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 1담당 기자

[뉴스워커_산업기획] 최근 “흔들리는 파운드리 시장, 삼성 초격차로 1위 대만 맹추격.”이라는 제목의 반도체 산업 관련 기사가 보도된 적이 있다.

기사를 처음 접했을 때 파운드리란 키워드의 뜻을 모른다면 기사가 전달하고자하는 의미를 몰라 머리를 갸웃거리거나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가 압도적 1위를 하고 있는 뉴스를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데 무슨 소리냐 하며 화를 낼 수도 있다.

그러나 파운드리란 뜻만 알면 이 기사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그리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파운드리는 ‘타인이 설계한 제품을 대신 생산해주는 것’으로서 자신이 제품설계를 하지 않고 타인의 설계를 바탕으로 생산 업무를 담당하는 기업, 사업부를 뜻한다.

삼성전자에는 파운드리 사업부가 존재하지만 주력제품인 D램이나 낸드 플래시 같은 반도체는 설계에서 생산 공정까지 직접 삼성에 의해 수행되므로 파운드리라고 하지 않는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압도적 1위를 하고 있다는 사실과 파운드리 분야에서 타 업체를 맹추격하고 있다는 사실은 모순되지 않는다.

파운드리는 팹리스(Fabless)란 키워드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팹리스란 제조설비를 의미하는 팹이 없다는 뜻으로 반도체의 개발과 설계만을 담당하는 기업, 사업부를 의미한다.

즉 팹리스가 설계하여 파운드리가 생산하는 협업 구조를 연상하면 팹리스와 파운드리의 의미를 어느 정도 이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표적인 팹리스로는 아이폰에 탑재될 A13 반도체를 설계하고 개발했지만 대만의 파운드리인 ‘TSMC’에 생산을 위탁한 애플을 언급할 수 있는데. 애플 외에도 CPU 분야의 ‘AMD’, 그래픽 분야의 ‘NVIDA’가 대표적인 팹리스 중의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대만의 ‘TSMC’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대만의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의하면 TSMC의 파운드리 분야 점유율은 2014년 54%를 기록한 후 2017년에 49.7%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는 최근 5년간의 점유율이 전부 50%보다 높았을 정도로 TSMC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절대 강자로 손꼽힌다.

반면 트렌드포스에 의할 때 삼성전자는 2019년 1분기 기준 파운드리 분야에서 19.1%의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어 같은 기간 48.1%의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TSMC을 추격하는 도전자 위치임은 분명하다.

팹리스, 파운드리 외에도 메모리, 비메모리라는 단어가 반도체 산업 기사에 드물지 않게 눈에 띄는데 팹리스, 파운드리가 반도체의 설계, 생산 등 공정별로 분류한 것이라면 메모리, 비메모리는 반도체의 기능에 따른 분류라고 볼 수 있다.

메모리 반도체는 데이터 저장에 사용되는 반도체로서 대표적인 것으로 D램, 낸드플래시를 언급할 수 있으며, 이 분야에서는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 시장조사 업체인 D램익스체인저에 의하면 2018년 3분기 기준 D램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가 45.5%, SK하이닉스 29.1%로 두 회사의 점유율을 합할 경우 약 75%에 육박할 정도로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의 위치는 공고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비메모리 반도체는 말 그대로 데이터를 저장하는데 사용되는 반도체가 아니라 연산, 그래픽 등의 작업에 사용되는 반도체로 CPU를 생산하는 Intel(인텔)이 대표적인 비메모리 반도체 기업으로 언급된다.

한편 지난 3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비교적 경쟁력이 약한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경쟁력을 높여 메모리 반도체에 편중된 현상을 완화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내각에 지시한 바 있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선전으로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한국이 절대 강자로서 인정받는 것은 분명하나,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삼성전자가 개발한 AP인 엑시노트 등이 있지만 시장분석기관인 ‘StrategyAnalytics’에 따르면 2018년 모바일 AP시장에서 퀄컴이 37%, 미디어텍이 23.2%, 애플이 13.5%, 삼성전자는 11.7%의 점유율을 기록하여 세계시장에서 한국의 지위가 비교적 공고하지 않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

결국 현재 상황을 기준으로 보면 반도체 산업에서 파운드리 분야는 대만의 TSMC, 메모리 분야는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메모리 분야는 Intel을 포함한 미국계 기업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언론에서 삼성전자의 초격차 전략을 언급할 때 EUV 장비가 빈번하게 눈에 띄는데, EUV란 Extreme Ultra Violet의 약자로 직역하면 극자외선 정도가 된다.

반도체 생산 공정에는 빛(광원)을 이용하여 설계된 회로를 기판에 새기는 포토 리소그래피 공정이 있는데 이 공정에 사용되는 것이 EUV 장비이다. 기존에는 ArF를 사용하여 반도체를 생산했지만 7nm와 같은 초미세공정에서 사용하기에는 ArF의 파장이 크기 때문에 ArF 사용을 고수할 경우 부가 공정이 발생하여 비용을 절감하기가 어려워 이를 대체하기 위해 EUV 장비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는 굵은 색연필로 면적이 작은 부분을 색칠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세밀한 색연필을 구매하여 색칠하는 것을 연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반도체 산업 관련 기사에는 여러 전문적인 단어가 나오는데 기술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면 이 정도 키워드만 이해해도 반도체 정책과 기업 경영과 관련한 기사에서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는 것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한국 반도체 기업 2019년 1분기 실적 저조 전망

▲ 출처: 금감원, 전망은 증권업계

지난 26일 삼성전자는 메모리 사업이 시장 기대치를 하회할 수 있다는 2019년 1분기 예상실적 설명 자료를 자율 공시했다.

설명 자료에서 삼성전자는 비수기로 메모리 제품에 대한 전반적인 수요가 약세이고 주요 제품들의 가격 하락폭이 당초 전망 대비 일부 확대되어 실적이 저조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원가경쟁력을 개선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전략적 R&D 투자를 포함한 핵심역량 강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설명 자료가 이례적으로 공시되자 증권업계에서는 당초 7조원 중후반대로 전망했던 실적 전망치를 6조원 초반 대까지 낮추고 삼성전자 뿐 아니라 SK하이닉스의 전망치도 1조원대로 낮추며 한국 반도체 기업의 2019년 1분기 전망치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증권업계에서는 클라우드 서버에 사용되는 D램의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고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재고가 증가하고 있어 향후 추가적인 가격하락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구매자들이 메모리 반도체 구매 결정을 늦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메리츠종금증권의 경우 실적 저조가 일시적이지 않고 올해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최근 3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이 5% 감산을 발표한 점을 두고 단기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의 하락세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어 업계 내에서도 전망이 통일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2019년 1분기 영업이익이 6조원 초반 대를 기록해도 2016년 1분기에 6조 6758억원, 2012년 1분기에 5조 8504억원을 기록하여 비슷한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오히려 2018년 1분기 영업이익으로 15조 6422억원을 기록한 것이 슈퍼 호황으로 평가받을 정도로 이례적인 것을 감안한다면 2019년 1분기 실적이 저조하다고 한국 반도체 기업의 장기적 전망을 어둡게 보기는 어렵다.

다만 업계에서는 미중 무역 분쟁의 장기화 가능성, 보호무역주의의 강화 등 한국 반도체 산업에 좋지 않은 요소가 완전히 제거되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며 정부는 추경 등 적극적 재정을 통해 상황을 개선할 필요는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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