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_진우현 그래픽 2담당

ABL생명이 고객의 장애진단금을 빼먹고 실질 청구비만 내주겠다며 ‘퉁치기’를 한 제보가 지난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

지난해 4월 경, 제보자 A씨는 ABL(구, 알리안츠)생명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2016년에 장애로 인한 장애진단금을 지급받았는지에 대해 묻자, ABL 상담사는 “병원 치료비 건으로는 지급됐으나 장애로 인한 진단금은 지급되지 않았으니 신청하라”며 “오래된 청구 건이기도 하고, 10만원이 넘는 금액이니 병원에서 잘 알아보라”고 말했다. 

A씨는 당시 오래된 청구 건이라 개인적으로는 알아보기는 힘들고 직장도 다녀야 해서 보험사의 손해사정인을 통해 도움을 받았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예전 수술했던 병원과 장애진단을 받은 병원을 조사해보니 수술했던 병원은 없어지고 자료도 10년이 지나 폐기돼 없다는 소식만 들었다. 이에 지방에 있는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는 등 이곳저곳을 알아보다가 장애진단서를 발급받기까지 약 1년의 기한이 걸렸다고 한다.

장애진단서는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에 의거해 만들어진 의뢰서다. 유전적인 요인도 있지만 후천적인 질병, 사고 등이 많은 만큼, 일반적으로 후유장해진단서를 발급받아 보험금을 지급 받을 수 있다. 후유장해는 질병이나, 상해, 산재 등의 원인으로 인해 치료 후에도 질병이 완치되지 못하거나, 이전과 같은 노력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후유장해 진단서는 의사가 진찰하거나 검사한 결과를 종합해 장해를 입은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작성한 의학적인 판단서로, 장해 사실을 증명하고 보상을 청구할 때 이용된다. 일반적으로 고관절, 엄지손가락 등 총 관절범위의 50% 이상 제한이 있을 때 재활의학과나 정형외과에 가서 진단 받을 수 있다. 비용은 검사비용 및 진단서 비용을 합쳐서 5만원 전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진단서를 발급 받고 다시 장애진단청구를 한 A씨는 이미 2016년에 장애진담금이 지급됐다는 사실을 전달받았다. 대신 실질적으로 청구할 수 있는 영수증 처리 건에 대해서만 보상해준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A씨는 “장애진단금을 받은 기억이 나지 않아 알리안츠 고객센터에 문의한 이후 지급이 안 돼 지금까지 고생하며 돈 들여가며 청구를 했는데 상담사의 실수로 여태껏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했다”며 “알리안츠 고객센터에 부당하게 당했던 금액적인 피해와 정신적인 피해보상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알리안츠 측은 이야기를 듣고 실질적으로 청구할 수 있는 영수증 처리 건에 대해서만 피해보상을 해주기로 했다고 한다. 즉, 1 년 여 동안 영수증 처리 할 수 있는 건 지방병원으로 왔다갔다한 톨게이트비와 기름값, 새로 들어가게 된 장애진단비, 검사비 정도다.

“손해사정인도 구해서 한 건데 영수증 처리 할 수 있는 금액만 보상해 준다고 하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굳이 1년여 동안 해온 정신적인 피해보상을 사실상 해줄 수 없는 게 아니냐”며 “대기업이 한 개인에 대해 정신적인 피해보상 없이 억울하면 소송하라는 식으로 나오니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트위터 계정으로 댓글을 남긴 한 네티즌은 이에 대해 “장애진단금이 애초에 지급됐으면 지급됐다고 조회가 됐을 것”이라며 “상담사 컴퓨터에 진단금이 지급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 진실이고 나중에 지급된 것으로 나오는 것은 보험사에서 장애진단금을 빼돌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ABL생명이 그것을 알면서 청구 실비만 주겠다고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ABL생명 관계자는 “해당 사안은 고객의 개인정보 계약건으로 맘대로 조회할 수 없고 또 외부에 알리는 것 자체가 허용이 안 된다”며 “ 회사의 입장이나 얘기를 듣고 싶다면 회사의 소비자부나 콜센터를 통해 민원접수를 하거나 금감원을 통해 회사의 입장을 전해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윤리경영을 경영모토로 삼고 있다는 ABL생명의 전신은 1954년 국내 두 번째 생명보험회사로 설립된 제일생명보험이다. 1999년 7월 당시 국내 4위 보험사였으나 독일의 알리안츠 그룹에 매각돼 알리안츠제일생명보험에서 2002년 알리안츠생명보험으로 상호가 바뀌었다. 2015년 총자산이 16조를 넘은 알리안츠생명은 포브스지가 선정한 글로벌 2000대 기업 중 보험부문 5년 연속(2010-2015) 세계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이후 2016년 4월 독일 알리안츠그룹이 한국 법인 알리안츠생명보험을 중국의 안방생명보험에 300만 달러(약35억원)에 매각해 헐값 매각 논란이 일기도 했다. 현재 중국 안방생명보험 소속인 알리안츠 생명은 2017년 8월 ABL생명으로 상호가 변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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