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연임을 자진 포기했다. 금융감독원의 압박을 떠안고 용퇴를 했다는 것이 내부적인 평가다. 이어서 차기 신임 행장으로 지성규 하나은행 글로벌 그룹부행장이 내정됐다. 글로벌 사업부문을 담당해온 지성규 내정자를 통해 하나은행의 글로벌 전략이 강화될지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다.

▲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담당

은행권 글로벌 수익 상위권 지켜온 하나은행, 중국 시장 선점 기반으로 확장 

하나은행은 일찌감치 다른 시중은행보다 일찍 중국시장 등 아시아 시장에 진출해 경험을 쌓아왔다.

그래서일까. 하나은행은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전체 영업이익이 2016, 2017, 2018년 차례로 5551억에서 5722억, 이어서 6162억으로 점차 확대됐다.

현지법인이기에 환율에 따른 변동이 있어 순이익에는 차이가 있지만, 영업이익으로 보면 꾸준히 증가한 수치를 보인다. 2018년의 당기순이익은 확정이 안 난 상태이나, 2016년과 2017년기준 글로벌 전체 순이익은 3400억 전후라는 말이 나돌고 있어 업계 1위를 굳건히 하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 28개의 영업점에 이르는 중국의 경우, 하나은행은 2003년에 공상은행과 칭다오은행의 지분을 사들이고 계약을 체결하는 등 일찌감치 중국에 진출했다. 2004년엔 중국 청도국제은행 지분 인수를 진행하고, 중국 인민폐 영업을 개시했다. 2007년에 중국법인인 중국유한공사를 설립한 이후 2011년엔 중국 청도시와 경제협력 및 업무교류를 맺고, 2011년에도 초상은행, 2013년엔 중국 민생은행과 전략적 업무제휴를 체결했다.

재밌는 사실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2015년 합병·통합하기 전, 이 두 은행의 중국 현지법인끼리 국내 통합에 앞서 먼저 통합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2014년 12월, 하나·외환은행 중국 현지법인이 통합해 '하나은행 유한공사'를 출범시켰다. 이때 초대 한·중 통합 하나은행 은행장을 역임한 사람이 지성규 부행장이었다.  

‘용퇴’한 함 은행장 뒤 이을 지성규 부행장, 자격논란? 중국법인 은행장 경험 갖춰  

지 부행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91년 하나은행에 입행한 이후, 금융지주 글로벌전략실장, 하나은행 경영관리본부 전무에 이어 하나은행 중국유한공사 은행장 등을 역임했다.

29년간 하나은행에서 외길을 걸어온 그는 2018년 1월 한국에 돌아와 하나은행의 글로벌 사업부문 전체를 총괄하고, 현재는 하나금융지주 글로벌 부문을 총괄하는 부행장을 맡고 있다. 

함 은행장이 연임할 것으로 전망한 결과가 바뀐 부분에 대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함영주 은행장이 조직을 위해 용퇴를 하셨다고 생각 한다”며 “함 행장은 이번에 은행장 후보에도 올라갔지만 본인이 결단을 내리고 물러가야 좀 더 금감원과의 관계에도 개선이 되기에 어수선한 부분을 떠안고 가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함 은행장이 밀고 있었던 후보 중에 한 분이 지 부행장”이라며, “하나은행의 좋은 전통 중에 하나가 잡음이 없이 인수인계가 이뤄지는 것이기에, 앞으로 지 부행장이 적절히 인수인계를 받을 것이라 기대된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지 부행장에 대해 한국에 대한 경험이 너무 없는 것 아니냐, 글로벌 파트인 중국 쪽에 치우친 인사가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러한 세간의 평가에 대해서 하나은행 측은, “지 부행장이 중국통인 건 맞지만, 중국법인의 은행장으로서 중국에서 직접 재무, 자금 등 전반에 걸쳐 경영을 하셨던 분이라 글로벌 쪽에 치우친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 하나은행 글로벌 강화 전략.. 글로벌화·디지털화 중국 이어 인도네시아 시장 기대 

현재 하나은행에서 글로벌 수익 비중은 대략 20% 정도가 된다. 여기서 하나은행은 2025년까지 글로벌 그룹의 수익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위 목표는 하나은행이 추구하는 일명 ‘비전2025’에서 제시하는 4가지 목표 중 하나로, 나머지 3가지 목표는 각각 국내은행 수익 기준 1위. 그룹 내 은행을 제외한 관계사 수입 비중을 30%이상 늘리기, 신뢰받는 그룹 되기다.

현재 국내 시중은행은 포화상태다. 신한은행과 오렌지라이프의 합병 등 M&A가 활발히 진행된 바 있는 상황에서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의 경우 당기순이익이 3조에 이르며, 하나은행도 이에 뒤질세라 당기순이익 2조를 넘어서며 따라잡고 있는 상황이다. 대형 시중은행들이 비등비등하게 경쟁하는 모양새다. 

이러한 시점에 시중은행들을 비롯해 하나은행은 글로벌 전략 강화가 차별화된 경쟁력을 끌어낼 수 있는 유일한 통로로 보고 있다. 하나은행은 특히, 아세안 지역 중 중국 다음으로 큰 인도네시아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은행·보험·카드 등 국내 금융사의 해외 지점·사무소·법인 등의 점포는 총 436곳에 달한다. 이 가운데 아세안 10개국에만 146곳이 있어 33%의 비중을 차지한다. 63곳으로 영업점 1위인 중국에 이어 베트남이 52곳, 인도네시아가 25곳으로 뒤를 잇는다.

신한은행의 경우엔 베트남 지역을 선정했다. 축구 국가대표팀의 박항서 감독을 내세운 마케팅으로 꾸준히 고객이 늘어 지난해 말 기준 113만 명의 고객을 보유하게 됐다. 인터넷 뱅킹 이용자 수도 지난해 말 18만 명에 이른다. 

이와 같이 일찌감치 중국시장에서 선두를 유지해온 하나은행은 이제 인구가 2억이 넘는 인도네시아 시장을 기대하고 있다. 중국에 이어 글로벌 비중 2위를 다투는 인도네시아는 2013년 자카르타 PB센터를 설립하고, 2014년 ‘하나·외환 인도네시아 현지 통합법인’을 출범시켰다.

하나은행은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네이버의 손자격인 회사 라인파이낸셜로부터 지분 투자를 받아 연내 디지털뱅킹을 선보이기로 추진 중이다. 한국의 카카오톡 이용자가 5000만 미만임을 감안할 때, 인도네시아에서 5000만 이상의 이용자가 라인을 쓰는 만큼 라인을 통한 모바일 뱅킹 서비스의 파급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하나은행은 하나금융그룹 지주 차원으로 고객에게 환전지갑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하나멤버스’에서 더 발전된 형태의 글로벌 통합결제 플랫폼 네트워크인 GLN(Global Loyalty Network)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GLN서비스를 본격 확대해 새로운 손님경험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중”이라며 “글로벌 쪽에서 추진하는 큰 프로젝트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한편, 지난 28일 개최된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차기 은행장 후보가 된 지 부행장은 오는 21일 하나은행 주주총회에서 선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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