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고령운전자 적성검사 기간이 5년에서 3년으로 단축되는 등 고령운전자 운전 기준이 강화됐지만, 이러한 기준강화를 비웃듯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는 하루가 멀다 하고 늘어나는 추세다. 평균수명연령이 높아진 만큼 고령 운전자가 많아지면서 참혹한 결과를 야기하는 교통사고 또한 비례해 늘어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 1담당>

[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서울 강남에서 96세 노인이 몰던 차량에 30대 보행자가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고령운전자 교통사고에 대한 사회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고령운전자 적성검사 기간이 5년에서 3년으로 단축되는 등 고령운전자 운전 기준이 강화됐지만, 이러한 기준강화를 비웃듯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는 하루가 멀다 하고 늘어나는 추세다.

평균수명연령이 높아진 만큼 고령 운전자가 많아지면서 참혹한 결과를 야기하는 교통사고 또한 비례해 늘어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이에 무고한 생명을 앗아가는 도로 위의 공포를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장기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잇따른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사회적 문제로 비화돼

96세 노인이 운전 중 보행자를 치어 목숨을 잃게 하는 사고가 발생한지 2주도 안된 시점에서 또 다시 유사한 고령운전자 교통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잇따른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사고는 고령운전자들을 ‘도로 위 시한폭탄’이라고 정의하기에 이를 정도로, 사회적 경각심이 고취되고 있는 상황이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70대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최저 제한속도보다 느리게 운행하다가 사고를 유발해 1명이 숨지고 차량 4대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운전자로 인해 화물차끼리 1차 추돌사고가 난 뒤, 뒤이어 2차 추돌사고까지 나면서 50대 화물차 운전자가 결국 사망한 것이다.

경찰은 사고를 낸 70대 박 모씨가 고속도로 최저 제한속도 시속 50km보다 느리게 운행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외에도 무고한 목숨을 앗아가는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는 매년 증가하고 있어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통계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2014년 2만 275건, 2015년 2만 3063건, 2016년 2만 4429건, 2017년 2만 6713건으로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전체 교통사고 중 고령 운전자 사고 점유율 또한 2013년 8.2%, 2014년 9.1%, 2015년 9.9%, 2016년 11%, 2017년 12.3%로 해마다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 노화에 따른 신체능력저하,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증가 원인으로 꼽혀…실효성 확보 대책 마련 필요한 상황

도로교통공단 교통과학연구원의 ‘고령운전자의 이동성과 자가운전 주요 영향요인’ 연구 등에 따르면 고령자는 노화로 인한 신체 능력 저하로 운전에 결정적 요인을 미치는 순간 상황인식 능력, 처리 능력이 비고령자에 비해 낮을 수밖에 없다.

신체적·인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고령자의 운전 능력 저하는 교통사고 위험변수로 작용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특히 연구에서 고령운전자들은 일반운전자들에 비해 느린 속도로 운전하거나 운전에 어려움을 느끼는 악천후, 야간, 복잡한 도로 조건 등을 피하는 보상행동을 보이지만, 최근 국내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통계는 사고위험이 비고령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확인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이미 겪은 데다 고령화 사회에 일찍이 진입한 외국에서는 특정 연령 이상 고령운전자에 대해 별도 신체검사나 운전면허 적성 검사 기간을 단축하는 등 고령운전자 운전 제도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1998년 고령자 운전면허증 자진 반납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부산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 65세 이상 ‘고령자 운전면허증 자진반납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제도를 전국 최초로 시행한 부산시에 따르면 4천 명이 운전면허증을 반납한 상태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가 중앙정부 차원에서 전국 시행된다고 해도 고령운전자 본인 자의성이 관철되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또 실효성이 미약해 근원적으로 어르신들의 이동권을 확보하고 고령운전을 최소화하는 방안 마련에 고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운전면허증이 있는 고연령자가 아닌 사람도 언젠가는 고연령자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에 급변하는 교통 인프라를 충분히 고려해 고령자에게 효율적으로 이동권을 보장하는 근원적 개선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 당국 대책인 ‘면허 갱신 주기 단축 및 교통안전교육 강화’…고령 이동권 보장할 적절 합의점 모색해야

지속해서 늘어나는 고령운전가 교통사고가 사회적 문제로 비화됨에 따라 정부는 지난 1월 1일부터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시행하고 있다.

초고령화 사회 진입으로 고령자 면허소지자가 급증해 교통사고 발생률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 대비해 면허 제도를 위주로 한 기준을 강화했다.

개정안은 만 75세 이상 운전자 면허 갱신, 적성검사 주기를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고, 안전교육도 의무적으로 이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교통안전교육을 통해 인지능력 진단인 교통표지판 변별검사 등도 진행된다. 지난해까지 고령운전자는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운전면허증을 갱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고령자 운전 기준을 강화하는 여러 제도들은 고령자 이동권을 제한하는 역차별이라는 한계도 지적된다.

대중교통이 발달되지 않은 지방에서는 실효성 없는 정책으로 진단될 수 있고, 고령운전자들이 운전대를 잡지 못하게 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란 것이다.

고령자의 이동권 확보와 교통안전을 충족한 형태로 70대 이상 고령자의 사회적 상실감을 최소화한 상태의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다.

무엇보다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고령 운전자를 배려하는 안전한 교통문화 정착이 필요하며, 사회적 역할 축소를 우려하는 고령자들의 이동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안을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찾는 것 또한 하나의 시급한 과제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