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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국제정세] 지난 달 1일 미국이 중거리핵전력조약(INF) 이행을 중단한 데 이어 러시아도 INF조약 의무 이행 중단을 공식 4일(이하 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로 인해 군비경쟁이 치열했던 냉전시대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미국 ‧ 러시아 INF 조약 의무 중단

지난 4일 러시아 크렘린궁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987년 미국과 체결했던 INF 조약에 대한 이행 의무중단을 지시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지난달 1일 INF조약 이행 의무를 중단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러시아가 협정을 위반했다며 INF에서 탈퇴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INF는 1987년 12월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지도자가 체결한 것으로 사거리 500~1천㎞의 단거리와 1천~5천500㎞의 중거리 지상발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과 시험, 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미국은 러시아가 지난 2017년 초 실전배치한 것으로 알려진 ‘9M729 노바트로’ 순항미사일(나토면 SSC-8)의 사거리가 2천~5천㎞로 INF가 금지한 미사일 범주에 포함된다며 러시아의 INF 협정 위반을 주장했다.

이러한 미국의 주장에 대해 러시아는 처음에는 9M729 마시일 개발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그러다 마시일 개발과 배치를 시인하면서 그 사거리는 480㎞로 INF 조약이 금지한 수준인 500~5천500㎞ 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이 미사일을 500㎞ 이하 사거리로 시험발사한 자료를 미국 측에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의 안드레아 톰슨 미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담당 차관은 “미국이 러시아 측에 해당 미사일을 INF 조약이 금지하는 사거리 이상으로 시험 발사했음을 보여주는 첩보 자료를 제시했지만 러시아는 분명한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러시아는 미국이 오히려 INF를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루마니아에 이미 전개됐고, 폴란드에도 배치되고 있는 미국의 유럽 미사일 방어(MD) 시스템에 속한 발사대 MK-41이 사거리 2천400㎞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면서 미국이 INF를 위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공격용으로 이용될 수 있는 미국 무인가와 MD 시스템 요격 시험에 이용되는 중․단거리 탄도미사일형의 ‘미끼용 표적 미사일’도 INF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국도 역시 위반 사실이 없다면서, 러시아를 향해 INF 조약 준수를 위해 SSC-8 미사일(9M729) 발사대와 관련 장비들을 모두 검증 가능한 수준으로 폐기해야 할 것을 촉구했다. 그렇지 않으면 INF 조약에서 탈퇴하겠다고 협박해 왔고, 결국 지난 달 1일 INF 조약 이행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 신냉전시대 우려 목소리 커져

미국이 INF 탈퇴 방침을 공식화 하자 핵군비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실제로 러시아는 INF 조약이 금지하는 지상 발사 미사일 시스템을 새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미국은 중거리핵전력조약의 제한 대상인 500㎞ 이상의 사거리를 가진 지상 발사 미사일을 만드는 데 적극적”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대통령은 국방부에 상응 조치를 취하라는 임부를 부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2019~2020년에 해방 발사 장거리 순항미사일 ‘칼리브르’의 지상 발사 형태 미사일과 지상 발사형 장거리 극초음속 마사일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도 미국의 INF조약 이행 의무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라팔 전폭기 편대를 동원해 핵미사일 발사 훈련을 진행했다. 이는 미국과 러시아의 군비 경쟁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프랑스 언론은 분석했다.
그런데 영국 BBC는 “진짜 군비 경쟁은 유럽이 아닌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일어날 수 있다”면서 “미국과 러시아가 중국의 중거리 마시일 개발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분석을 했다.

◆ 미국의 진짜 의도는?

BBC의 분석처럼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는 듯한 발언을 해 왔다. 미국 행정부가 INF조약에서 탈퇴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그 이유로 러시아가 INF 조약을 준수하지 않는데다가 조약에 가입하지 않은 중국 등의 위협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해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러시아의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기존 INF 조약 파기 결정 동기에 대해 러시아가 아니라 중국을 미사일 제한 협정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즉 러시아와 INF 조약을 파기하고 중국을 포함한 주요 핵보유국들이 가입하는 새로운 핵미사일 제한 조약을 체결하는 것이 미국의 진정한 의도라는 것이다.

사실 미국과 해상 무기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군비 확대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지난 달 6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해군력에 도전장을 내고 2025년까지 핵추진 항공모함 4척을 건조해 최전선에 배치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국을 향해 INF 조약에 동참하라는 촉구가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 달 16일 독일에서 열린 독일 뮌헨안보회의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중국의 미사일 전력 증강을 감안해 INF 조약에 참여해 달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그 자리에 있던 양체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INF 조약을 다자간 협정으로 확대하자는 것은 각 국가에 불공평한 제한을 가할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은 방어적인 필요에 따라 엄격한 제한 아래 핵무기 개발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미국과 러시아가 INF 조약을 폐기하고, 중국은 나름대로 신형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중‧러 중심의 신냉전시대로 접어드는 듯한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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