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_진우현 뉴스워커 그래픽 2담당

[2019년 이것만은 달라지자_채용비리 시리즈]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은행권. 밝고 신뢰감 가는 깨끗한 이미지에 맞게 은행은 준 공공기관으로 여겨질 정도로 국민의 신뢰를 얻고, 국가의 지침을 준수하는 공신력 있는 기관으로 인정받는다. 그러다보니 채용과정에서도 공정한 경쟁과 실력만을 두고 뽑으리라는 기대감이 높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고인 물은 썩는 법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조직이기도한 은행권은 방만한 운영과 여러 사회적 차별 및 고정관념 속에 채용비리라는 암세포가 퍼져 어디서부터 칼을 대야할지 입을 다시는 형국이다. 시중은행들에 대한 재판을 올해 줄줄이 남겨놓은 시점에, 은행별로 채용비리 실태를 되짚어봤다.

◆ 최초의 지방은행 대구은행, 대구 경제 든든한 자금줄 마련 “시작은 좋았다” 

최초의 지방은행 대구은행은 1967년 10월 7일 탄생했다. 1억 5000만원도 안 되는 자본금에 서 시작한 대구은행은 지역밀착을 위한 소형 다점포전략과 윤리경영, 환원금융을 통해 지역민들의 신뢰에 힘입어 지역 대표은행으로 부상했다.

대구은행의 점포망을 중심으로 대구시 금고업무까지 맡게 된 대구은행은 창립 이후 10년 만에 폭풍 성장했다. 1억 5000만원이던 자본금이 60억 원으로 늘어났으며, 주주의 수도 16배 증가한 1953명으로 늘어나는 등 주주의 대중화를 실현했다. 지역기업 자금공급 기여율도 설립 초기 10.3%에서 51.3%로 확대됐다.

1978년 11월 지방은행 최초로 전산계산소 설치와 함께 전산시스템을 가동하고 온라인 업무 개발을 본격화했으며, 1979년 10월에는 뉴욕사무소를 개설해 해외진출 발판을 다졌다. 2011년 5월에는 DGB 금융지주가 정식 출범해 대구은행, 대구신요정보, 카드넷 등 3개 자회사를 만들었다. 이후 종합금융그룹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캐피탈 사업 및 사업 다각화 기회를 모색하며 지방금융지주로서는 최초로 보험업에 진출했으며, 중국, 베트남 등 아세안 지역으로 사업을 확대해왔다. 

◆ 지난해 대구은행 압수수색.. 부정채용 의혹 조사 

지역민들의 지지 및 신뢰와 더불어 성장한 대구은행은 작년 한 해 경영진의 비리문제와 장기간의 경영공백 등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검찰이 은행직원 채용 비리 의혹과 관련해 작년 2월 9일 대구은행을 압수수색하면서다. 대구은행은 2016년 신입사원 채용면접에서 서류점수가 낮았던 지원자 3명에 대해 간이 면접에서 최고등급을 주고 최종 합격시킨 혐의를 받았다.

뉴스1에 따르면, 대구지검 특수부(부장검사 박승대)는 대구은행 제2본점 인사부와 제1본점 별관 IT센터, 인사 담당자의 주거지 2곳에 수사관 30여명을 투입하고 압수수색해 인사 관련 자료 뿐 아니라 전 박인규 은행장 휴대폰을 확보했다.

앞서 작년 9월 대구지방법원은 대구은행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최소 23명을 부정한 방법으로 채용한 것으로 추산했다. 법원은 증거를 인멸했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부정 채용자가 더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재판부는 1심 판결에서 ‘부정 채용자’로 지목한 23명 중 20명에 대한 채용을 불법이라고 판단하고 관련자들을 처벌했으며, 20명을 제외한 나머지 3명에 대해선 불법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부정 채용된 이들은 사금고 선정에 관여한 공무원의 자녀, 박인규 전 은행장 운전기사나 고교 및 대학 동창 자녀, 인사부서장 사촌동생, 당시 대구은행 사외이사 친척 등 우수거래처 또는 사회유력인사 자녀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모두 1차 서류에서 2차 PT 면접에 이어 3차 필기, 4차 실무자 면접, 5차 임원 면접 등의 절차에서 점수 미달로 한 번 이상 탈락했지만, 대구은행은 이들의 점수를 조작해 결국 채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을 비롯한 인사 관련 임원 및 실무자 등은 채용을 위해 외부 면접관 및 위탁평가업체에게 속임수까지 쓴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은 작년 11월경 담당자들에게 인사부 컴퓨터 교체, 채용서류 폐기 등을 지시한 증거인멸 혐의도 드러났다.

◆ 대구은행, 부정채용에도 미적지근 대응.. ‘솜방망이 처벌’ 논란 

부정채용에도 불구하고, 작년 12월 28일 해당 사건에 연루된 직원들에게 대구은행은 가벼운 주의성 징계를 한 것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대구고등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이재희)는 채용비리(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박인규 저 대구은행장 등에 대한 항소심 공판에서 일부 연루 직원들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했다. 여기서 박 전 은행장과 함께 기소됐던 A씨는 1심에서 벌금형을 받았으며, 대구은행은 A씨에게 주의 수준의 징계만을 내렸다.

재판을 통해 부정채용이 드러났음에도, 대구은행은 부정채용자 처분에 대해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미적지근한 대응을 보여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부정채용자에 대해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규정이 없어 해당 문제에 대한 징계 처리를 대구은행이 자율적으로 해야 되는데 솜방망이 처벌만 내린 것이다. 

추가적으로 채용비리 배후에 영향을 미친 하춘수 전 대구은행장도 위 공판의 증인 출석을 요청받았지만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나오지 않아 논란이 됐다. 2014년 3월까지 은행장이었던 하 씨는 경산시 전 공무원의 자녀를 채용하는데 최종적인 승인 역할을 했지만 기소를 피했다.

◆ ‘은행장 겸직 논란’ 김태오 DGB 금융회장, 대구은행 부정채용 비리 뽑고 신뢰 되찾을까 

박인규 전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채용비리 및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작년 3월 불명예스러운 퇴진을 한 뒤, 대구은행은 약 10개월 동안 경영공백기를 맞았다. 작년 5월 차기 대구은행장에 내정됐던 김경룡 DGB금융 부사장도 경북 경산시금고 유치 담당 공무원의 아들을 부정 채용한 의혹에 연루돼 자진사퇴하면서다.

대구은행은 작년 5월 김태오 DGB금융 회장이 취임한 이후 지난해 12월 26일이 되어서야 최고경영자승계절차가 재개됐다.

DGB금융 자회사 최고경영자추천후보위원회(이하 자추위)는 대구은행장 선임 절차에 착수했지만 채용비리, 비자금, 펀드 손실보전 문제 등으로 마땅한 후보자를 찾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려 회장-은행장 겸직체제를 결정했다. 노동조합과 일부 임직원들이 겸직체제에 강력 반발하면서 내부진통을 빚었지만, 결국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대구은행장을 2년간 겸직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대다수 금융지주사들이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도록 회장과 행장을 분리해 선임하고 있는 만큼, DGB금융의 '회장-은행장' 겸직체제는 ‘황제경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바 있다.

이에 대내적 반발을 의식한 듯, 지난 1월 말 대구은행장을 겸직하게 된 김 회장은 임직원들 앞에서 ‘후계자를 육성할 것’과 ‘한시적인 은행장 겸직기간 동안 최고의 은행장을 육성한 후 미련 없이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회장이 은행장 임기로 2020년 12월 31일까지 약 2년을 보장 받는 것에 대해 ‘사실상 기존 대형 은행장의 평균 2년 임기를 보장받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권한의 위임을 통한 자율경영체제 구축과 선진화된 지배구조 등을 통해 과거로의 회귀나 권력의 독점으로 인한 폐단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언론에 전했다.

김 회장은 최근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의 현직 임원 19명을 대상으로 차기 은행장 육성 및 승계프로그램을 개시 중이다. DGB금융에 따르면, 약 2년간 진행되는 승계 프로그램은 이들 을 대상으로 1년간 다양한 육성프로그램을 실시한 후,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2020년 1월 3명 내외의 2차 후보군을 선정해 6월경 1명을 은행장 내정자로 선발하고 내년 12월 최종 선임할 예정이다.

이번 채용비리 및 비자금 문제 등에 뒤얽혀 사회와 지역민들로부터 외면과 지탄을 받은 대구은행이 김 회장 체제 하에서 신뢰를 되찾고 발전 행보를 보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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