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은 지난 6일에 4000억 규모의 회사채에 대해 역대급 저금리를 책정했다. 이는 2012년 수요예측제도가 회사에 도입된 이래 SK텔레콤이 발행한 채권의 만기가 20년인 20년물에 적용된 회사채 금리 중 최저치다. 

◆ 수요예측 흥행 결과 2배 증액된 회사채 규모.. 역대급 금리산정 가능케 해

7일 더벨 보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이날 공시한 투자설명서를 통해 4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완료했다고 전했다. 만기구조별로 3년물은 1800억 원, 5년물은 1200억 원, 10년물과 20년물은 각각 500억 원이다.

처음의 모집액은 2000억 원이었지만, 지난달 25일에 진행한 수요예측이 흥행해 2000억 원 증액이 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예측에선 총 1조1190억 원이 청약에 몰려 6대 1의 경쟁률로 치열했다.

이는 역대금 금리의 산정을 가능케 했다. 20년물은 금리가 2.231%로, 개별 회사채에 대한 민간채권평가사의 평가금리인 개별민평보다 8bp 낮았다. 그 직전인 2016년에 발행한 20년물 최저 금리는 2.243%로, 올해는 이보다 1.2bp 낮다.

전체 AAA급 회사채(공사채 제외)를 통틀어서 보면 두 번째로 금리가 낮은 수준이다. 같은 AAA급인 KT가 지난 1월에 발행한 20년물의 금리는 2.213%이었다.

또한, 이례적인 것은 SK텔레콤이 일반적으로 개별민평보다 금리가 높게 책정했던 과거와 달리 3, 5, 10년물의 금리를 개별민평 수준의 금리로 산정했다는 것이다. 이번 3, 5, 10년물의 금리는 각각 2.032%, 2.092%, 2.187%였다.

AAA급이 보통 초장기물인 20년 물을 제외하곤 낮은 금리로는 인기를 끌기 어려워 금리가 개별민평보다 높았던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 역대 최저금리 회사채 관심 높아진 이유.. 변동성 확대로 금리 낮은 AAA급 선호도 커져 

업계에서는 이렇게 역대 최저 금리 회사채에 관심이 높아진 이유에 대해 AA급 기업들의 신용등급 변동성이 커졌다는 점을 들었다. 변화로 인한 리스크가 커진 만큼, 평소 수요가 낮지만 안정성은 보장되는 AAA급 회사채에 대한 관심이 쏠리게 됐다는 설명이다.

AAA급 채권은 국내 최고 신용등급인 만큼 고정적인 수요는 있지만 금리가 낮아 평균 수준 이상의 높은 인기는 끌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와 달리 올해는 일부 기관들이 수익률 보다는 안정성을 택해 AA급 대신 AAA 투자 비중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기업평가가 올 초 공개한 '2019년 주요 산업전망 및 신용등급 방향성 점검' 자료에 따르면, AA급은 전 등급 가운데 등급이 하향될 가능성을 나타내는 부정적인 전망이 가장 많았다.

분야별로 보면, 자동차와 소매유통, 디스플레이 등 업황이 악화된 분야에 AA급이 다수 포진돼있다. 구체적으로 AA+ 등급에는 기아자동차와 현대캐피탈, 현대카드, 롯데카드,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쇼핑, SK이엔에스, 파주에너지서비스가, AA에는 LG디스플레이, AA-에는 LG하우시스, 한국항공우주산업 등이 있다.

위 AA급들은 1년에서 1년 반 사이에 상황이 현재보다 개선되지 않을 경우 부정적으로 등급으로 변동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다른 등급의 경우, 부정적으로 변동될 가능성이 있는 AAA급은 1개, A급 3개, BBB급 2개, BB급 1개 등으로 많지 않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SKT가 신용도면에서 우량한 기업이기도 하고, 경영상의 재무건정성 확보를 위해 발행하는 거라 특별히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면서도 “회사채가 사실 수요가 많으면 금리는 내려갈 수밖에 없으니 이번에 최저 금리가 산정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달 SKT는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와의 합병을 앞두고 M&A 심사를 받게 되면서, 가입자 확보 경쟁과 마케팅 비용, M&A 절차 비용 등으로 현금 흐름이 악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해 중장기적으로는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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