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시사의 窓] 말랑말랑한 촉감을 가져 어린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장난감 ‘스퀴시’ 상당수 제품에서 독성물질이 방출된 것으로 확인돼 자녀를 둔 부모들의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최근 액체괴물 가습기살균제 성분 등 유해물질 사태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전에 또 다시 부상한 장난감 포비아에 자녀를 둔 부모들은 ‘내 아이 장난감 쥐어주기’에 몹시 우려할 수밖에 없는 모습이다.

방출된 유기화합물 중 디메틸포름아미드는 장시간 노출되면 3살 이하부터 6~12세 어린이에게도 위해 우려가 있는 것으로 확인돼 액체괴물 사태에서 완전히 매듭짓지 못한 듯한 ‘완구 안전 기준 강화’ 마련에 또 다시 힘이 실린다.

◆ 스퀴시는 어떤 제품? ‘말랑말랑하고 쥐락펴락하는 장난감’…자녀 둔 부모 주의 요구돼

또 한 차례의 ‘장난감 포비아’를 생성하고 있는 ‘스퀴시(Squishy)’ 제품은 액체괴물과 같이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소위 ‘유행템’으로 통하는 장난감 중 하나다.

말랑말랑하고 잘 찌그러지는 성질로 재미를 주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에 도움을 줘 어린이들은 물론 어른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장난감이다.

지난달 21일 한국소비자원은 스퀴시 제품 특성 중 하나인 장난감 형태를 언급하며 보도자료를 배포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스퀴시 장난감 형태는 빵 모양, 딸기 모양, 캐릭터 모양 등 다양한 형태로 시중에 유통되어 왔다.

특히 냄새나 향기가 있는 스퀴시 제품의 구매는 피하고, 3세 이하의 어린이가 스퀴시를 가지고 놀지 않도록 하는 등 자녀를 둔 부모들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 12개 중 6개 제품, 3세 이하 어린이부터 6~12세 어린이까지 위해 우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21일 시중에 유통·판매 중인 스퀴시 12개 제품을 대상으로 유해물질 방출 시험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 결과 스퀴시 제품 12개 중 절반인 6개 제품에서 위해 우려가 있는 간독성 물질인 디메틸포름아미드가 검출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지난 1월 액체괴물 유해물질 검출 사태를 떠올리는 데자뷔를 그려나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12개 제품을 대상으로 유해물질 방출 시험 실시 결과 전 제품에서 간독성 물질인 디메틸포름아미드가 시간당 54㎍/㎥ ~ 16,137㎍/㎥ 수준 농도로 방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디메틸포름아미드는 극성 유기용매의 하나로 각종 화학반응의 용매로 이용되는 화학물질이다.

특히 고분자화합물, 폴리아크릴로나이트릴의 용제나 합성섬유의 방사용제로 이용된다.

화학물질인 만큼 피부, 눈 점막을 자극하여 오래 흡입하면 간애 장애를 일으키거나 심하면 현기증, 수면장애, 시야흐림, 홍조, 구토 등을 유발하는 간독성 물질로도 불린다.

한국소비자원 위해성 평가 결과 절반인 6개 제품의 방출량을 3세 이하 어린이에게 위해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2개 제품은 6~12세 어린이가 여러 개 제품에 노출될 경우 위해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휘발성유기화합물 방출량 기준 부재…KC마크 인증 표시 따른 ‘안전도’도 희석시켜

한국소비자원 연구는 연령별 노출시나리오에 따른 노출농도를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무영향수준, Derived No-Effect Level ; DNEL)의 농도로 나눈 값을 ‘위해도 결정비’(Risk Characterisation Ratio ; RCR)를 따랐으며, 산출 값이 1을 초과할 경우 위해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안전기준이 정착돼 있긴 하지만 문제는 액체괴물 사태에서도 그랬듯 스퀴시 등 각종 어린이 완구에 대한 휘발성유기화합물 방출량 기준이 부재해 완구별 안전도를 세부적으로 파악할 수 없다는 것에 있다.

이에 완구의 사용연령부터 재질, 용도 등에 따른 안전기준을 세부적으로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완구는 사용하려는 사람에게 안전해야 하며, 어린이의 재능 단계를 정하고 난 후 연령 구분과 관련한 요구사항에 맞게 설계된다.

이에 완구 출시 전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하는 사항은 안전기준에 적합하다는 근거를 나타내는 ‘KC마크’의 표시다.

한국소비자원 조사 대상 제품 중 스퀴시 전 제품에 KC마크가 표시되어 있었으나 10개(83.3%) 제품은 일반 표시사항을 일부 누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적절한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KC마크가 표시된 일부 제품에서도 유해물질이 방출된 것으로 나타났기에 학부모 커뮤니티 등에서는 “KC마크가 표시된 완구라도 완전히 신뢰할 수 없게 됐다”, “KC마크 인증이 안전의 척도가 아니라면 부가적인 완구안전특별법을 마련해야 하는 게 아니냐” 등의 의견을 쏟아내는 반응이 적지 않다.

◆ 장난감 뿐만 아닌 어린이제품에서도 유해물질 방출…안전기준 강화될 필요 있어

비단 장난감뿐만 아닌 어린이들의 일상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어린이제품에서도 유해물질 검출로 51개 제품이 리콜된 소식이 전해지면서 완구와 어린이 제품 등의 세부적인 안전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3월 신학기를 맞아 어린이제품, 생활, 전기용품 등에 대한 안전조사를 실시한 결과, 어린이 제품 중 가방, 신발 등에서 간, 신장 등 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검출되는 등 총 18개 제품에서 안전기준 부적합이 발생했다.

국표원은 리콜제품을 위해상품판매차단시스템에 등록해 시중 판매를 원천 차단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장난감부터 광범위한 어린이제품까지 유해물질 검출 사태가 일자 안전기준 강화 마련을 요구하는 시민 사회 목소리가 고조될 수밖에 없는 모습이다.

유럽은 유럽연합규격(EN)에 따라 어린이 완구에 중금속 19종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은 국제표준기구(ISO)에서 정한 8종의 유해물질 사용을 금지한다.

국표원은 2019년 2월부터 안전기준 유해물질을 19종으로 확대할 예정이었으나 시행 시기를 2022년으로 유예한 상황이다.

국표원은 꾸준히 장난감 포비아를 생성해 온 주역인 휘발성유해물질에 대해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빠른 시일 내로 유해물질 지정은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을 두고 있다.

이에 한국소비자원은 어린이에게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장난감 등을 판매중지 및 회수 등 조치한 상황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국가기술표준원에 어린이 완구의 재질, 용도, 연령에 따른 휘발성 유기화합물 방출량 기준 마련 검토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혀와 휘발성유해물질을 둘러싼 심도 깊은 논의를 근거로 안전기준을 마련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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