2018청소년 매체 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소년 대부분이 근로 활동 중 부당처우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르바이트를 했던 청소년 중 34.9%가 지난해 최저임금인 7천530원에 미치지 못하는 시급을 받았다.

7천530원을 받은 청소년은 21.6%, 7천530원 초과 8천원 미만을 받은 청소년은 10%, 8천원 이상을 받은 청소년은 33.3%로 조사됐다.

노동자의 노동조건이 적힌 문서로 임금 및 지급시기, 노동시간, 해고사유 등 내용이 담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일한 청소년들은 61.6%에 달했고, 작성된 근로계약서를 받지 못한 청소년들도 42%에 달했다.

노동조건이 명시된 근로계약서가 없다면 근로자가 부당한 처우를 받아도 구제받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2016년 청소년 근로실태에 관한 조사 때 근로계약서 미작성 비율이 59.3%로 조사됐는데, 2년이 지나도록 청소년 근로환경이 시대상을 반영하는 형태로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악화된 것이다.

◆ 청소년 근로자들 70.9%, “부당처우에도 참고 일할 수밖에 없었다”…청소년 대상 변칙적 노동 관행 빈번

여가부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근로자 70.9%가 “근로활동 중 부당처우를 겪었지만 참고 일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의 응답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근로기준법과 관련한 정보와 인식 부족을 겪는 청소년들이 근로 활동 중 직면하는 각종 부당함을 인지하고 있어도 성인에 비해 적법한 구제절차를 밟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도 풀이된다.

조사에 따르면 근로 청소년 중 17.7%는 근로하기로 약속한 시간 또는 근무하는 날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초과근무를 사용자로부터 요구받았다는 응답을 했다.

또한 급여를 약속한 날짜보다 더 늦게 받았다는 비율은 16.3%였다.

여가부는 청소년 유해환경 실태 및 대응방향에 대한 조사를 2년 마다 실시하고 있는데, 이러한 수치는 2016년 보다 0.6%포인트, 2.9%포인트 증가한 셈이다.

조사 대상자 14.9%는 휴게시간이 없이 근로를 해야만 했고, 8.5%는 손님에게 언어폭력, 성희롱, 물리적 폭행을 당했다고 대답했다.

8.4%는 임금을 제 때 받지 못 하거나 약속된 금액보다 적게 받았다고 응답했다.

부당한 처우에 항의조차 못 하고 “참고 계속 일했다”는 응답률은 70.09%가, “그냥 일을 그만뒀다”는 응답은 20.2%였다.

청소년들이 제공하는 노동력에 저임금을 이입하는 형태의 ‘노동력 착취’ 현상은 우리 사회의 오랜 병폐 중 하나로 꼽힌다.

앞서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2011년 한국의 18세 미만 근로 아동·청소년이 증가하고 있지만 야간근무나 최저임금 미준수 등이 지켜지지 않는 변칙적 노동 관행이 빈번해 근로감독 의지가 부족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정부는 2017년 12월 유엔아동권리협약 보고서에서 “청소년 다수 고용 사업장을 중심으로 최저임금, 근로계약, 임금체불 관련 기초 고용질서 준수를 위해 감독을 시행하고 있다”며 권고 이행 사항을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저임금과 알바비 미지급 등에 대한 근로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근로청소년을 중심으로 한 근로감독관 확충 및 제도 미비에 대한 마련을 강조했다.

하지만 2017년 기준 근로감독관은 160명, 2018년 452명 등으로 1,000명의 필요성이 강조된 수에 비해 고작 612명이 늘어난 수준이며 이렇다 할 청소년 근로 환경 제도 역시 미비한 실정이다.

◆ 근로청소년 관련 제도적·정책적 지원 늘린다”…청소년 근로자에 대한 인식변화·인권교육도 선순위

이에 대한 대책으로 여가부는 청소년 근로보호센터를 확충해 근로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청소년 및 사업주 대상으로 찾아가는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을 지난해 600회에서 올해 1,800회로 확대한다.

또한 근로감독관이 직접 아르바이트 현장을 방문해 최저임금 미준수, 임금체불 등 부당처우 문제 해결을 지원하는 ‘근로현장 도우미’를 확충할 계획이다.

하지만 청소년 근로현장을 확인할 근로감독관이 부족하다 보니 근로감독관을 충분히 증원하는 예산적 접근도 필요한 상황이다.

청소년들이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받더라도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게 되는 변칙적 노동관행상 문제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인데, 이는 근로기준법 규정이 청소년근로현장에서 왜곡되면서 발생하는 문제다.

따라서 모든 정책적·제도적 과정의 선순위는 청소년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변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최저임금 관련 인식 교육 등의 진행 등 절차 마련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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