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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국제정세] 영국 하원은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 4개의 브렉시트 대안을 놓고 투표를 했지만 모두 부결됐다. 지난달 27일에도 유럽연합(EU) 탈퇴방식 8가지 대안을 놓고 진행한 의향투표가 모두 부결되고, 또 29일에는 브렉시트 합의안 중 탈퇴협정만 따로 떼서 투표했지만 이 역시도 부결된 바 있다. 그래서 이번에도 브렉시트 대안을 놓고 투표했지만 모두 과반을 넘지 못하면서 대안이 마련되지 못한 상태다.

◆ 대안 마련을 위한 세 번의 표결, 모두 부결

영국 하원이 1일 부결시킨 안건은 영구적․포괄적 관세동맹 협정 체결, 영국이 유럽자유무역무역연합(EFTA)에 가입해 유럽경제지역(EEA) 협정에 참여하는 노르웨이식 협정 체결, 의회를 통과한 브렉시트 방안에 대한 확정 국민투표, 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 방지를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EU 탈퇴를 규정한 리스본 조약 50조를 폐지하는 방안 등 모두 4개이다.

의향투표는 하원이 과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브렉시트 방안을 찾을 때까지 제안된 여러 옵션에 대해 투표하는 것인데, 지난 달 말 이미 두 번의 의향투표를 치렀는데 여기서도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지난달 27일 영국 하원은 교착 상태에 빠진 EU 탈퇴 방식에 대해 8가지 대안을 놓고 의향투표를 벌인 바 있다. 8가지 대안은 ①4월12일 노딜 브렉시트안, ②공동시장 2.0안-EU 단일시장 지속 참여, 유럽경제지역(EEA) 가입 및 유럽자유무역협정(EFTA) 체결안 ③관세동맹에 남지 않으면서 EEA 가입 및 EFTA 체결안 ④관세동맹 잔류안 ⑤관세동맹 잔류 및 단일시장 연계방안 ⑥노딜 브렉시트 직면시 기한 이틀 전 브렉시트 철회 투표진행안, ⑦제2 국민투표 개최안 ⑧영국이 합의안 이행하지 못할 경우 대비한 EU와 우선무역협정 체결안 등이다.

당시 테리사 메이 총리는 이날 합의안이 통과되면 총리직에서 물어나겠다고 배수진까지 쳤지만 이것도 답이 되지 못했다. 그러자 메이 총리는 다시 EU ‘탈퇴협정’과 ‘미래관계 정치선언’으로 구성됐던 브렉시트 합의안에서 ‘탈퇴협정’만 따로 떼서 ‘탈퇴협정을 승인해 5월 22일 EU를 떠난다는 정부 결의안을 29일 하원에서 표결에 부쳤다. 역시나 부결됐다.

◆ ‘노 딜(no deal) 브렉시트’ 가능성 더욱 커져...S&P 영국 경제 경고

이렇게 영국 하원에서 모든 대안에 대해 부결시키면서 결국 ‘노 딜 브렉시트’ 또는 5월 유럽의회 선거 참여를 통한 브렉시트 ‘장기 연기’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EU 측에서는 ‘노 딜’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28일 EU 외교관들은 회의를 열고 회원국과 영국의 브렉시트 재협정 조건에 대한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셀 바르니에 EU측 브렉시트 협상대표는 이날 EU 외교관에 공문을 보내 “현재로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노 딜”이라면서 “EU도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EU는 전면적인 비상체제에 돌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모인 EU 대사들은 “영국이 브렉시트 이후에도 자국의 경제를 살려놓을 수 있도록 중요한 조건과 절차를 갖춰 협상 테이블로 가져와야 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EU측은 ‘노 딜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경제적 혼란을 우려한 셈인데, 이는 국제신용평가회사 스탠다드 & 푸어스(S&P)도 영국이 노딜 브렉시트를 할 경우 처하게 될 경제적 어려움에 대해서 경고하고 나섰다. S&P는 지난 1일, 영국이 무질서하게 EU로부터 탈퇴하게 되면 영국의 소득 수준과 성장 전망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영국 정부의 재정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영국의 EU 탈퇴가 유럽 시장에 대한 접근을 심각하게 제한할 것이라면서 이렇게 되면 영국 주택 가격에 하락 압력이 거세지고 국가 채무가 크게 늘어나게 되며, 파운드화 가치도 더욱 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영국의 장기적 신용등급을 현재 AA에서 하향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최대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도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골드만은 “영국이 15%의 확률로 보고 있는 ‘노 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영국 파운드화의 가파른 가치 하락으로 영국이 가장 큰 위협에 노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뿐만 아니라 골드만은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영국의 경제활동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저조했다고 평가했다. 국민투표를 하지 않았다고 가정했을 때와 비교하면서 “국민투표 이후 영국은 매주 6억 파운드(약 7억8500만달러) 정도의 비용을 까먹었다”고 분석하면서, 이는 잠재 국내총생산(GDP)의 거의 2.5%를 잃은 셈이라고 명했다.

◆ 메이 총리 ‘네 번째 브렉시트 합의안 표결에 나설 듯

브렉시트 날짜를 당초 3월 29일에서 4월 12일로 연기한 이후, 앞으로 브렉시트 향방을 결정해야 하는 날짜는 10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럼에도 아무 것도 결정하지 못하고 영국 정치가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가운데 메이 총리는 또다시 브렉시트 합의안을 표결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 가디언지에 따르면 :메이 총리가 오는 3일쯤 네 번째 브렉시트 합의안 표결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날까지 합의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노 딜 브렉시트’를 선택하거나 ‘장기 연기’를 해야 하는데, 정부 관계자들은 여전히 브렉시트 합의안을 승인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스티븐 바클레이 브렉시트부 장관은 1일 의향투표 결과가 발표된 직후 하원 의원들을 향해 “정부 합의안을 통해 EU를 떠나는 것이 이젠 유일한 선택”이라면서 “하원이 이번 주 합의안을 통과시킨다면 영국은 유럽 의회 선거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메이 총리의 합의안이 하원에서 압도적으로 거부당했던 것을 상기하라”고 말하는 등 하원의 태도는 여전히 강경하다. 결국 영국의 선택 사항은 많지 않아 보인다. ‘노딜’이냐 ‘장기 연기’냐 두 가지 선택지만 놓여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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