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닷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북한의 인권문제가 다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지난해 11월 잠적하고 망명한 이후, 그의 미성년 딸은 북송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강제북송 논란이 일면서 국제사회에서는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 1담당

◆ 조 전 대사대리의 망명

조 전 대사대리의 망명과정에 대해 우리 정부가 파악하고 한 것은, 우선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로서의 임기가 끝나가자 북한 당국으로부터 귀임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초 대사관에서 이탈 후 부인 이광순씨와 합류한 뒤 미국 망명을 타진했다는 것이다. 이를 알아차린 북한 당국이 현지에 추격조를 파견해 조씨 부부의 신병 확보에 나섰고, 대사관에 머물던 조씨 딸은 대사관 직원의 감시 때문에 탈출에 실패해 평양에서 파견된 추격조에 인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추격조는 딸을 이용해 조씨 부부를 유인하려 했지만 조씨가 나타나지 않자 평양으로 함께 귀국했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조 전 대사대리의 잠적 이후 그와 사적으로 친분이 있던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가 딸이 북한으로 송환됐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이에 대해서는 지난 1개월간 다양한 경로로 해당 사실을 최종 확인했다면서 “고등학생으로 추정되는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이 이미 지난해 11월 북한으로 압송됐다는 소식을 지인을 통해 들었다”고 밝혔다. 

북한 당국은 이에 대한 공식입장을 전혀 내놓고 있지 않지만 조 전 대사대리의 잠적은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관 측에서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인토니라 라치 전 상원의원이 우리나라의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로마에 있는 북한 대사관을 방문해 새로 부임한 김천 대사대리 등 북한 대사관 공관원들과 대화를 나눴다”며 “당시 북한대사관 측이 조성길 전 대사대시와 그의 아내의 잠적을 시인했다”고 말했다. 

한편 조씨는 미국행이 여의치 않아 12월 초 이탈리아 당국에 신변안전 보호조치를 요청한 뒤 서방에 망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태 공사는 “조 전 대사대리 부부가 어느 나라로 향했는지 지에 따라 자녀가 북한에서 받는 처벌 수위는 달라진다”고 말했다. 

◆ 이탈리아 내부 논란 확산

조 전 대사대리의 딸 강제압송 소식에 이탈리아 내부에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집권당인 ‘오성운동’ 소속인 만리오 디 스파테노 차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만약 사실이라면 이것에 대해 책임 있는 사람들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면서 “이탈리아는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을 보호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17세 소녀는 이제 세계에서 가장 나쁜 정권 중 한 곳에서 고문당하는 위험에 처해 있다”고 강조했다.

이탈리아 정가에서 파문이 일자 내무장관으로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이 이번 사건의 책임자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는 21일 현지 라디오 ‘안키오’에 출연해 “이 사건은 대사관과 관련된 문제이니 외교부에 물어보라”면서 “나는 아는 것이 전혀 없고, 이번 일과 무관하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외교부도 사실 확인에 들어간 바 있다. 외교부는 20일(이하 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북한 측이 작년 12월 5일 통지문을 보내와 조성길 전 대사대리와 그의 아내가 11월 10일에 대사관을 떠났고, 그의 딸은 11월 14일에 북한으로 돌아갔다고 보고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북한 측은 조성길 대사대리의 딸이 조부모와 함께 있기 위해 북한에 돌아가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으며, 대사관의 여성 직원들과 동행해 북한으로 돌아갔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살비니 부총리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의회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미성년자인 조 전 대사대리의 자녀가 부모와 만나고 싶어 하는 의사를 존중받지 못한 채 북한으로 송환됐을 경우 심각한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제인권단체 국제엠네스티(AI)도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의 북송 보도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면서 “이탈리아 당국은 이번 일에 대해 명명백백히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북한 인권 문제,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논의될까

미국도 북한 인권 문제의 피해국이기도 하다. 북한에 억류됐다가 석방된 후 일주일 만에 사망한 대학생 오토 웜비어 문제가 대표적이다. 이번 일로 북한 인권 문제가 또다시 화두로 떠오르면서, 지난 8일에는 미 하원 외교위원회에 북한 당국의 정치범 수용소 인권 유린 행위 즉각 중단과 석방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에 상정됐다. 더불어 이번 북미2차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의 비핵화협상에 ‘인권’을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우선,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인권 문제를 제기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필 로버트슨 휴먼라이츠워(HRW) 아시아부국장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인권 문제를 다루지 않을 경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북한 주민들에 대한 끔찍한 탄압을 계속하라는 ‘그린 라이트’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레그 스커를러토이우 북한 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은 “연락소 설립이나 북한과의 외교관계가 수립될 때까지 인권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은 인권 측면에서의 항복과 같다”며 인권 문제 제기를 촉구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더 강한 어조로 북한 인권 문제를 협상 의제에 포함시켜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블룸버그 기고문을 통해 “북한 정권의 대규모 인권 유린이 해결되지 않으면 트럼프틑 북한의 미사일 발사대와 해안가 콘도미니엄, 카지노를 맞교환하는 자신의 꿈을 절대 실현하지 못할 것”이라며 인권 제기 문제가 미국의 협상 지렛대를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각계에서 트럼프에 북한 인권 문제를 이번 북미회담에서 의제로 다룰 것을 압박하고 있는 데 과연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