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사의 부실시공 문제는 어제 오늘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해마다 이런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으로 도저히 고쳐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소비자들은 후분양제를 요구하고 있다. 선 분양은 미리 돈을 내고 나중에 물건을 받는 형태로 하자 문제에 대해 농도 있는 불만 제기를 하지 못한다. 사회가 발전하고 안정화 될 수록 이런 문제는 더 이상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야 할 때로 보인다. <그래픽 진우현 뉴스워커 2담당>

#<51011번째 청원> ‘동양건설의 횡포를 막아 주세요’, “공사가 다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사전점검을 받았고 하자로 인한 민원도 많았지만 건설사는 입주날짜도 통보하지 않고 있다”

#<506085번째 청원> ‘중흥토건 부실공사와 일방적계약해지 및 계약금 갈취’, “‘부산 명지 국제신도시 중흥S클래스 더 테라스’ 곳곳에서 하자 및 부실공사 정황이 발견됐고 한 세대의 하자 접수가 100건이 넘는 곳도 있다”

#<516689번째 청원> ‘LH공사의 부실공사로 인한 하자문제’, “겨울철 습기로 인한 곰팡이 문제와 도배장판 오염 등이 발생해도 입주민 관리문제로 치부해버린다”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이 되던 지난 2017년 8월 17일,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를 모토로 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신설됐다. 20만 명 이상의 국민들이 추천한 청원은 정부와 청와대 관계자(각 부처 장관, 대통령 수석 비서관, 특별보좌관 등)의 답변을 받게 된다. 이중 일부는 실제 정책에 반영된 적도 있다.

이에 부당하게 억울한 일을 당한 국민들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했고 이를 통해 해당 사항들이 이슈화 돼 억울함을 풀기도 했다. 국민과 정치인이 직접 소통해 억울함을 해결하고 정책의 변화까지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바람직한 ‘소통 플랫폼’으로 평가받고 있다.

위 내용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해 들어 새롭게 게시된 ‘건설사의 아파트 부실시공과 그로 인한 하자문제’에 관한 입주예정자들의 불만 섞인 게시글들 중 일부다. 이처럼 현재 올해가 2개월 남짓 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아파트 하자 문제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입주자들의 게시글이 다수 확인됐다.

현재 대부분의 아파트는 선분양제로 건설된다. 선분양제는 건설사가 분양 승인을 받고 주택을 건축하기 이전에 분양자들의 계약을 모집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건물이 완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분양을 받고, 주택 값을 미리 분양자들에게 지불받는다는 점에서 건설사 부실시공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지난 9일 효성중공업이 건설한 ‘의왕백운밸리효성해링턴플레이스’ 아파트에서 사전점검이 있었다.  그동안 분양받은 집 내부를 눈으로 확인 할 수 없었던 입주예정자들은 기대감을 갖고 자신들의 집을 보러 발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입주예정자들은 사전점검에서 자신들의 집을 본 뒤  실망을 넘어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 아파트에서 각종 결로현상, 마감재료 불량, 타일파손 등의 하자를 보였고 심지어 미시공된 부분도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에 해당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이 상태로 주택 사용 승인이 날까봐 두렵다”며 “건설사들이 주택 사용 승인이 떨어지고 나면 항상 나 몰라라 하며 하자 보수에 늦장대응 해왔던 걸 모르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를 통해 “새 아파트를 건설하게 되면 하자문제는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장판이 들린다거나 누수, 타일 파손 등의 하자는 그동안 시공사들에 의해 당연히 발생할 수밖에 없는 문제로 치부해 그대로 준공승인을 내주는 지자체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중흥건설이 시공한 ‘충북 청주 방서 중흥S클래스’ 사전점검에서 3만4000여건에 달하는 하자가 발생했음에도 청주시는 무리하게 준공승인을 해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당시 입주민들은 대표 모임과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중흥건설과 청주시 규탄 집회를 열기까지 했다.

또한 지난해 8월, 효성중공업이 시공한 ‘울산 신천 효성해링턴 플레이스’에서도 크고 작은 하자가 발생했음에도 준공승인이 떨어졌고 효성중공업은 준공승인 이후 입주민과의 대화 채널을 단절해 버렸다. 당시 입주예정자들은 “하자가 있는 집을 건설한 시공사에 책임을 묻고 강력한 법적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입주민들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인 ‘주택 부실 공사’에 대한 건설사들의 안전 불감증과 가까운 안일한 태도는 사실 심각한 문제다. 물론 준공승인을 미뤄 입주 일자를 지연시키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건 다름 아닌 입주예정자들이다. 전 주거지의 전세나 월세 등 계약이 끝난 입주예정자는 길거리에 나앉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시공이 완료되지 않거나 하자가 1만 건이 넘게 발생하는 주택에 무작정 입주예정자들을 입주시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까. 평생을 일궈 마련한 가족의 보금자리인 주택에서, 심지어 선분양제도에 따라 자세한 품질정보를 얻지 못한 채 구입했음에도 내 집 마련이라는 부푼 꿈을 가졌던 입주예정자들은 곳곳에서 발생하는 하자 투성이를 봤을 때 충분히 분통이 터질 만 할 것이다.

더욱이 돈을 미리 받은 건설사는 준공승인이 떨어지게 되면 품질향상을 위한 노력의 동기부여가 확연히 줄어들 것이라는 입주예정자들의 의심은 이미 어느 정도 합리적인 의심이라는 것이 공공연해졌다.

결국 아파트 하자문제로 피해를 보는 쪽은 입주자들이다. 반면 하자 논란의 중심에서 책임을 느껴야 할 쪽은 시공사다. 그럼에도 아파트에서 하자가 발생해 눈물로 항의하는 입주자대표와 관련단체를 역으로 고소하는 시공사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국토부 산하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아파트 등에서 부실·하자를 심사해 달라는 사건 접수 현황은 2017년 기준으로 한해 4000건이 넘었으며 올해 1분기인 3월까지 서울 및 수도권에 70단지의 아파트가 새롭게 들어서며 5만9545가구가 신규 입주한다.

수억 원에 달하는 물건을 완성하기도 전에 팔았고 이 물건에서 1만 건이 넘는 고장이 발생했다. 물론 고장 없는 완벽한 물건을 만들어 공급해야 하는 것이 시공사의 궁극적인 목표다. 잔 고장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고쳐달라고 항의하는 고객을 역으로 고소하거나 돈을 받았으니 수리가 불가능하다고 소통의 창구를 막아버리는, 적어도 이러한 ‘적반하장’식 시공사의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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