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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인권·윤리
[뉴스워커_기자의 窓] 배우자가 비자금 챙겨도 집안 뒤집히는데...하나의 관례로 자리 잡은 기업 총수들의 ‘불법 비자금 조성’
김규찬 기자  |  2580@newswor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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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2.07  12:3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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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화가 나서 한바탕했다, 미안해하지도 않는 모습에 어이가 없었고 정말 울화가 치밀었다”

# “모른 척 해야 하는 건지...좋은데 쓰지도 않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모습에 분통이 터진다”

위 내용은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배우자가 몰래 ‘비자금’을 만든 모습을 목격한 아내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들이다. 이처럼 일반 가정에서도 비자금 문제가 불거지면 해당 집안 분위기가 싸늘해지고, 집안 구성원 간의 갈등을 조장하게 된다.

하물며 국민 전체를 상대로 하는 대기업의 회장이나, 기업 총수의 일가가 불법 비자금을 형성하고 그것을 사적으로 운용하는 행위는 이루 말할 것도 없다. 그럼에도 대기업 총수들의 ‘불법 비자금 형성’은 이제 하나의 관례로 자리 잡을 만큼 공공연한 행위가 된 모습이다.

   
▲ 그래픽_뉴스워커 진우현 그래픽 2담당

지난 1월 11일, D건설 전 S대표가 횡령ㆍ배임 등의 혐의에 대해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S 전 대표는 지난 2007년 12월부터 2011년 9월까지 약 4년에 걸쳐 공사대금을 부풀리고 차액을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250억 원이 넘는 비자금을 조성했다.

이에 D건설 측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비자금을 조성한게 아니다”며 “회사 수주와 직원 격려금으로 사용하기 위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다. 지난해 7월, ‘추적 60분’ 방송 보도에 따르면 S 전 대표와 D건설 임직원들이  22조 2천억이라는 막대한 자금이 흘러가는 4대강 공사를 통해 불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해당 비자금을 로비자금으로 사용했다는 정황이 드러나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당시 S 전 대표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기업들이 비자금을 만드는 방법은 D건설이 사용했던 납품가격 조작 및 공사대금 조작뿐만 아니라 당기순이익 조작, 이중계약, 상품권깡 등 다양하다. 이렇게 불법으로 형성된 비자금은 앞서 가정의 예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좋은데 쓰일 리가 없다.

실제로 지난해 4월, P 전 D은행장은 비자금을 조성,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P 전 D은행장은 ‘상품권깡’으로 30억 원에 달하는 비자금을 조성했고 이중 9000만원에 가까운 금액을 개인용도로 사용했다.

해당 사건을 맡은 대구지법 제11형사부 손현찬 부장판사는 P 전 은행장을 횡령혐의로 징역 1년6개월에 선고했다.

더욱이 피해를 입은 당사인 D은행은 비자금 조성 및 횡령으로 지난해 4월 구속된 P 전 은행장에게 9월까지 매달 2000만여 원의 급여를 지급해 논란이 일었다. 더욱이 P 전 은행장은 퇴직금으로도 수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수령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각에서 기업의 ‘불법 비자금 조성’이 하나의 관례처럼 자리 잡았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기업 총수나 그 일가의 ‘비자금 조성’은 단순히 가정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해프닝과 같은 것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기업의 비자금은 대부분 개인의 총수일가의 사리사욕을 위해서, 탈세나 외화밀반출을 위해서 사용된다. 불법 비자금이 정ㆍ관계에 뇌물로 쓰여 지하경제를 조장한다는 우려 섞인 시각들은 단순히 추측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더욱이 대기업 총수와 그 일가의 불법 비자금 조성, 횡령ㆍ배임에 대해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도 개선돼야 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기준에 따르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의 횡령ㆍ배임에는 기본 2년~5년의 형을 선고하게 돼 있으나 지금껏 불법 비자금 조성으로 인해 법정에 서 수없이 ‘집행유예’를 받아왔던 왔던 기업 총수들을 살펴보면 대법원의 기준이 무색해 보이기까지 한다.

기업 총수들이 바뀌지 않고, ‘솜방망이 처벌’이 개선되지 않으면 기업 경영진의 비자금 조성과 횡령 및 배임범죄는 더욱더 공공연해 질 것이고 근절되지 않을 것이다. 기업 총수들의 개과천선이나 법원의 ‘일벌백계’ 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국민들의 상식 수준에서, 눈높이 수준에서,  단계별로 변화가 일어나야 기업과 법원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 회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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