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담당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단재 신채호 선생

[뉴스워커_3.1운동 100주년 기획] 2019년은 황금돼지해이면서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기념비적인 해다. 하지만 이로부터 100년이라는 기나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일제의 잔재, 특히 친일ㆍ전범기업은 우리 사회 뿌리깊이 파고들었고, 우리는 그것이 국민정서와 대척된다는 사실도 망각한 채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뉴스워커는 친일ㆍ전범기업들의 실태를 조사하고 그 민낯을 보도하고자 한다. 이에 두 번째 편성으로 ‘오카모토 콘돔’과 이를 판매하는 오픈마켓 플랫폼을 제공하는 ‘인터파크’에 대해 보도한다. <편집자 주>

◆ 한국 시장점유율 30%, 콘돔시장 글로벌 2위에 빛나는 ‘전범기업’ 오카모토.

‘오카모토’는 ‘오카모노 미노스케’가 1934년 고무를 재료로 하는 의류와 우비, 콘돔을 생산하는 업체를 창업하면서부터 시작된 글로벌 콘돔제작 회사다. 이후 1936년 ‘국제고무공업’의 사명으로 주식회사 전환했고 1938년 중일전쟁이 발발하면서 군수품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지정됐다. 이후 1985년 ‘오카모토 주식회사’로 사명을 변경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오카모토 콘돔은 영국의 ‘듀렉스’에 이어 콘돔시장 세계 2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오카모토 콘돔은 한국에서도 30%에 달하는 시장점유율을 보이며 소비자들에게 많은 인기를 자랑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0.03mm 초박형 콘돔, 0.03mm 알로에  콘돔 등이 있다.

◆ 글로벌 기업 ‘오카모토’, 이면에는 위안부에게 사용할 목적으로 일본군에게 콘돔 보급. 일부 누리꾼들은 불매운동도...

‘오카모토’는 과거 한국 위안부에게 사용할 목적으로 ‘돌격일번’이라는 콘돔을 일본군에게 보급했다. 더욱이 ‘오카모토’가 보급한 콘돔의 물량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한 개의 콘돔을 물에 씻고 소독해 여러 번 재사용했다는 위안부 피해자의 증언이 드러나 대한민국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실제로 한 위안부 피해자는 ‘강제로 끌려간 조선인 군위안부들 증언집’에서 “평일 낮에는 주로 콘돔을 씻었다”며 “일본군이 사용하고 간 콘돔을 안팎으로 씻고 햇볕에 말려서 다시 사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피해자는 “한번 쓴 콘돔을 병에 모았다가 시간이 있을 때 냇가에서 빨았다”며 “이때가 가장 죽고 싶었던 순간”이라고 밝혔다.

이에 한 유튜버는 “오카모토는 전범기업이다”며 “어떠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콘돔인지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다”고 밝혔고 이를 접한 많은 누리꾼들은 “이제부터 오카모토 콘돔 제품을 사용하지 않겠다”며 불매운동의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 그럼에도 버젓이 팔리는 오카모토 ‘0.03mm 콘돔’... ‘인터파크’, 오픈마켓 플랫폼 제공하며 오카모토 콘돔 판매 ‘수두룩’   

27일 본지의 취재결과 오픈마켓 플랫폼인 ‘인터파크’는 현재에도 전범기업 논란이 있는 ‘오카모토’ 콘돔을 수없이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한 대형 쇼핑업체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오카모토 콘돔은 전범기업 논란이 되면서 당사의 사이트에서 2016년 이후로 철수했고, 공식적으로 판매한 적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따른 대형 온라인 쇼핑업체는 “전범기업이라는 사실을 인지 한 상황에서 오카모토 콘돔 제품을 더 이상 판매할 이유가 없다”며 전범기업의 제품 판매에 대해 변화의 방침을 모색할 의견을 보였다. 

하지만 인터파크는 현재도 수백 개에 달하는 ‘오카모토’ 콘돔을 버젓이 판매하고 있으며 심지어 몇몇 판매사에게는 10%에 달하는 할인혜택까지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수의 누리꾼들은 “일제이기 때문에 좋을 것이라고 생각해 구입하기 전에 그 이면에 숨겨진 위안부 할머니들의 눈물을 느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와 같은 국민정서에도 인터파크는 플랫폼제공 업체로서 도의적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며 전범기업 제품 판매에 대해 ‘나 몰라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국민들의 눈살이 찌푸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인터파크 관계자는 “사회적 이슈와 관련해 시스템적으로 제약을 두고 있지 않다”며 “하지만 관계부처 등에서 요청이 있을 경우에는 판매중단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사회적 이슈나 정서적인 부분은 시기와 사회변화에 맞게 적용해 나가야 되는 부분이다”며 “미처 인지를 하지 못했던 부분이라 관련부서에 확인하고 내부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인터파크 지난해 ‘어닝쇼크’급 영업실적 공시...이상규 인터파크 대표 사임, 김동화ㆍ김양선 각자대표 체제 시작, 전범기업 ‘오카모토’ 콘돔 판매 방침 변화 있을까?

지난 13일 인터파크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지난해 4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실적을 잠정 공시했다. 인터파크는 지난해 4분기 1434억63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한 매출액을 기록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73.2%가 하락했다. 인터파크는 지난해 4분기 44억1904만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으나 이는 직전사업연도의 영업이익인 164억7705만원에 비해 120억5801만원이 하락한 ‘어닝쇼크’ 급의 수치인 것으로 조사됐다.

▲ 자료_금융감독원

이에 이상규 인터파크 대표가 사임했고, 인터파크는 강동화ㆍ김양선 각자대표 체재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김양선 대표는 지난해 11월 이사회에서 “사업을 건강한 구조로 바꾸겠다”며 “시장에서 더욱 높은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매년 3.1절과 같은 공휴일이 다가오면 전국 곳곳에서 ‘오카모토’ 콘돔을 불매하자는 운동이 일어난다. 하지만 각종 통계에서도 확인 할 수 있듯이 해당 제품은 한국 시장 점유율 2위에 달하는 인기 있는 제품으로, 현재에도 ‘인터파크’ 등 오픈마켓을 통해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물론 기업의 첫 목표는 수익의 극대화다. 지난해 ‘어닝쇼크’ 급의 기업실적을 기록한 인터파크는 기업수익의 회복이 더욱 시급할 것이다. 하지만 ‘오카모토’ 콘돔을 냇가에서 씻어 재활용하고, 소독제를 뿌려 다시 사용한 위안부 할머니들은 현재도 “오카모토 콘돔을 씻을 때가 제일 싫고 죽고 싶은 순간이었다”며 피눈물을 흘리고 있어 ‘전범기업’ 제품 판매 방침에 대한 오픈마켓 업계의 변화가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 80년 전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오카모토’ 콘돔 물에 씻어 재활용한 할머니들, 기업과 소비자들의 시각도 바뀌어야...

3.1 운동 100주년을 2일 남긴 지금, 아직도 ‘오카모토’의 0.03mm 콘돔은 대한민국 전역에 걸쳐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실제로 오카모토 콘돔을 구매해서 사용해 본 적이 있다고 밝힌 우 모 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얇고 품질이 좋아 사용했다”며 “국내 제품도 있지만 해당 제품이 더 잘 맞아서 사용했다”고 밝혔다.

무작정 해당 제품에 대해 불매를 종용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본과의 국교 정상화로부터 54년이 지난 현재, 한국과 일본은 여전히 ‘독도 분쟁’, ‘위안부 문제’, ‘동해 문제’ 등으로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더욱이 위안부 문제에 있어서는 역사를 잊은 듯 한 일본 정부의 태도와 피해자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는 일본의 자세에 많은 한국 국민들이 분개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오카모토’의 제품이 전범기업이며 위안부에 공급되던 콘돔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기 힘들다. 실제로 해당 사실을 본지로부터 알게 된 우 모 씨는 “그런 기업의 제품인줄은 몰랐다”며 “앞으로는 오카모토의 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는 기업의 차례다. 수익을 창출해야하는 기업들이라지만 그것에만 매달려 전범기업의 제품을 정보비대칭에 있는 국민들에게 무작정 판매하고, 심지어 ‘오픈마켓’ 플랫폼을 통해 쌍방향 거래가 가능하게 하는 기업들의 판매 정책은 신중하게 되짚어봐야 할 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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