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일부 발췌, 만화 총몽 중에서 <그래픽_진우현 뉴스워커 그래픽 2담당>

[뉴스워커_기자의 窓] 인간은 3번의 죽음을 맞이한다고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심장이나 뇌의 활동이 정지됨으로서 맞이하게 되는 생물학적 죽음, 두 번째는 사망자의 장례식장에서 맞이하게 되는 인간관계의 종언, 마지막으로 사망자를 기억해 주는 사람이 더 이상 없게 되었을 때 맞이하게 되는 존재로서의 소멸이, 그것이다.

인간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명의 불꽃이 언젠가는 꺼지게 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고대 진시황이 갈구했던 불로초부터 현대의 냉동인간, 클론 등에 이르기까지 죽음의 운명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시도를 끊임없이 지속하고 있는 중이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이 같은 시도 중에 몇몇은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받고 있는데, 바이오 기술로 인간의 신체 기능을 유지하게 하여 수명을 연장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신체기능 전부가 아닌 인간의 기억만을 보존, 유지함으로서 불멸을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인간의 뇌가 전기적 신호를 통해 신체 외부의 자극을 알게 되거나 신체 일부에 지령을 내려 신체를 움직이게 할 수 있으므로, 뇌와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전기장치를 만들 수 있다거나 더 나아가 뇌의 기억을 전기적 데이터로 변환하여 저장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발전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즉 뇌의 정보를 전기적 데이터로 변환하여 저장장치에 저장할 수 있다면 심장이나 뇌가 활동을 정지하여 생물학적 죽음에 이르더라도 인간은 여전히 여러 활동을 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불멸에 이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전뇌화, 허무맹랑한 소리는 아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에서는 전뇌화(電腦化)라는 개념이 나온다.

전뇌화란 이른바 인간의 두뇌를 전자두뇌로 전환한다는 말로, 전뇌화된 인간은 기억을 외부저장장치에 백업할 수도 있고 전뇌와 전자 네트워크를 직접 연결하여 정보를 찾거나 여러 가지 활동을 할 수 있다.

또한 애니메이션에서는 기억정보가 변환된 전기적 데이터가 파괴되지 않는 이상, 전자두뇌가 탑재된 기계 몸을 계속해서 교환하면서 살아갈 수 있어 영원불멸한 삶이 가능한 것으로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다.

이를 두고 애니메이션이나 소설 같은 이야기, 단순한 상상에 불과하다며 일축할 수도 있지만 기술적 진보에 따라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2018년 브레인쇼’의 기조연설자로 나선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최낙원 연구원은 인간 뇌 일부 혹은 전부를 기계로 대체할 수 있고, 인간의 기억을 복제하여 저장장치에 저장하는 것은 어렵지만 불가능한 일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밝힌바 있다.

최 연구원은 그가 속한 연구팀이 2017년에 콜라겐을 특정방향으로 정렬하는 기술을 개발하여 뇌 속 복잡한 신경회로를 실험실에서 구현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뇌 과학 관련 전문가이기에 그의 발언을 망상이라고 치부하기는 어렵다.

한편 테슬라 CEO인 엘론 머스크 또한 전뇌화가 가능하다는 쪽에 내기를 걸고 있다.

미국 현지시각으로 2017년 3월 27일 WSJ(월스트리트 저널)은 엘론 머스크가 2016년 캘리포니아에 ‘Neuralink’라는 스타트업을 비밀리에 설립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 회사는 인간의 뇌에 칩을 이식하여 두뇌가 저장하고 있는 기억을 다운로드하거나 외부정보를 두뇌에 직접 업로드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엘론 머스크의 구상이 현실화된다면 인간은 불멸을 얻는 것 외에도 운전기술, 격투기기술 등과 같은 정보를 두뇌에 직접 업로드 하여 관련 기술을 습득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현저히 감소시킬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재 기술 수준으로 두뇌의 정보를 다운로드하거나 외부 정보를 두뇌에 업로드 하는 것은 어렵지만, 미국 현지시각으로 지난 1월 29일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뇌파를 음성으로 전환할 수 있는 시스템이 발표될 정도로 뇌파를 전기적 신호로 전환하는 것은 이미 현실세계에서 실현되고 있다.

 AI 이용하여 사망자를 모방한 챗봇을 만드는 시도도 이뤄져

앞서 언급한 전뇌화가 인간으로 하여금 생물학적 죽음을 극복하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면 사망한 고인의 생전 정보를 기반으로 고인의 특징을 모방한 챗봇은 남겨진 사람들의 상실감을 줄이는데 목적이 있다.

이와 같은 챗봇은 사망자와 동일성이 인정되기 어려우므로 불멸을 위한 직접적 기술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남겨진 사람들에게 사망자와의 추억을 되살려 고인(故人)을 그들의 기억 속에서 존재할 수 있도록 한다는 면에서 간접적으로 불멸을 위한 기술이라고 평가할 수는 있다.

IT기업 ‘Eternime(이터나임)’은 SNS 기록, 휴대폰의 문자메시지 등 사망자가 살아있었던 동안 형성되었던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한 대화형 AI, 즉 챗봇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터나임이 개발하고 있는 챗봇은 최근 ‘Victoria and Albert Museum’에 프로토타입이 전시되었으며 베타테스터들을 통해 운용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어 그리 멀지 않은 시간이 흐른 후에 서비스가 출시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인을 모방하여 제작된 챗봇은 유가족들이 사고, 재해 등으로 준비 없이 갑작스럽게 사랑하는 이들과 이별을 강요당했을 때 그들의 상실감을 어느 정도 보듬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시도에 좋은 평가만 내려지는 것은 아니다.

고인에 대한 향수를 이용하려는 얄팍한 상술에 불과하다는 혹평도 내려지고 있고 민감한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도 있으며 무엇보다 고인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챗봇이 유가족들에게 진정한 위로를 제공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극복해야할 기술적, 윤리적, 법적 문제는 있지만 기술 발달로 전뇌화, 사망한 고인을 모방한 챗봇 등 인간의 죽음을 극복하려는 시도는 지속되고 있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기술적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불멸을 추구하고 있는 과학자뿐만 아니라 기술 발전을 구경하듯이 보고 있던 일반인들도 그리 멀지 않은 장래에 과학기술로 죽음을 극복할지, 아니면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할지에 대해서 고민해보아야 할 시점이 도래할지 모른다.

쉽지 않은 문제이며 정답이 없는 문제이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대면할 수밖에 없는 죽음에 관한 문제이기에 바쁜 일상 지친 가운데 잠시 짬을 내어 조금은 쓸데없어 보이는 생각의 시간을 한 번 가져보는 것 또한 좋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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