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외이사 제도가 무색하진지 오래다. 대기업들은 사외이사 제도를 하나의 거수기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그런 거수기는 대기업 오너의 권력을 더 강화시켜주며 오너의 입맛대로 기업을 움직일 수 있는 하나의 노리개로 전락하고 있다. 사외이사제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그래픽_진우현 그래픽 2담당>

이름만 사외이사인지 전·현직 출신의 사외이사가 수두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가운데 정작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에도 대기업 전·현직 임원이 대거 포진돼 독립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 10년 이상 장기 재직, 전직 임원 주로 사외이사 맡아

사외이사는 회사의 경영진에 속하지 않는 이사로, 대주주와 관련 없는 외부인사를 이사회에 참가시켜 대주주의 독단경영과 전횡을 사전에 막는 제도다. 이사로서 상무에 종사하지 않는 자로 정의되거나 비상임이사로도 지칭된다. 이사회를 구성하는 동시에 회사 집행 관리자인 사내이사와 독립성 면에서 구분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름과는 다르게 10년 이상 장기 재직했거나 전직 임원이었던 사람이 주로 사외이사를 맡아 독립성에 문제가 제기돼왔다.

사외인사의 독립성이 지켜지기 어렵게 내부 인사 출신이 주로 구성돼 잡음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셀트리온의 김동일, 이요셉, 조균섭 사외이사와 효성의 김상희, 한민구 사외이사는 모두 10년 이상 장기 재직자다. 

사조산업의 박길수 사외이사는 전직 사조산업의 대표였으며, 사조해표의 이성필과 최용희 사외이사도 전직 계열사 임원 출신이다.

협력업체였던 사람이 사외인사가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남양유업의 양동훈 사외이사가 협력업체인 포장설비 납품업체 유니온비엔씨의 대표로서 이해관계자인 것이 대표적이다.

◆ 사추위, 대기업 일가 우호세력 많아.. 독립성 ‘의심’

지난 5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대기업 147곳의 사추위 인원은 538명이었다. 자산 2조 원 이상은 사추위 의무 설치 대상이다. 여기서 오너 일가가 위원장 또는 위원을 맡은 곳이 24곳이나 됐다.

이사회 내 소위원회격인 사추위는 사외이사를 선임할 때 나타나는 오너일가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실상은 ‘오너일가’의 우호세력이 대다수인 셈이다. 애초의 목적인 사외이사 추천에 있어 독립성이 의심되는 이유다. 

실제로 KCC는 사추위 소속 사외이사가 5명 가운데 4명이나 우호세력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에는 오너일가도 2명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과반수의 사외이사가 회사에 우호적인 인물로 조사됐다. SK텔레콤의 사추위는 박정호 대표가 위원장을 역임하고, 이외에 안재현, 이재훈 사외이사까지 3명이 사추위였다.

LG유플러스의 사추위도 권영수 (주)LG 부회장, 박상수 사외이사, 정병두 사외이사 3명이었다. 

이 밖에도, 고려아연, 기아차, 넥센타이어, 대한항공, 대신증권, 동국제강, 카카오, 한국타이어, 현대모비스, 현대차, GS건설, LS산전 등에서 각각 1명씩 사추위에 오너인사가 속했다.

전체 147곳의 대기업 중 '기업 우호 위원'이 전혀 없는 기업은 15곳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서도 KB금융, SK증권, 한국항공우주 등 오너가 없는 기업을 제외하면 7곳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대주주로부터 독립적으로 사외이사를 추천하기 위한 제도인 사추위가 경영활동에 크게 이력이 없는 인사들을 후보로 올리는 가운데,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 사추위에 걸 맞는 인사 등용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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