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시사이슈] 정부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벌인 채용실태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총 2백여 건에 가까운 채용비리가 적발되면서 취업준비생들의 눈물과 울분이 마르지 않고 있다.
2017년에도 정부의 특별점검이 시행돼 공정한 채용질서 확립을 위한 대책을 발표한 바 있지만 뿌리 깊은 채용비리 관행은 여전한 상태다.

▲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담당

공공기관은 자율성이 최대로 보장되지 않아 오히려 민간기관 보다 채용비리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띠고 있다.
그럼에도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공공기관 채용비리 문제는 청년들의 눈물과 울분 앞에 더 이상 방치돼서는 안 될 것으로, ‘발본색원’ 의지가 강력히 표명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공공기관 일자리 늘어났지만…구태로 얼룩진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여전히 반복

올해 정부가 공공기관 일자리를 확충하면서 공공기관 취업 준비생들이 더욱 늘어난 만큼, 관련 피해가 근절되어야 하지만 매년 채용비리는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정부는 공공기관에 2만3000명 이상을 신규 채용하면서 주요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민간 부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작년 대비 큰 폭으로 늘어난 53조원을 투자했다.
이는 공공기관 일자리 활성화를 최우선 목표로 두면서 ‘경제 활력’을 제고해 민간부문 일자리 창출이 활발하게 늘어날 것을 내다본 것과 다름없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9일 ‘공공기관 채용정보박람회’에 참석해 “올해 공공기관은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2만3000명 이상을 신규 채용해 일자리 창출에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공공기관은 작년보다 400여 명 많은 2만3284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또 올해부터 공공기관별 고졸 채용 목표제를 도입하면서 고졸 채용을 2200명인 전년(2000명) 대비 10%이상 확대하고,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지역 인재 채용을 확대해 2022년까지 30%를 채용한다. 
이처럼 공공기관 신규 채용이 큰 폭으로 확대된 것을 계기, 경제 활력을 제고해 민간 일자리 창출이라는 긍정적 미래 자체를 전망한 것은 국민도 마찬가지지만, 정작 취업준비생들의 미래가 암울해지는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여전한 상태다.
권익위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약 3개월간 1205개 공공기관 및 공직유권단체 채용비리 전수조사를 실시해 왔다.
2년 전 특별점검 후에 이뤄진 신규채용 및 최근 5년 간 정규직 전환 사례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그 결과 정부는 910개 공공기관에서 수사의뢰 및 징계, 문책이 요구되는 채용비리 182건을 적발했다.
유형별로는 신규채용 관련 비리가 158건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 비리는 24건이 적발됐다.
특히 16건은 친인척 특혜 채용 의혹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자녀·친인척을 대상으로 특혜 채용한 은행권 채용비리 백태와 전혀 다를 바가 없는 형국이다.

추천순위 조작, 고위직 자녀는 채용 시험 없애는 등 채용 비리 사례 ‘천태만상’

공공기관 채용비리의 규모도 만만치 않지만 채용 비리 행태도 ‘천태만상’의 모습을 띠고 있다.
점수를 조작해 합격자를 바꾸는 고전적 수법부터 응시자가 특별한 문제가 없음에도 전원 탈락시키는 등, 합격 여부가 절실한 취업준비생들에 대해 도의적 책임조차 상기하지 않은 듯 한 불공정 사례가 만연하다.
경북대병원은 2014년 의료 자격증이 없는 응시자를 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의 자매, 조카, 자녀라는 이유에서 일종의 ‘특혜 채용’을 한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2018년에는 신체검사에서 탈락된 응시자를 청원 경찰로 고용했다. 또 근로복지공단 산하 병원에서는 조카, 친구, 자녀가 면접 전형까지 올라온 사실을 인지하고도 면접위원으로 참여한 사례가 적발됐다.
강원대병원은 2018년 말 신규채용 필기시험 성적을 매기며 성적을 조작한 사례가 적발됐다.
이로 인해 합격 대상자인 2명은 채용에서 탈락했고, 성적이 모자라는 2명이 채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대병원 뿐만 아닌 한국기계연구원도 2016년 정규직 채용 과정에서 합격자 추천 순위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단지 면접위원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등의 불명확한 이유를 들어 채용을 취소한 곳도 적발됐다.
보도에 따르면 2016년 전쟁기념사업회는 채용과정에서 최종 면접 대상자를 1명으로 압축했다. 
이후 최종 면접을 앞두고 면접 대상자에 면접 취소를 통보해 탈락시킨 사례가 적발돼 “나이가 어려서 아직 가능성이 높다”는 황당한 이유를 문제 삼은 것이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뿐만 아닌 부산항 보안공사도 2015년 응시자 11명을 전원 탈락시킨 사례가 있다. 
조사에서 응시자 11명의 자격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불명확한 이유를 근거로 합격이 절실한 응시자들에게 고통을 안긴 것으로 해석된다.

해마다 반복돼 온 채용비리지만 결말은 일회성 적발과 솜방망이 처벌…특단의 후속대책은

공공기관 채용비리 의혹은 해마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관행적인 문제다. 
정부 전수조사로 적발된 이번 사례뿐만 아닌 지방자치단체 산하 일부 기관 및 연구소 등지에서도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져왔지만 일종의 ‘흐지부지’가 된 사례가 많다.
공공기관은 자율성과 독립성이 최대로 보장되지 않아 오히려 민간기관보다 채용비리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띠고 있다. 
그럼에도 잊을만하면 나타나는 공공기관 채용비리 문제는 후속 대책과 개선 의지가 명확하지 않기에 반복되는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국민권익위원회는 응시 기회에 제약을 받은 피해자를 구제하고 구제 세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조치를 하면서 채용비리 근절에 대한 엄벌 의지를 확고히 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채용비리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지 않도록 기관마다 양정기준을 통일, 공적 등 감경 여부가 되지 않게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
또 일회성 적발에 따른 한계 극복을 위해 채용실태 전수조사도 정례화 할 계획이다.
반복적으로 비리가 발생하는 취약기관의 경우 감독기관과 특별종합조사를 실시하는 등 채용 전반을 집중 관리할 계획이다.
매년 반복되는 채용비리로 수많은 청년들의 맥을 빼놓고, 눈물을 쏟아내게 하는 부조리한 현실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발본색원’ 의지를 통해 채용비리 관행을 근절하고 공정한 채용질서를 확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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