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이 사면초가에 몰렸다. 소액주주들의 임기연임 반대의견이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 박 회장은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그래픽_진우현 뉴스워커 그래픽 2담당>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박 회장의 저배당 정책과 배임 혐의 유죄 등을 문제 삼아 소액주주들이 이구동성으로 강력 반대를 외치고 있어서다. 여기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2대주주 국민연금공단도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 사내이사 임기만료를 코앞에 둔 박 회장에게 오는 29일로 예정된 정기주주총회는 그 어느 때보다 험난한 주주총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호석화는 석유화학업계의 불황 속에서도 지난해 군계일학의 실적을 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5542억원, 당기순이익 5033억원을 기록했는데 전년 대비 각각 111.0%, 131.2% 증가한 수치다. 곱절 이상으로 실적이 껑충 뛴 것이다.

이러한 호실적을 바탕으로 배당금도 늘렸다. 금호석화는 지난달 1일 보통주 1주당 전년대비 300원이 늘어난 1350원의 배당을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2016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차등배당에 따라 대주주는 1주당 1200원을 받게 된다. 박 회장 일가는 박 회장의 조카 박철완 상무(10%), 박 회장(6.69%), 박 회장의 아들 박준경 상무(7.17%), 박 회장의 딸 박주형씨(0.82%) 등이 약 25% 지분을 갖고 있다.

배당금이 늘어났지만 동종업계 타사와 비교했을 때 배당성향과 차등율이 낮다는 점에서 소액주주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한 소액주주는 “당기순이익이 2배 이상 급증했는데도 겨우 10%대 중반의 배당성향에 그쳤다”면서 “10% 내외인 일반주주와 대주주의 차등율도 보여주기식에 지나지 않는다”고 박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또 다른 소액주주는 “국민연금이 올해 들어 ‘짠물배당’ 기업들 압박에 나선 상황에서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자 배당금을 늘리는 듯한 제스처를 취한 것일 뿐 저배당 기조를 버린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주주환원 정책으로 소액주주들을 기만하고 있는 박 회장은 사내이사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의 모럴헤저드도 소액주주들이 그의 사내이사 연임을 반대하는 주된 이유다. 2008년부터 2011년 사이 금호피앤비화학의 법인자금 107억여원을 아들 박준경 상무에게 무담보 저이자로 빌려줘 회사에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로 2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박 회장은 지난해 12월 13일 대법원 상고심이 기각되면서 원심 판결이 확정됐다.

이와 관련 소액주주들은 도덕성이 실추된 박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주총에서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다. 한 소액주주는 “대표이사이자 대주주로써 자신의 본분을 저버리고 회사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박 회장은 스스로 사내이사에서 퇴진하길 바란다”며 “이참에 아들이나 조카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고 2선 후퇴하는 것도 주주들의 누적된 불만을 잠재울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충고했다.

어떤 소액주주는 박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저지를 위해 국민연금이 앞장서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주총에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서고 있는 국민연금이 대한항공, 남양유업 등에 이어 이번 금호석화 주총에서도 박 회장 일가를 견제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 2016년 주총에서 ‘과도한 겸임’, ‘기업가치 훼손’ 등을 이유로 박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한 전력이 있다.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수탁자 책임활동에 관한 지침’에 따라 박 회장의 연임에 다시 한 번 반대표를 행사할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는 상태다.

경제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수탁자 책임활동에 관한 지침에 따르면 횡령, 배임, 사익편취, 배당 등은 중점관리사안에 속한다”며 “박 회장의 경우 사실상 중점관리사안에 거의 다 해당된다고 봐도 무방하므로 국민연금의 거센 공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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