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미간 기싸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5년 만에 대의원 선거를 치러 내부 정비에 나섰다. 다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상 처음으로 대의원에 선출되지 않으면서 배경에도 이목이 쏠린다. 

▲ 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 1담당

지난 10일 북한은 제 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치렀다. 모두 687개의 선거구에서 투표가 이뤄졌고, 12일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 매체를 통해 687명의 당선자를 발표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014년 치러진 제13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 제111호 백두산 선거구에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당시 북한은 2월 초부터 김 위원장을 대의원 후보로 추대하는 행사를 통해 대대적인 선전에 나선 바 있다. 

백두산선거구에서 당선됐던 김정은…이번엔 왜 명단에 없나

하지만 이번 687명의 명단에 김 위원장은 빠져있었다. 모든 선거구에 당선자가 있기 때문에 김 위원장은 이번 대의원 선거에 출마를 하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대의원에 선출되지 않은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최고인민회의가 북한의 최고주권기관인데다, 대의원은 최고지도자에게 당연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1984년 북한 제1기 대의원 선거가 실시된 이후 70년동안 이같은 사례는 한번도 없었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정상국가를 지향해 가는 과정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선진국들의 정치체제를 보았을 때 행정부의 수장은 권력분립 원칙에 따라 행정권력을 감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자신만의 국가 운영 시스템을 만들어 가기 위한 선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정은의 정상국가화?…김여정 당선자 명단에 이름 올라가며 ‘혈육 실세’ 등극

특히 최근 들어 김 위원장이 최고지도자의 우상 숭배, 즉 신격화를 부정한 부분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제2차 전국 당초급선전일꾼대회 참가자들에게 보낸 서한 ‘참신한 선전선동으로 혁명의 전진동력을 배가해 나가자’를 통해 신격화를 부정했다. 

김 위원장은 “수령의 혁명 활동과 풍모를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게 된다”, “수령에게 인간적으로, 동지적으로 매혹될 때 절대적인 충실성이 우러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대의원 선거에 불출마 했지만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당선자 명단에 올랐다. 김 제1부부장은 이로써 ‘혈육 실세’로 김 위원장을 보좌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외교라인 실세로 불리고 있는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도 대의원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북한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선거에서 전체 선거자 99.9%가 참여했다고 밝혔다. 찬성률은 100%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김정은 위원장이 회담과 관련한 공개적인 메시지를 내놓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의 큰 내부 정치적 이벤트가 마무리됨에 따라 추후 북한이 북미 협상과 관련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또한 김정은 위원장이 제14기 대의원에 불출마 한 것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4월 초 열리게 될 최고인민회의에서 어떤 형식으로 최고지도자 자리를 이어갈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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