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담당

[2019년 이것만은 달라지자_채용비리 시리즈]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은행권. 밝고 신뢰감 가는 깨끗한 이미지에 맞게 은행은 준 공공기관으로 여겨질 정도로 국민의 신뢰를 얻고, 국가의 지침을 준수하는 공신력 있는 기관으로 인정받는다. 그러다보니 채용과정에서도 공정한 경쟁과 실력만을 두고 뽑으리라는 기대감이 높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고인 물은 썩는 법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조직이기도한 은행권은 방만한 운영과 여러 사회적 차별 및 고정관념 속에 채용비리라는 암세포가 퍼져 어디서부터 칼을 대야할지 입을 다시는 형국이다. 시중은행들에 대한 재판을 올해 줄줄이 남겨놓은 시점에, 은행별로 채용비리 실태를 되짚어봤다.

◆ 수협은행, 수협중앙회와 ‘수협’이름 같은 게 죄?

수협은행은 1962년 수협중앙회로 시작해 창립과 더불어 수산정책금융 지원을 시작했다. 모체인 수협중앙회는 설립 당시 어민들의 권익향상을 위해 출범했으며, '어업인 삶의 질 향상, 어업경영 여건 조성, 어업인 실익 증진'을 슬로건으로 삼았다. 현재는 ‘국민과 함께, 해양·수산인과 더불어, 미래를 열어가는 Sh수협은행’라는 미션과 함께 ‘중견은행, 일등은행’을 비전 삼고 있다.

2016년 12월 1일 수협법 개정을 통해, 수협중앙회는 수산물 유통과 가공 판매 등을 하는 경제사업과 수협은행을 담당하는 신용사업을 분리했다. 수협중앙회의 신용사업 부문이었던 수협은행이 별도의 법인으로 새롭게 독립된 셈이다.

분리 후 수협중앙회는 수협은행의 지분 100%를 가지게 됐다. 수협은행이 수협중앙회에 배당하면, 중앙회가 예금보험공사에 상환하는 구조다.

수협은행의 지분을 100% 수협중앙회가 가진다 해도 신용을 기반으로 하는 은행업과 조합으로 이뤄진 수협중앙회는 엄연히 다르며, 법인도 다르다.

하지만 역대 은행장들의 출신이 일명 ‘모피아’로 불리는 재무부 출신혹은 예금보험공사 출신이 많던 터라, 수협은행은 관치금융 아니냐는 지적을 많이 받아왔다. 낙하산 인사와 관련해서도 논란이 많았다.

은행장들의 출신을 보면, 초대 수협은행장은 2000년부터 2009년까지 자리를 맡은 장병구 행장은 외환은행 출신이며, 이후 2009년부터 2011년 직책을 맡은 이주형 행장은 재정경제부 출신으로 재경부 국장과 예금보험공사 부사장을 맡았었다.

2013년 취임한 이원태 행장은 행장직에 오르기 전 기획재정부 국장과 예금보험공사 부사장을 지낸 바 있다. 임기 후 연임에 도전했던 이 행장은 ‘수협중앙회로부터 독립 후 첫 수협은행장 선임에서 관료 출신은 불가’라는 반대에 부딪혀 연임은 실패했다. 우리은행 부행장 출신인 현 이동빈 수협은행장을 제외하고는 관료 출신이 대다수다. 

선출과정의 경우에도 수협은행장은 행장추천위원회에서 결정되는데, 위원회는 기획재정부장관과 금융위원회 위원장, 해양수산부 장관이 각각 추천한 3명과 수협중앙회장이 추천한 2명 등 5명으로 구성된다. 5명 중 4명이 찬성해야 임명 가능하다. 수협은행이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는 단면이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최근에는 은행 출신의 은행장이 선임되고 관료 출신은 지양하고 있다”며 관치금융에 대해 해명하기도 했다.

◆ 수협 내 조합 신입사원 채용비리, 수협은행 측, “우리랑 관련 없다”

지난해 12월 3일 보도한 노컷뉴스에 따르면, 근해안강망 수협이 2017년 2월 실시한 신입사원 공개채용에서 신입사원 9명 중 4명이 내부 인사의 가족과 친인척인 것으로 확인됐다.

신입사원 중 1명이 현 김 모 조합장 아들이고 한 지점에서 근무 중이며, 나머지 3명은 각각 이사의 조카, 전 상무의 아들, 대의원의 아들이며, 이들은 수협 지점과 지역 지도과 등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보도됐다.

해당 조합인 근해안강망 수협은 전북 군산과 목포, 여수에 지부를 둔 조합으로, 1조6000억 원대 여수신 규모로 서울과 인천, 부산, 경기도 부천 등에 11개 지점을 두고 있다. 안강망은 물고기를 잡는 데 쓰이는 큰 주머니 모양 그물의 이름이다.

해당 수협은 공채 결과 합격자에 수협 임직원 친인척이 포함된 사실은 인정했지만, 특혜나 채용 비리 의혹은 부인했다고 알려졌다.

수협은행 측은 위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데도 채용비리 키워드로 언급되는 것에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수협은행 관계자는 “수협은행은 수협중앙회와 조직의 특성부터 다르고 법인 이 분리되기 이전부터 업무가 다른 영역이라 해당 채용비리 논란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수협은행은 정기 공채를 열어 지난해에도 상반기 70명, 하반기 100명 규모로 진행한 바 있으며, 사내 변호사, 세무사 등의 경력직의 경우만 별도로 채용된다”고 말했다.

이어서 “협동조합 형태인 수협중앙회는 91개 단위수협인 조합들이 모여 약 400개의 영업점들로 이뤄져있으며, 수협중앙회장도 그 조합 중에 투표로 선출이 되는 것”이라며 “조합끼리도 엄연히 다른 법인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서로 관여를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 수협 조합 내 채용비리는 수사 면밀히 진행할 필요

수협은행 내부에서는 채용비리가 발생하지 않았고 문제는 수협 내 단위 조합에서 발생하는 것이 문제라고 한다면, 앞으로 수협 단위 조합에서 반복되는 비리 문제에 대해서는 부정 입사한 직원을 퇴출하는 등의 사후 제재와 함께 면밀한 조사가 요구된다.

지난 6월 정기 감사가 진행된 근해안강망수협에 대해 수협중앙회는 감독 기관으로서 채용 의혹을 잡아내지 못해 부실 감사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비단 채용비리 뿐만이 아니라 수협은 2017년 ‘비리의 온상’이라는 구설에 휘말려 내부감시 시스템의 전면적 교체까지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계속되는 지역 수협의 가족 채용 논란과 고용세습에 대한 의혹과 관련해 수협은행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진위 파악이 필요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4월 보도된 금융소비자뉴스에 따르면, 금융소비자원은 논평을 통해 금감원이 채용비리가 5개 특정은행만 있고 나머지 12개 은행이나 금융공기업 등에서는 없다는 식으로 발표하는 것은 국민을 바보로 취급하는 행위라며 “하나은행, 국민은행에는 채용비리가 있고 농협은행, 수협은행은 없다는 것은 코미디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수협은행 관계자는 수협은행엔 채용비리가 없었던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수협은행은 영업점 규모가 일반 시중은행의 1/10 수준으로 133개 영업점이 있으며 자산도 10배 이상 차이가 나 지방은행인 부산은행 정도의 규모다”라며 “대기업 인사가 규모도 작고 급여도 낮은 은행에 굳이 취업 청탁을 하지는 않을 거다”라고 답했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