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시사이슈] ‘천장 위 살인마’ 학교 석면 문제…석면 해체 작업 중 수업 운영, ‘깜깜이식’ 석면 해체 작업 도마 위
[뉴스워커_시사이슈] ‘천장 위 살인마’ 학교 석면 문제…석면 해체 작업 중 수업 운영, ‘깜깜이식’ 석면 해체 작업 도마 위
  • 김은지 기자
  • 승인 2019.03.20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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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담당

[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교육부의 ‘학교 석면제거 가이드라인’이 학교 현장에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이드라인과 각종 방침을 무색하게 일부 초등학교에서 석면 제거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거나 석면 해체 중 수업을 진행한 것으로 조사돼 가이드라인의 효과가 의문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석면 제거 가이드라인의 실상이 원론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 속에, 전문가들은 법 개정을 통해 가이드라인 준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 ‘천장 위 석면 공포’ 아직도? ‘깜깜이식’ 석면 해체 작업 도마 위

최근 국내에 조명되고 있는 석면의 위험성은 정확히 석면을 해체하는 작업에서 국민에게 노출될 수 있는 유해성을 가리킨다.

현장에서 석면을 직접 다루는 작업자뿐만 아닌 석면타일, 석면스프레이, 석면천장제 등이 사용된 건물에 거주하는 사람도 석면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될 수 있다.

석면은 뛰어난 내마모성, 단열성 등의 특성으로 학교 천장에서도 주로 시공된 건축 자재 중 하나였다.

이에 노후화된 학교일수록 석면 해체 작업은 학교 개보수 과정에서 유난히 민감하고 까다로운 절차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석면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1급 발암물질로, 석면 가루 등이 호흡을 통해 체내에 축적될 경우 10~50년의 잠복기를 거쳐 치명적인 폐질환을 유발하기 때문에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이 같은 석면 가루의 위험성이 최근 국내에 다각적으로 조명되면서 학부모들 사이에서 학교 내 석면 해체 작업은 근심 걱정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실제 석면 해체 작업상 가이드라인을 어긴 학교나 석면 해체 작업 중 수업을 운영해 온 학교 사례가 지속해서 나타나고 있어 아이들의 건강권과 학습권에 깊은 우려가 제기되는 형국이다.

지난해 5월 교육부는 ‘석면 해체·제거 작업을 할 때는 석면 가루나 먼지가 교실 밖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교실 벽과 바닥을 모두 2중으로 비닐로 밀폐해야 한다’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전국학교석면학부모네트워크가 1월 17일 발표한 전국시도교육청 학교석면공사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석면 해체 관련 공사를 실시한 전국 614개 학교 중 교육부 가이드라인을 어긴 곳이 193곳(31.4%)로 확인됐다.

이 같은 조사에 책임 있는 학교·교육부·교육청 등은 서로의 책임 공방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아이들 건강권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해가긴 어려울 전망이다.

◆ 석면 해체 작업 중 교실 운영한 사례도 적발돼…아이 ‘건강권’ 안전하다 장담할 수 없어

MBC 단독 보도로 ‘학교석면관리 매뉴얼’을 어기고 석면 해체 작업 중 돌봄 수업을 운영한 사례도 나타난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감사원은 학교 건물의 석면 해체·제거 공사 실태에 관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학교석면관리 매뉴얼’에 따르면 석면을 해체하고 제거하는 작업을 하는 곳에는 작업자 이외의 출입을 금지하고, 학생이나 교직원이 생활하는 학교 건물 공간과 격리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된 학교 건물에서는 석면 해체 작업을 하면서도 돌봄 교실 등을 운영하고 이런 사실을 학부모에게도 알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철거 업체에 따른 ‘깜깜이’ 해체 작업을 방치하고 있는 학교 현장도 문제가 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석면 제거 공사 시 벽과 바닥을 비닐로 촘촘히 감싸 석면 유출을 막은 채로 작업을 시행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보도에 따르면 냉·난방기를 교체하면서 석면 가루가 날리는 데에 따른 적정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석면 천장을 뜯고 다시 붙여 놓는 공사를 한 일부 학교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실 책걸상을 그대로 놔둔 채 작업을 하게 되면 미세한 석면 가루가 책걸상 위에 묻어 날 수 있어 학생들이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 석면 관리 가이드라인 실효성 강화될 필요성 제기돼

학부모넷이 지난 1월 17일 국회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한 ‘2018 겨울방학 학교석면공사 가이드라인 적용실태조사’에 따르면, D등급 및 안정성 미등급업체가 전체의 62.2%, 사전청소미비, 모니터단 구성문제, 비닐보양미비 등 가이드라인 미준수 등 방학에 진행된 석면 공사 과정의 문제점이 다수 지적된 바 있다.

상황이 이런 만큼 학부모들은 석면 해체 공사의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교육당국이 수수방관 자세에서 벗어나 책임감 있게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교육부 측은 가이드라인을 준수할 역량을 갖춘 감리업체의 부족을 호소하기도 했다.

학교 현장 내 석면 공사 중 감리업체가 가이드라인을 명확하게 숙지하지 못하는 현상은 교육당국으로써도 손 쓸 도리가 없다는 주장에서다.

또한 교육부, 환경부, 고용노동부까지 세 개 부처가 가이드라인과 관련한 업무를 미루다보니 관리 감독에 대한 사각지대가 생성될 수밖에 없다는 한계성의 문제도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해 당사자인 학부모 모니터단과 시민단체, 감리원, 석면전문가 등이 석면 관리 가이드라인에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목소리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다만 가이드라인이 학교 현장에서 명확히 숙지되지 못 하는 현상은 권고사항에 그치고 있는 허술한 항목 및 ‘법적 구속력’의 부재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법 개정을 통해 가이드라인 준수를 의무사항으로 만들고, 이를 지키지 않는 업체나 관련자들은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석면 제거 공사는 지난해 5월 이후 가이드라인이 제정되면서 2027년까지 약 3조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침묵의 살인자’라 불리는 석면 가루의 위협에 등교를 거부할 수도 있는 아이들의 고충이 학습권의 우려로 번지는 만큼, 책임 있는 이해 당사자들의 협력 하에 석면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