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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국제정세] 당초 3월로 예상됐던 미중 무역협상 타결 시점이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 합의를 하더라도 중국의 이행여부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합의이행을 담보할 이행 메커니즘 추진하고 있어 타결이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미국은 중국산 수입 물품에 부과한 관세를 철회하는 방식을 두고 중국과 이견을 보이면서 타결에 난항을 겪고 있다.

◆ 관세철회, 합의 이행 장치가 막판 걸림돌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간), 미국과 중국이 당초 3월 말에 무역협상을 마무리하는 미중 정상회담 개최를 추진해왔지만 관세 철회와 합의 이행 장치에서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해 정상회담 시기가 지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측 단장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달 말 하원 세입위원회에 참석해 양국이 월, 분기, 반기별로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협의를 통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미국이 다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이행 메커니즘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한 관세를 철회하는 방식을 두고도 고민하고 있으며, 무역협상 타결 시 관세를 일괄 철회하기 보다는 중국이 확실한 개혁을 했을 때 철회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미․중 무역협상 타결을 위한 정상회담 지연 원인은 미국 측에 있는 것인데, 이러한 분위기는 지난주에 이미 감지가 됐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인 지난 13일 “서두르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3,4주 중국과의 무역 합의 여부를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대체로 중국의 태도에 따라 협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엄포로 받아들여졌다.

이와 관련해 테리 브랜스테드 주중대사는 미․중 정상회담이 4월로 연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7일 보도를 통해 “미․중 양측이 다음 달까지 무역전쟁을 끝내기 위한 합의안을 마무리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미․중 정상회담이 6월로 연기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 보잉사태도 협상의 걸림돌

미․중 무역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또 다른 이유로 ‘보잉사태’가 지적되고 있다. 지난 17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자꾸 지연되고 있는 미․중 무역협상 타결이 보잉 사태 때문에 더 연기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0일 에티오피아항공 소속 보잉 737맥스8 기종이 추락하자, 중국은 그 다음 날 가장 먼저 안전성 위협을 이유로 해당 기종의 운항을 전면 중단했다. 관영언론인 환구시보는 사설을 통해 보잉사를 강력하게 비난하면서 여론몰이에 나섰고, 이에 대부분의 국가가 운항 중단에 합류했다. 중국의 이러한 태도는 미국이 ‘화웨이’를 공격했던 부분에 대한 반격이며, 이는 미국에 대한 압박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자 미국은 중국에 돼지고기로 응수하는 분위기다. 지난 16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에서 발생해 확산 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대한 우려로 중국산 돼지고기 100만 파운드(약 454t)를 압수했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농산물 압수 사상 최대 규모로,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중국에서 밀반입된 돼지고기를 뉴욕 뉴어크 항에서 압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관세청과 농무부가 “압수된 돼지고기에 ASFP 감염 물량이 포함돼있을 수 있다”며 조사에 나섰고, “ASF 확산을 막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ASFP는 치사율이 100%인 바이러스형 돼지 전염병으로 백신이 없다. 하지만 이 문제가 중국에서 발생한 것은 지난해 8월이었기 때문에, 반년 가까이 지난 지금에 와서 미국이 갑자기 중국산 돼지고기에 대한 압수에 나선 배경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B737맥스8’ 보이콧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한다.

◆ 무역전쟁 장기론에 힘 실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그간 미․중 무역협상 타결에 대한 낙관적 전망 가운데서도, ‘타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장기전을 점쳤던 견해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 될 것이라고 보는 입장에는 미국과 중국이 당초 ‘관세’를 명목으로 분쟁을 시작했지만 사실상 ‘글로벌 패권 전쟁’이라고 보는 견해가 포함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상당한 진전이 있어 보이는 미․중 무역 협상은 단순 봉합일 뿐이며, 어떤 합의가 도출되더라도 경제전쟁이 종식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미․중 갈등은 곧 미래산업에 대한 분쟁, 패권 경쟁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미․중 무역분쟁은 세계 경제를 위축시킬 악재로 꼽히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6일 ‘중간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2018년 11월)보다 0.2%포인트 내린 3.3%로 내다봤다.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도 종전 3.5%보다 0.1%포인트 낮은 3.4%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OECD는 글로벌 교역의 둔화 추세와 무역마찰, 투자ㆍ소비 심리 약화 등을 글로벌 경기 위축의 주요 요인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따라서 미․중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글로벌 경제 환경에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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