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무려 8여 년 동안 지속된 가습기 살균제 관련 시민사회 비판 끝에 검찰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 재수사를 시작하면서 피해 규명에 대한 중대한 진전을 염원하는 사회적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가습기 살균제 파동 관련, 피해와 유해성이 공식 입증된 것은 ‘옥시’ 제품뿐이었지만 최근 환경부가 SK,애경 제품 피해자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유해성 입증에 대한 연구 결과를 제출한 상태다.

또한, 이들 제품에 대한 피해자들의 추가 고발이 계속되자 이에 응답한 검찰이 애경산업 및 이마트 본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본격화하면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규명할 칼날이 점점 진실 끝으로 향하는 모습이다.

◆ 사회적 비판과 기업 향한 ‘책임론’이 수사 불씨 틔워…‘기업 책임 있다 여론 57.8%’

▲ 무려 8여 년 동안 지속된 가습기 살균제 관련 시민사회 비판 끝에 검찰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 재수사를 시작하면서 피해 규명에 대한 중대한 진전을 염원하는 사회적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그동안 가습기 살균제 파동 관련, 피해와 유해성이 공식 입증된 것은 ‘옥시’ 제품뿐이었지만 최근 환경부가 SK,애경 제품 피해자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유해성 입증에 대한 연구 결과를 제출한 상태다.<그래픽_진우현 그래픽 2담당>

8년 동안 피해자들을 고통 받게 한 가습기살균제 참사 재수사는 국민들의 사회적 비판을 통해 형성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 제품 제조 기업 책임론’이 사회에 고스란히 반영된 덕분이다.

이는 가습기살균제 참사사건 관련 국민들의 여론 조사에서도 나타나는데,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가장 큰 책임은 ‘기업에 있다’는 의견이 국내 여론에서 우세한 상황이다.

지난달 7일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진행한 가습기살균제 참사사건 관련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참사 가장 큰 책임이 누구에게 있다고 보는가?”는 질문에 조사 대상 10명 중 6명(57.8%)가 “기업에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에 책임이 있다”는 응답은 40.5%였다.

또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사건 진행 상황을 묻는 항목에 대해서는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응답이 69.7%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어 “잘 모르겠다”, “잘 해결됐을 것”이라는 응답률은 각각 18%, 12.3%에 그쳤다.

또한 이번 설문에 참여한 조사자들은 가습기살균제 잠재적 피해자에 대한 치료 및 보상을 위해 피해자를 찾기 위한 방식으로 “대형할인마트 판매기록 역추적 (42.9%)”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는 재수사를 위한 인과관계 반영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 환경부 ‘SK,애경 가습기 살균제 피해 유해성 입증’ 연구결과로 재수사 ‘탄력’

8년 동안 지속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 규명 관련 유해성이 공식 입증된 것은 ‘옥시’ 제품뿐이었다.

이에 애경과 SK 가습기 살균제 제품 관련 피해를 주장하는 피해자들의 피해 규명 관련 적법한 보상절차 진행에는 인과관계 요소가 빠져 있어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특히 애경산업 등 제조 및 유통업체 20여 곳은 배상 책임에 소극적으로 임하며 책임 규명을 무기한 연장하고 있었기에 피해자들의 눈물과 고통은 지속될 수밖에 없었다.

애경산업은 ‘가습기 메이트’ 판매사로 당시 환경부는 동물실험을 통해 옥시 제품 원료인 ‘PHMG’가 폐섬유화를 일으켰다고 주장하면서도, 가습기 메이트의 CMIT/ MIT가 독성 효과를 나타내거나 폐섬유화를 일으킨다는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해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한 실제 피해자들의 상황별 피해나 흡입기간 등 각기 다른 편차를 반영하려는 노력도 실제 시험에서 반영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공정위와 검찰은 환경부 결과만을 맹신하며 재수사에 소극적 태도를 취했다.

피해자들은 지난 2016년에도 검찰에 애경산업 및 이마트 등 관련 기업들을 고발한 바 있지만,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정부와 검찰 양사 간 소극적 태도로 기소 중지된 적이 있다.

그러다 상황은 반전을 맞게 된다. 환경부가 애경 산업 제품에도 문제가 있다는 ‘유해성 입증 연구 결과’를 제출하면서부터다.

환경부는 옥시와는 달리 그동안 확인하지 않았던 SK와 애경제품의 유해성을 공식 확인했다.

환경부 연구에 따르면 SK케미칼, SK디스커버리가 원료를 개발하고 애경산업이 판매한 ‘가습기 메이트’ 주요 성분인 CMIT/MIT를 흡입한 쥐 대부분이 기도에 심한 염증이 생겼다고 보고됐다.

기도와 폐의 상피세포는 같아 CMIT/MIT입자가 기도를 거쳐 폐로 들어가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다.

또한 환경부는 이미 피해를 인정받는 옥시 제품 사용자 및 SK제품 사용자 빅데이터 분석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관계자는 “두 제품 사용자의 질병은 발생 시점에 차이가 있을 뿐 전반적으로 같다”고 밝혔다.

◆ 검찰, ‘가습기 살균제 피해 재수사’ 수사 박차…칼끝은 SK, 애경, 이마트 등 윗선으로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넘겨받은 경찰은 지난 15일 SK디스커버리와 애경산업, 이마트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재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28일 검찰과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 2부(권순정 부장검사)는 김앤장 소속 변호사가 애경산업 법률대리를 맡으면서 회사 내부 자료를 보관 중이라는 정황을 확보, 지난 19일 해당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통해 가습기 살균제 생산, 판매회사가 원료물질 유해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는지, 안전성 검사를 거쳤는지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또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 납품업체이자 SK케미칼 하청업체인 필러물산의 김모 전 대표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기소 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검찰은 앞서 필러물산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SK케미칼에 납품했고 애경산업이 이를 판매한 혐의로 필러물산 전 대표 김모씨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했다.

이에 애경산업 전 대표와 전무까지 구속됨으로써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태 관련 구속된 사람은 총 3명으로 늘었다.

유해성이 입증된 CMIT/MIT 원료를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는 SK이노베이션 가습기 메이트, 애경 가습기 메이트, SK케미칼 가습기 메이트, 이마트 자체브랜드 PB 상품인 이플러스 가습기 살균제, 이마트 가습기 살균제 등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2011년부터 무려 8여 년간 가습기 살균제 피해 관련 사과와 책임을 무기한 연장해 온 비정한 각사 기업들의 태도에 피눈물을 흘려왔다.

시민 사회의 비판과 피해자들의 힘겨운 싸움 끝에 얻어낸 검찰의 재수사. 이를 통해 드리워진 예리한 칼끝이 각사 윗선을 향하면서 진상규명과 적법절차에 따른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보상이 이뤄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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