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을 미국의 책임으로 돌리며 ‘핵협상 중단’에 대한 압박에 나선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입장 표명까지 이례적으로 예고하며 북미 관계가 또 다시 일촉즉발의 상황을 맞았다. 

미국은 북한의 강한 발언들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트위터 등을 통한 자극적인 발언을 삼가며 대화의 의지가 분명히 있음을 밝혔다. 

▲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담당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7일(현지시간) 뉴욕 ‘AM970’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유감스럽게도 북한은 그들이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을 기꺼이 할 의향이 없었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 및 미사일 실험 재개 여부를 고려한다는 발표에 대해선 “도움이 안되는 발언”이라며 “그들에게 좋은 생각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많은 제안을 했지만 아직 효과가 없다”며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서 핵무기가 없어지길 확실히 바라고 있으며 여전히 그것을 시도할 의지가 있고, 그것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北 ‘압박’에 美 톤 다운…대화 유지 틀은 지속할 듯

볼턴 보좌관의 이런 발언들은 북미간 대화가 지속되어야 한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핵실험 재개 가능성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가지고 있지만 대화를 유지하겠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지난 15일 평양 기자회견에 대한 미국의 응답이라는 점에서 볼턴 보좌관의 ‘대화 유지’ 기조는 중요하다. 

다만 북한은 최 부상을 통해 대외적으로만 ‘대화 중단’을 시사했을 뿐 며칠 째 아무런 언급이 없는 상태다. 15일 최 부상의 기자회견 이후 북한의 관영 매체는 아무런 소식을 전하고 있지 않다. 선전매체 역시 별다른 소식을 전하지 않으면서 북한은 며칠 째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며칠째 침묵하고 있는 北…靑 ‘중재안’은 어떻게?

일각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을 비롯해 북한의 수뇌부도 ‘협상 중단’ 선언에 대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비핵화를 향한 여정이 생각보다 길게 이어져왔고, 다양한 과정들을 거치며 한 계단씩 올라가는 상황에서 협상을 중단하겠다는 말을 한번 뱉을 경우 다시 되돌리기가 어려운 것은 당연지사다. 

북미의 대화가 교착상태에 놓이며 우리 정부의 중재 역할도 더욱 중요해졌다.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3국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휴식을 취하며 북미간 대화 재개를 이끌어 낼 방안 마련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간 경제 협력 등 남북간 관계 설정에 있어서도 북미 대화의 교착 상태는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우리의 중재 역할은 상당히 중요하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7일 브리핑을 통해 “남북미 3국 정상간 유대와 신뢰, 대화하는 관계를 계속 유지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며 “일부에선 북미정상회담의 합의 불발로 ‘톱다운 현상’의 한계나 실패까지 지적하는데 너무 성급한 판단이라고 본다. 지금까지 이룩한 성과들은 3국 정상이 만들어 낸 거대한 정치적 파도의 결실”이라고 강조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북미 모두 2017년 이전의 갈등과 대결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절대 원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볼 때 북미 양국은 과거로 돌아가기에는 (비핵화 협상에 있어) 굉장히 앞서 나갔고 크게 진전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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